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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덕유산(전북 무주)

 

산행일 : 2016년 1월 16일

산행지 : 덕유산 향적봉

산행코스 : 삼공리-향적봉-중봉-백암봉-오수자굴-삼공리

산행이야기:겨울의 한가운데에 있지만,꼬끝 쨍하게 춥지도 않고 변변한 눈소식조차 없는 요즘이다.주말,어딜갈까 고민끝에 덕유산으로 산행지를 잡아본다.왠지 그곳에 가면 겨울왕국을 만날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새벽 2시..알람소리가 쌍으로 울려대지만,둘 다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

알람소리를 끄고도 달콤한 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겨워`가? 말어?`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겨우 일어나 배낭을 챙긴다.

요즘,산에 대한 열정이 식은게 확실하다.예전엔 산에 가고싶어 안달이 나서 알람소리가 울리기도전에 용수철처럼 일어났었는데..

 

바닥에 쌓인 눈이 제법 많다.

올들어 처음으로 스패츠를 착용하고 무주구천동 계곡길을 오른다.

어두운 새벽길,들리는 소리라곤 우리 둘의 거친 숨소리와 계곡물소리뿐이다.

한시간을 바쁘게 걸어서야 백련사에 도착하고,숨돌릴새없이 장갑만 얇은걸로 바꿔끼고는 다시 또 바쁘게 걷는다.

빡센 오름길,걷다보니 시간은 흐르고 날은 서서히 밝아온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건 뭐? 겨울왕국...

 

 

용을 쓰고 걸었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져 향적봉에서의 일출은 놓쳤다.

애닳아하지말고 천천히 눈길 즐기며 오르라는 하늘의 뜻이었을까?

잠깐씩 보이는 하늘은 붉은 기운조차 없고 먹구름이 가득하다. 

 

향적봉으로의 마지막 계단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열리는 새파란 하늘..

이 또한 하늘의 뜻이었나보다.

너도 참 어지간히 극성이라고 덕유산신령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을 준비해놓고 있다.

커다란 사진기 들고 계신 어르신 이렇게 말한다.

기똥차게 시간맞춰 올라왔다고..

 

 

 

눈부신 햇살이 설원위로 쏟아지면서 사방으로 보이는 모든것이 눈을 뜨지 못할정도로 반짝반짝 빛난다.

향적봉은 눈속에 폭 파묻혔고,설원위에 피어난 꽃들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내려다 본 설천봉은 마치 `잃어버린 지평선`속 샹그릴라 같다.

 

이렇게나 한적한 향적봉을 본 적이 있던가?

이렇게나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하고 따스한 향적봉을 만난 적이 있던가?

사람들에 치이고 칼바람에 쫓기듯 내려왔던 이곳을 오늘은 너무나도 한가롭게 거닌다. 

하늘의 축복에 감사하며..

 

 

몽몽님은 대피소에서 커피한잔하고 가자고 했지만,못들은척 그대로 중봉으로 향한다.

햇살이 너무 따스해 행여라도 이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져버릴까 조바심이 났기 때문이다.

살짝이라도 건드릴라치면 우수수 흩날리는 눈꽃이라 조심스럽게 눈꽃터널속을 걷는다.

 

 

 

 

멋진 주목은 눈옷을 입어 더더욱 고고해 보이고..

바로 이 지점이 일몰 출사지로 이름난곳이다.

 

 

이른 아침,새하얗게 피어난 눈꽃이 정갈하기 그지없다.

길 위를 걷는 기분이 완전 황홀하다.

감동의 단어를 내뱉다가도 어느 순간은 왠지 숙연해지고 그렇다.

차오르는 감동으로 주체못하다가 다시 맑은 기운으로 채워지고 또다시 마음은 새하얗게 비워진다.

 

 

 

중봉에 올라서자 남덕유의 우람한 풍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 그리고 서봉까지 은백색의 설산이 차마 다가갈 수 없는 산인듯 신비롭게 펼쳐진다. 

 

여름날이면 범꼬리 한들거리는 곳..

어디 범꼬리뿐이던가..원추리에서부터 비비추까지 온갖 야생화들이 물결치는 곳..

눈꽃이 대신하며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원래 계획을 수정했다.

중봉에서 오수자굴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백암봉까지만 다녀오는걸로..

이만하면 만끽했으니 그냥 내려가자는 몽몽님 말을 또 귓등으로도 안듣고,무작정 중봉을 내려서니 마지못해 뒤따른다.

그러면서 내가 남덕유산까지 내달릴까 걱정됐는지 `딱 백암봉 까지만!`이라고 두번 세번 못박는다.

 

 

 

 

 

장쾌하게 펼쳐진 남덕유 라인을 품에 안으며 중봉을 내려선다.

이 아침,눈부신 덕유평전위엔 우리 둘 뿐이다.

햇살좋고,하늘색 예쁘고,바람이 없어 폭신한 융단위를 걷는거 같다. 

 

 

 

설경에 혼이 빠져있는동안 몽몽님은 어느절에 멀리 달아나버리고,

그러거나말거나 한참 뒤처져 세월아네월아 걷는다.

 

 

하늘은 점점 새파래진다.

길위에 알록달록 사람꽃이 필 시간도 머지 않았다.

곤돌라 운행시간이 가까워온다.

 

 

 

 

 

  

 

 

눈가루 흩날리는 광경또한 장관이다.

보석처럼 반짝이며 파란하늘을 수놓는다.

파란하늘,새하얀 눈,그리고 포근한 날씨가 삼박자가 되어 환상궁합을 이루는 날..  

 

 

 

너무 빨리 백암봉에 도착했다.

삿갓재에서 하루묵고 오는 산객들을 부러워라 쳐다본다.

어제까지만해도 바람불고 흐리멍텅한 날이었는데,오늘은 완전 복받은 날이라 그런다.

 

몽몽님이 잠깐 한눈파는 사이 백암봉을 잠깐 내려서 남덕유산을 침 질질 흘리며 바라본다.

그리고..내가 또다시 튈까 불안한지 바로 위에서 몽몽님이 철통감시한다.

남덕유로 튀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아까 몽몽님이랑 약속한것도 있고,밤새 운전하고 내려온 몽몽님한테 이러면 안되겠다싶어 억지로 마음접는다. 

 

 

 

 

눈에 띄게 눈꽃이 녹기 시작한다.

봄볕처럼 햇살이 포근하다.

 

 

덕유평전에도 사람꽃이 피기 시작했다. 

 

다른때 같았음 힘겹게 올랐을 이 길이 오늘은 발걸음이 가볍다.

파란하늘에 살짝 구름까지 그려지며 완전 그림같은 풍경이 되었다.

 

 

 

야속하게 중봉은 가까워오고,맘껏 만끽했는데도 여전히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다.

 

 

 

 

 

 

중봉을 뒤로하고 오수자굴로 꺾어진다.

진짜 오랜만에 걷는 길이다.

능선길 따르다보면 삼공리로 내려서고,이 길은 걸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오랜만에 왔다고 예쁜 눈꽃 기특하게도 녹지않고 남아있다.

앞에 보이는 눈길은 햇살이 눈부시고,뒤돌아보는 눈길은 파란하늘이 눈부시다.

 

 

 

 

오수자굴

 

넘칠만큼 아름다웠던 눈길을 한갓지게 걷고 내려와 역고드름 자라나있는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에 닿으니,

이제야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마구 몰려오기 시작한다.

 무주구천동 계곡길은 6.25 피난길이 연상될만큼 마주오는 산객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그 사이를 기분좋게 내려간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반대편 차선은 꽉 막혀 움직이지도 않는데,

내가 가는 차선만 막힘없이 달리는 바로 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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