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5년 2월 19일
산행지 : 선자령
산행코스 : 대관령휴게소-양떼목장-선자령-국사성황당-대관령휴게소
산행이야기:올해는 설날산행지를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설 전날부터 이어진 영동지역 눈이 설 당일 오전까지 이어진다는 기상청예보다.부지런히 차례를 지내고 출발하면 눈길을 여한없이 밟고 올거 같다.가족들과의 저녁모임까지의 자투리 시간동안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행지를 찾다보니 선자령만큼 만만한 산행지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횡계 IC를 통과할때까지만해도 눈앞의 설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설경이 하도 눈부셔서 그냥 차 멈추고 눈앞에 보이는 아무산이나 오르자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대관령 휴게소가 가까워오자 한치앞도 안보일정도로 짙은 안개속이다.
설상가상 눈까지 흩날리기 시작하고,설설 기며 주차장에 진입하는데 그만 눈속에 바퀴가 헛돌더니 꼼짝을 안한다.
눈삽을 빌려 한동안 눈을 퍼낸 후에야 가까스로 주차에 성공..
눈내리는 산길로 들어선다.
눈이 많아도 너무 많다.
무거운 눈을 이고 있는 나무들이 눈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축 늘어져있어 허리를 숙여가며 그 사이를 통과한다.
황홀한 눈꽃터널이다.
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냈고..
안개속에 갇혔어도 겨울왕국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싶다.
풍해조림지에 다다르자 고만고만한 나무들이 도열하듯 서있다.
마치 진시황의 병마총같다고 몽몽님이 그런다.나는 달걀귀신같다고 그러고...
이쯤되면 안개가 걷힐법도 한데,도무지 걷힐 기미가 없다.
햇살이 순식간에 번지는듯하더니 또다시 안개가 몰려온다.
오늘은 그냥 눈길만 여한없이 밟으라는 하늘의 뜻인가보다.
선자령정상이 코앞이다.
점점 눈속에 파묻힌다.온통 새하얀 세상이라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눈의 경계인지 구분이 안될정도다.
정상에 서면 하늘이 좀 열릴라나?
삼거리에서 곧장 초원으로 올라갈까 했는데,길이 안나있다.
널찍한 임도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선자령 정상
바람잘 날 없는 선자령인데,오늘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따스하다.
본색을 드러내 무겁게 내려앉은 이 안개를 싹~몰고갔음 좋으련만,이렇게나 푸근하니...
아침에 차롓상에 올렸던 음식들을 먹으며 한참을 앉아 쉬는데도 조금도 춥지가 않다.
비박짐메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부러워라 쳐다본다.
올겨울도 눈속에서 하룻밤 자는 꿈은 물건너갔으니...
한치앞도 안보이는 안개밭..가시거리가 채 다섯발자국도 안되는거 같다.
이게 바로 카메라도 구별 못한다는 화이트아웃?
원근감과 공간감도 없다는..
KT중계소를 지나 임도에 도착해서야 그나마 시야가 좋아졌다.
3시간여만에 산행을 마치고..횡계를 벗어나며 짙은 안개속에서 빠져나온다.
서석으로 넘어가기 전,운두령 정상을 지나는데 설경이 눈부시다.
내일은 서울로 가기전에 계방산을 올라야겠다.
4형제 식구들이 한자리에 다 모였다.
둘만 조용히 살다가 집에 여러사람이 북적북적거리니 정신은 없지만,역시 사람사는거 같다.
상화가 첫월급 받았다고 빨간 속옷을 선물로 사왔다.
은정이는 학생회장이 되었단다.올케언니는 학부모 회장님으로 출사표를 던지겠다 그러시고..
오빠는 부업으로 하던 가지농사를 더 늘려 짓겠다 그러고..
쌍둥이들은 어느새 여섯살이나 되었다며 세배를 넙죽한다.
그리고..어머 이게 왠일이야..우리의 황영훈 아부지께서 술을 완전히 뚝 끊으셨단다.
지난번 우리집에 오셨을때 못된딸년 자처하며 온갖 독설을 다 해댔더니만 그 수법이 적중했나보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보따리는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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