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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계방산(강원 평창)

 

산행일 : 2016년 2월 9일

산행지 :계방산

산행코스 : 운두령-1492봉-정상-운두령

산행이야기:밤새 시골집 마당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어젯밤 한차례 쓸었는데도 어제보다 더 많이 쌓여있다.빗자루 들고 마당을 쓰는 늙은 아버지를 뒤로하고 산에 가겠다며 집을 나선다.쌀 두포대 트렁크에 챙겨넣고...

 

내면에서 서석으로 들어오는 버스가 있는걸보니,제설작업이 되어있긴하나보다.

어제의 56번 국도처럼 제설작업이 안되어있으면 어쩌나~걱정했었다. 

살짝 얼어있는 하뱃재 고갯길을 조심스레 오르고,다시 또 굽이굽이 돌고돌아 운두령 고갯마루에 선다.

평창과 홍천을 잇는 운두령,해발 1,098m..

창문을 열자 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저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천기를 보아하니,바람만 많고 눈꽃구경은 못할거 같으니 주문진에 가서 회나 한사라 먹자고 꼬셔대는 몽몽님..

나 혼자라도 올라 갈테니,알아서 오시든가 말든가~~

 

우리보다 먼저 오른 이가 있어 다행히 러셀하느라 힘 뺄 필요가 없게 생겼다.

또 하나 다행인건,산을 오를수록 바람은 잔잔해지고,기온도 점점 포근해진다.

그리고..

말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환상적인 설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하얀 눈가루 뒤집어 쓴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연신 감탄한다.

햇살까지 부드럽게 들어오니,얼마나 눈부신지.. 

하늘빛마저 시리도록 푸르다.

겨울산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 쏟아진다.

 

 

 

 

고도를 높일수록 나타나는 풍경은 점점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 눈에 다 담아낼 수도 없고,더더욱 애석한건 이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할 재간도 없다는 것이다.

둘이서 번갈아가며 알 수 없는 괴성만 지른다.

 

 

매서운 북서풍은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눈기둥을 만들어냈고,

조금이라도 등로를 벗어나면 눈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어젯밤 내린 눈은 아직 사람의 발길을 타지않아 입에 넣을 수도 있을만큼 정갈하다.

내 발길 닿아 흔적을 남기는것조차 미안할정도로...

 

 

굵은 나무들은 깊이를 더하며 기품있게 서있고,

그 사잇길을 복에 겨워 걷는다.

이토록 황홀한 길이 그 어드메에 있으랴 싶다..

 

 

 

 

 추운데 산은 무슨 산이냐며 회한사라 먹자고 꼬실때는 언제고,

나보다 한 술 더 떠 앞서가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몽몽님...

 

 

 

 

 

 

1492봉에 가깝게 다가가며 시야가 넓어졌다.

능선은 넓고 부드러워졌다.

하늘은 아까보다 더 시리도록 파래졌고,가끔 구름이 둥둥 떠다니며 심심치 않은 풍경을 선사한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감탄사를 아껴뒀어야 했다.

첩첩의 산줄기가 너울거리고,거침없는 조망이 펼쳐져있는 1492봉 전망대..

그저 말문이 막힌다.

설악산,방태산,개인산 그리고 가칠봉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들..

 

 

이리저리 눈을 돌려봐도 거칠것 없는 풍경앞에서 추위도 잊는다.

옆에서 몽몽님이 산이름 짚어주는대로 시선을 돌리며 경탄하며 바라본다.

물밀듯 밀려오는 이 감동이라니...

 

 

우측으로 우리가 걸어왔던 한강기맥과 저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곳은 치악산 방향이라고..

 

 

 

 

 

계방산 1577m

 

마주오던 산객이 예고했던대로 과연 정상에서의 바람이 매몰차다.

그럼에도 하산을 서두르지 않는다.

하얀 산줄기들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에 추위도 잊었다. 

 

소계방산,그리고 오대산방향...

주목군락지 지나 이승복 기념관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발자국하나 없다.

몇발자국 옮기다 다시 뒤돌아온다.

 

햇살이 들락날락하니 더 드라마틱하다.

파란하늘이었다가 다시 어두워지고,다시 햇살이 쏟아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배고프다고 이제 그만 내려가자 할때까지 머물다 정상을 내려선다.

 

계방산의 명물,귀롱나무...

 

아까보다 더 새파래진 하늘에서 은빛가루가 흩날린다.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꿈결같은 길,설화 만발하게 핀 산을 속도 늦춰가며 걷는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하얀 산꼭대기를 보고 또 올려다본다.

 

 

 

전망대에 올라 또 한번 겨울 설악을 바라본다. 

오를때보다 시야가 더 좋아져 설악산이 더 가깝게 보인다.

 

 

 

 

 

 

 

산을 내려가면서도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오늘처럼 하늘을 많이 올려다 본 날도 드물 거다.

오늘처럼 가볍게 겨울산을 걸은것도 처음일 거다.

 

 

 

 

 

중턱쯤 내려와서야 환상의 눈꽃길은 끝이 나고,

눈길이었던 등로는 질퍽한 흙길로 바뀐다.

 

파란 하늘과 새하얀 눈꽃,그리고 시원한 조망까지 선물받은 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행운의 방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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