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기백산~금원산

 

산행일 : 2015년 3월 1일

산행지 : 기백산~금원산

산행코스 : 용추사일주문-기백산-금원산-수망령-용추자연휴양림-용추사일주문

산행이야기:꽃피는 춘삼월,봄의 시작인 첫날..사람마음이 그렇다.꽃피고 새가 우는 봄날을 그리도 기다렸지만,막상 이 겨울이 간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서운하고 아쉽다.찐~하게 겨울배웅이라도 해야 미련이 없을거 같다.이왕이면 폼나는 산에서 보내볼까 싶어 고르고 고르다 숙제로 남겨뒀던 기백~금원산으로 정한다.

 

거창까지의 만만치 않은 거리와 산행거리를 감안해 새벽 3시 반에 집을 나선다.

얼마를 정신없이 잤을까,꿈인듯 아닌듯 몽롱한 상태로 창밖을 보니..새하얀 눈세상이다.

들머리로 가는 길목의 가로수 눈터널을 지나자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들머리진입이 수월치 않을꺼라 생각했는데,생각보다 노면상태가 좋아 탈없이 용추사 일주문에 도착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위를 걷는다.소리없이 내리는 싸락눈을 맞으며..

 

직진하면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고,우린 우측으로 꺾어 기백산으로 방향을 잡는다.

간간이 불어대는 바람에 눈은 마치 휴지조각 날리듯 지저분하게 흩날리고,

물기를 잔뜩 머금은 눈은 한발짝씩 뗄때마다 그대로 아이젠에 달라붙는다.

 

 

도수골이 꽤나 길게 이어진다.오래도록 계곡 물소리가 따라온다.

달라붙는 눈이 성가셔 아이젠을 아예 벗었더니,돌길에 자꾸 미끄러진다.

     

더디게 계곡길이 끝나고 가파르게 경사진 길을 올라쳐 능선에 올라서니,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바람은 눈언덕을 높게 만들어 놓았고,스틱으로 깊이를 가늠해가며 한발 한발 내딛는다.    

 

 

눈썰매 끌고가는 솔맨형...

글쎄 눈썰매 챙기느라 스틱을 못챙기셨다고...쯧쯧..

 

바윗길은 거의 네발로 기어오른다.눈 아래는 완전 빙판이고,바위는 빠짝 얼어붙었다. 

작년 이맘때 금원산을 찾았을때의 상황과 너무 비슷해 이 무슨 조화인가 싶다.

그 날도 오늘처럼 걷기 불편할 만큼 눈이 많이 내렸었다.

오늘은 가느다란 싸락눈이지만,그 날은 굵은 눈이 하루종일 하염없이 내렸고..

결국 기백산을 포기하고 금원산에서 하산해야만 했다.

이렇게 더딘 걸음으로 계획했던 금원산까지 갈 수 있으려나?   

 

 

멀리 책바위가 보인다.

파란하늘은 아니어도 상고대 핀 능선위의 설경이 아름답다.

    

 

 

기백산 1331m

 

길이 험하지 않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을 `눈`이라는 복병을 만나 3시간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황석산에서 거망산,그리고 덕유산까지 조망되는 곳이지만,오늘은 날이 날인 관계로다가 가까이 있는 금원산도 안보인다는거..

금원산까지 갈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물만난(?) 아니 눈만난 오십한살의 솔맨형..신나셨다.

나이들면 둘레길이나 살방살방 걷다가 더 나이들면 계곡물에 발담그고 쩜백 고스톱이나 치며 살아야지 하셨는데,

내 생각엔 100살 까지도 이렇게 짱짱하게 산에 다니실거 같다.지금처럼 빨간옷 입으시고..

 

 

순간적으로 하늘이 개였다.

역시 눈꽃은 파란색과 어우러져야 일품이다.

와아~하며 감탄하는 순간,야속하게도 금세 회색으로 바뀐다.

 

이쯤되면 금원산에서 넘어오는 사람이 있어 길을 내기가 좀 수월할까 싶었는데,아무도 안보인다.

앵앵거리는 염소한마리만 길을 막고 서있을뿐.. 

 

 

책바위 암릉구간을 지난다.

얼어있는 빙판이라 밧줄을 잡았는데도 무척 조심스럽다.

 

 

 

 

 

바람부는 암릉길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눈만 아니면 시원하게 펼쳐진 황석 거망의 산줄기를 바라보며 즐거이 걸을텐데,

우회길 없는 암릉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여기서 미끄러졌다가는 저아래 위천면 논바닥으로 곧바로 직행이다.

설설 기어가며 엄마 아부지 불러가며 몽몽님 발자국을 따른다.

겨울산으론 적합하지 않은 산이었음을 이제사 깨닫는다.

어젯밤 한근심하며 열심히 산길공부하던 몽몽님의 고뇌도 이제사 이해되고...

 

 

 

왼편으로 사평마을로 떨어지는 공터에 닿으며 위험구간을 벗어난다.

긴장감이 풀리자 이제야 찾아드는 참을 수 없는 공복감..  

숙주나물넣어 시원하게 끓여낸 라면을 정신없이 먹어대고나니,이제는 포만감이 산행의욕을 급격하게 저하시킨다. 

배고파도 탈,배불러도 탈..이거 어쩌자는건지... 

 

 

이제 눈은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눈썰매타기 딱 좋은 구간..

 

 

 

금원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는 지점에 이른다.

작년에 왔을때와 완전 비슷한 날씨..

눈앞에 뵈는건 없고,바람은 불고,간간이 안개가 왔다갔다하고... 

 

 

금원산 1353m

 

동봉을 지나니 곧 금원산 정상이다.

이로써 세번에 걸쳐 `황거금기`를 점으로 완성한 셈이다.

다음엔 점이 아닌 선으로 한번에 쭉~ 이어걷고 싶다. 

 

뒤돌아보니 걸어온 길이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수망령으로의 하산길은 오르막없이 룰루랄라 내려설 줄 알았는데,

달라붙는 눈과 바람이 만들어놓은 눈언덕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한다.

중심을 못잡아 두번이나 꼬꾸라지고...    

 

수망령

 

지금부턴 임도만 따르면 되는 편안한 길이다.

그러나 자연휴양림지나 용추사까지 가는데만 2시간이 넘는다는거.. 

 

 

몇해전 거망산에서 내려와 만났던 지장골을 지나 처음 산행시작점인 용추사일주문에 무사히 도착한다.

지루할뻔 했던 길이 눈썰매 덕분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내려왔다.

 

'산행이야기 > 산행(2009~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곡산(경기 양주)  (0) 2015.04.12
원적산(경기 이천)  (0) 2015.04.05
도봉산의 겨울(3)  (0) 2015.02.26
계방산(강원 평창)  (0) 2015.02.21
선자령(강원 횡계)  (0) 201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