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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민주지산

 

산행일 : 2016년 1월 30일

산행지 : 민주지산

산행코스 : 황룡사-물한계곡-삼마골재-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쪽새골삼거리-황룡사

산행이야기: 지난주는 이래저래 좋다말았다.계획했던 한라산행이 기록적인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취소됐고,무등산행마저 귀신에 씌였는지 어이없게 전철을 잘못내려 엉뚱한 곳에서 뻘짓하는 바람에 그만 산악회버스를 놓치고 말았다.김 새버린 이 마음 채워주고 달랠곳은 역시나 산이다.다섯명이 모여 민주지산 산행팀을 꾸렸다.

 

영동에 다가갈수록 설경은 눈부시다.

창밖으로 언뜻언뜻 나타나는 하얀 봉우리에 환호하며 완전 들뜬 마음으로 황룡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눈앞에 펼쳐진 새하얀 세상은 마치 `하얀 동화나라에 온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듯하고,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이 급해 이미 산행준비를 다 마친 언니와 나,

다른분들을 뒤로하고 먼저 설국속으로 들어간다. 

 

황룡사

 

소복하게 눈쌓인 황룡사가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눈길한번 주지 않았던 곳이 이렇게나 고요하고 운치있을줄이야... 

 

 

 

포근한 날씨때문에 나뭇가지에 붙어있던 눈들이 마구 휘날린다.마치 흰눈이 오듯..

뚝뚝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맞으며 시원하게 쭉쭉 뻗은 전나무숲길을 꿈꾸듯 걷는다.

 

 

영락없이 기상청날씨와 꼭 맞아떨어진다.`점점 흐려짐`...

간간이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하늘이 보이는가 싶었는데,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점점 뿌옇게 바뀐다.

아이러니하게도 날이 뿌옇게 변할수록 나목가지에 얼어붙은 상고대는 점점 황홀해진다. 

 

삼마골재

 

계곡을 벗어나 능선에 올라선다.

시원한 조망,새하얗게 펼쳐진 능선,그리고 아름다운 눈꽃길을 그렸지만,욕심나는대로 다 가질 수는 없다.  

하얀 세상을 선물받은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한 날이다.

그 어느때보다도 아름답게 피어있는 상고대 핀 길따라 연신 탄성을 지르며 삼도봉으로 향한다. 

 

 

 

나무들은 하나같이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진 그림이다.

자연이 그려낸 수많은 그림을 보느라 걸음속도가 안난다.

 

 

 

 

 

가도가도 끝없는 설세계..

황홀감은 더해만간다.

홀린듯 설국속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삼도봉

 

삼도가 만나는 지점,삼도봉 도착..

헬기장에 쌓여있는 눈을 다져 밥터를 마련하고,난방텐트 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만두 세봉지를 뚝딱~~!

 

능선을 즐기며 충분히 걷기 좋은길..

눈길이 녹록지 않지만,하얗게 뒤덮힌 겨울숲을 신나게 걷는다.

하늘마저 파랬다면 어땠을까..아마도 오늘중으로 산을 내려가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한발짝 옮기면 다시 한발짝 미끄러지는 경사길이다.

밧줄을 잡고 낑낑 올랐더니,장갑은 축축하고 종아리가 뻑적지근하다.

 

 

 

 

석기봉

 

밧줄을 잡고 올라 석기봉에 선다.

장쾌한 하얀능선은 뿌연 안개속에 숨어 나타날 기미가 안보인다.

온화했던 날씨는 싸락눈까지 흩날리기 시작하며 더 뿌애진다. 

 

 

조금 긴장되는 구간이다.

조심스럽게 밧줄구간을 내려선다.

바위가 미끄러워 있는 힘껏 밧줄을 잡는다. 

 

 

또 다시 나타난 밧줄구간..

 

뒤돌아 바라보는 석기봉은 여전히 안개속에 있다.

 

끝난줄 알았는데 또 다시 나타난 밧줄구간..

1단계는 무사히 넘겼는데,지면과 닿기전 2단계 구간에서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엄마 나살려~~~ 

 

 

 

긴장되는 구간이 끝나고,다시 걷기 좋은길이 나왔다.

날이 포근하다보니 땀이 끊임없이 흐른다.

목에 두른 버프와 장갑까지 벗어버리고 나니,한결 가볍다.

 

 

 

 

민주지산 1241m

 

도마령을 비롯해 각호산,석기봉,삼도봉등 주변의 봉우리들을 굽어볼 수 있는곳..

잠시라도 하늘이 걷혀주기를 바랬지만,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

땀이 채 식기전에 쪽새골 삼거리로 내려와 황룡사로 향한다.

 

물한계곡에 닿자 아침에 봤던 눈세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흰눈 속에 파묻혔던 황룡사는 황량하고 쓸쓸한 산사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황홀한 눈꽃세상을 만나 수지맞은 날..

우리집 양반,죽전에서 픽업해준 덕에 편하게 귀가해 수지맞은 날..

수지언니가 직접 만드신 호두파이 한판 선물받아 완전 수지맞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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