본문 바로가기

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오서산 비박

 

산행일 : 2014년 6월 28일~29일

산행지 : 오서산 791m

산행코스 : 정암사-오서정데크(비박)-정상-정암사

산행이야기:비박은 가야겠고,근교엔 비소식이 있고..비그림 없는 지역을 살펴보니,오서산이 눈에 들어온다.서해의 등대산이라 불리고 억새로 유명한 곳,여기에 일출과 일몰을 한군데서 볼 수 있고,전망데크까지 설치되어있는 곳..망설일 이유없는 환상조합의 비박지다.  

 

상담주차장 지나 정암사로 들어가는 초입에 차량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지만,그대로 통과한다.

차로 한참을 올라와 정암사 주차장에 주차하고나니,걸어올라왔으면 1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다.

이 땡볕에 박짐지고 뜨겁게 달아오른 임도길을 올라왔으면 산을 오르기도 전에 퍼질뻔했다.

적절히 잔머리써서 법도 어겨가며 살아야 몸이 편한법..ㅎ   

 

하늘나리

 

정암사

 

시간도 벌었겠다,천년고찰 정암사 마당에 있는 평상에 배낭 내려놓고 아예 퍼질러 앉았다.

풍경소리조차 울리지 않는 경내는 발소리 숨소리까지 낮게 내야할 정도로 고요하고 한적하다.

바람도 쉬어가나보다.땀도 식힐겸 시원하게 한줄기 불어줬음 좋으련만..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되는가 했더니만,끊임없는 계단의 연속이다.

한번 와보신 샷님께 익히 들어서 짐작은 했지만,많아도 너~무 많은 계단..

계단 세면서 올라가기 좋아하는 몽몽님은 3백 몇개까지 세고는 포기한다고... 

 

 

하늘과 가까워지고..조금 답답했던 숲에서 벗어나 전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령 앞바다와 파란 억새밭이 시야에 들어오고,광천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위에 올랐다.

 

 

 

놀면 뭐하냐 일찌감치 집이나 짓자하고..

늘 그렇듯 일하는 사람 따로..노는 사람 따로..

내가 빈둥거리는 동안 두 분이 세동을 완성시켰다.

데크가 얼마나 딱딱한지 데크못이 잘 안들어가 엄청 고생했다는... 

 

억새밭 사이로 털중나리가 한창이다.

봄꽃이 끝나고 특별한 여름꽃이 없어 시큰둥하던차에 나리꽃 하나로도 꽃에 대한 갈증이 확 풀리고...

마침 하늘까지 새파래 정신없이 억새밭을 뛰어다닌다.  

 

 

 

보령에서 세운 정상석을 만나러 가는 길 양켠으로도 나리꽃이 예쁘게 피었다.

파란 억새는 사각거리며 바람에 한들거리고.. 

파란 억새가 또 다른 멋으로 다가온다.

 

 

억새풀에 스며드는 서해의 낙조,오서산...

 

 

억새철엔 비박꾼들이 몰려와 다닥다닥 붙어 대규모 아파트촌을 방불케 한다던데,

오늘은 아주 한적한 전원주택이다.입주자 딱 8명..

 

 

해지기 직전,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더니 안개가 요동치며 마구 올라오기 시작한다.

서해가 보였다가 안보였다 하고,하늘은 회색이었다 파랬다 하면서 신비한 자연의 쇼에 한시도 눈을 못떼게 한다.

콩넣고 팥넣은 밥이 완성되는 동안 다시 나와 어슬렁 거린다.

 

 

 

 

셋이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변하지 않는 메뉴인 삼겹살을 가운데 두고...

점심으로 큰맘먹고 설렁탕을 시켰다가 결국 물에 말아 깍두기와 먹었더니 배꼽시계가 울려대는 중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고기맛은 꿀맛이고,누가 지었는지 밥맛도 끝내주고..

먹는거 하나로도 이렇게나 행복하니..

다이어트는 무슨..먹는게 남는거라더라.. 일단 먹고 보자구..

 

한치앞도 안보이는 짙은 안개숲에 갇혀버린 이 밤..

밤공기가 찬데다 안팎 온도차가 심해 등짝으로는 물기가 맺힌다.

먹다 지쳐 수다로 소화나 시키자며 가스불 켜놓고 습한 몸 말리며 수다삼매경..

 

오늘은 개념있는 이웃들을 만났다.

밤 12시가 되자 일제히 소등하고 조용히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

오래 앉았더니 허리도 아프고..소화도 어느정도 된거같고..우리도 커피 한잔 마시고는 텐트안으로 들어간다. 

습기가 너무 많아 침낭안에서도 한동안 뒤척거려서야 잠이 들었다.   

 

신기하기도 하지..어느 누구랄것도 없이 다같이 비슷한 시간에 일어났다.마치 한가족같이..

그리고는 다같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한다.

 

 

 

해 뜨고 난 후,또 다시 안개속에 갇혀버리고..안개가 붉게 물든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축축하고,텐트는 흥건하게 젖었다.

그닥 할일도 없으니,또다시 침낭안으로 들어가 꿈나라로..

 

안개가 점점 걷히면서 산은 한폭의 그림이 되었다.

안개가 산능선을 타고 올라오며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어느 고산에서나 볼만한 풍경에 취한 나머지,히말라야 어느 봉우리쯤 와 있는거 같다고 말했다가 오버하지 말라고 한소리듣고..

어쨌든..이렇게 멋진 아침풍경을 마주하다니..  

 

 

 

 

 

 

 

 

 

바위채송화

 

장비들이 마르는 동안 아침을 먹고..

 

부지런한 이웃들은 다 떠나고 우리만 남았다.

대충 꾸겨넣어도 될것을 꼼꼼한 몽몽님은 털고 닦고 딱딱 각잡아 접고..

옆에서 거들었다가는 이러네 저러네 잔소리 들을게 뻔하니 짐정리할땐 그늘에 앉아 꽃단장이나 하는게 상책이다. 

남은 물로 때빼고 광내고 나니 짐정리 끝~~!!  

  

 

한층 가벼워진 배낭에 몸이 막 날라갈거 같다.

하늘의 뭉게구름도 솜털처럼 몽실거리고.. 

 

 

 

전망대 지나 계단길이 시작되고..

힘겹게 올랐던 어제와는 달리 에스컬레이트 타듯 자동으로 내려간다.

 

대화의 주제는 `건망증`이었다.

예전에는 손수건 하나도 안 잃어버렸는데,나이가 들어가며 자꾸 물건을 잃어버린다고..

언젠가는 스틱을 잃어버렸고 또 언젠가는 아이젠을 잃어버렸고..요전엔 장갑도 잃어버렸고..

자연스런 현상이니 큰 병은 아니네 뭐네..

그러다보니 금세 정암사가 가까웠고..

예상시간보다 너무 빨리 내려와 너무 싱겁네 어쩌네 운동량이 부족하네 어쩌네..이러던 참이었다..

 

이넘의 입이 방정이었다..

정암사를 바로 코앞에 두고 산행을 마무리할 즈음..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만,배앞에 걸려 있어야 할 카메라가 없다..

오 오 오마이갓~~!!

계단 중간쯤에서 잠깐 휴식하며 나뭇가지에 예쁘게 걸어뒀던 카메라를 그대로 두고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거기 휴대폰도 들어있는데.. 

다시 오를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고..카메라 생각을 하니 더 눈앞이 깜깜하고..

쏜살같이 튀어 기어올라가는데,바람처럼 나를 추월해 올라가는 몽몽님..

카메라 사 내놓으라 들볶일 생각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롱다리로 성큼성큼 계단을 두계단씩 오르더니 어느절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잠시후..

얼굴이 벌개져 카메라 메고 내려오는 몽몽님...

다행히 그 자리에 예쁘게 걸려있었다고...

욕을 몇바가지로 얻어먹어도 싸다 생각했는데,하도 어이가 없으니 아예 말문을 닫더라...ㅎ

 

대형사고 칠 뻔 했던 위기를 넘기고 정암사로 내려온 시간이 11시 반..

처음에 예상했던 딱 그 시간이다.

일부러 시간 맞추려고 카메라를 두고 왔네,실은 운동량이 부족해서 그랬네 어쩌네..

끝까지 잘 했다고 횡설수설...ㅎ 

 

어쨌든..

즐거웠던 1박 2일은 끝이나고..막판의 소동으로 정신줄 단디 챙겨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던 오서산행... 

'비박이야기 > 비박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흘산 비박  (0) 2014.08.25
주금산 비박  (0) 2014.08.11
선자령 비박  (0) 2014.06.21
고대산 비박  (0) 2014.06.09
검단산 비박  (0) 201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