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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오대산(강원 평창)

 

산행일 : 2016년 2월 14일

산행지 : 오대산

산행코스 : 상원사-비로봉-상왕봉-상원사

산행이야기:어젯밤 늦게 서석에서 은진이가 왔다.글쎄 듣도 보도 못했던 `세븐틴`이라는 아이돌그룹 콘서트를 보러 상경했다고..두 끼나 굶은채 티켓 구하려고 하루종일 줄서 기다렸다가 스탠딩티켓을 손에 넣었던 모양이다.그 열성으로 공부나 할것이지 참..고모네집이라고 찾아온 조카,밥이라도 한끼 따스하게 해먹여야겠고,산에도 가야겠고..난감하다..결국 내욕심 채우려고 새벽같이 깨워 원주까지 달려 터미널에 덜렁 떨구어 놓고는 오대산으로 튄다.   

 

산행 시작함과 동시에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전나무숲길을 통과할때만해도 눈속에 파묻힌 상원사를 만나겠거니~기대했지만,상원사도 중대 사자암도 뿌연 산릉속에서 휑하기만하다.

적멸보궁이 있는 불가의 산답게 중대 사자암 계단을 오르는동안 찬불가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긴 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나도 모르게 찬불가를 따라 부르고 있더라는...ㅎ

 

정상이 가까워도 바람은 거의 없고,날도 그리 춥지 않다.빙화는 커녕 눈꽃도 없다.  

기상청예보가 빗나갔네 어쩌네 하며 정상에 닿은 순간..

매서운 바람이 눈뜨기도 힘들만큼 몰아친다. 

입은 금새 얼어붙었는지 발음도 어눌해지는거 같다.

 

눈꽃과 상고대는 만발하지만,조망을 만끽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날이라도 좋으면 죽치고 앉아 구름이 벗겨지기를 바래보겠지만,강추위에 쫓기듯 정상을 떠난다.

 

 

무채색의 겨울숲이 근사하다. 

비로봉에 닿기전까지도 상상하지 못했던 분위기있는 겨울풍경이다.

 

사스레나무의 이 황홀한 눈꽃이라니...

하얀 피목이며 쭉쭉 뻗어올린 가지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다른 계절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겨울나무들의 멋스러움을 본다.

 

 

 

 

싸락눈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안개는 점점 짙게 밀려오고,바람 또한 장난아니게 불어댄다.

눈알갱이들이 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얼굴을 들기조차 어려워진다.

그래..이게 바로 진정한 겨울산행이지..오랜만에 느껴보는 겨울바람의 짜릿함에 정신이 번쩍든다.

 

 

 

겨울숲에서 윙~윙~소리가 난다.

키 큰 나무에서는 쩍~쩍~소리가 난다.

언젠가 겨울지리를 걸을때 났던 바로 그 소리다.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려 서로 부딪치고 얼음에 갈라지는 소리...

지리에서 들었던 나무의 울음소리를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했었는데,여기에서 듣게 되다니...

 

 

 

 

헬기장에 도착했다.여전히 시야제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에서부터 사스레나무 신갈나무등,다양한 나무들이 즐비하게 펼쳐진다.

갈라지고 부러져도 다시 또 새로운 가지들이 뻗어있는걸보니,그 생명력이 경이롭다.

오늘에서야 이곳의 나무들이 유독 거목과 노거수들이 많다는걸 알아챘다.

 

 

 

길은 순탄하게 이어지지만,매서운 바람은 나무숲 속속들이 파고든다.

카메라 잡은 손이 얼얼해 무감각해져온다.

이따금씩 햇살이 번져오는듯하다가도 다시 또 눈바람이 몰려온다.

눈보라가 일때마다 하얀 눈가루를 뒤집어쓴다.

그래도 거친 자연과 마주하는 지금이 좋다.

 

 

 

두번째 헬기장에서의 조망 역시 꽝..

 

 

뒤처져 머뭇거릴라치면 어김없이 바로 앞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 몽몽님..

이렇게 동행하여 다닐 수 있는것도 복이지 싶다..

 

 

 

자꾸만 고개를 처든다.

겨울나무에 반해서...

 

 

상왕봉

 

싸락눈은 그칠 줄 모른다.바람은 더 매섭게 불어댄다.

얼굴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눈알갱이들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대고 할퀸다.

 

 

 

 

 

이제 그만 눈산행에 대한 미련이 없을만큼 오늘 원없이 만끽하는 눈세상이다.

매서운 바람맛도 봤고,예쁜 눈꽃들도 원없이 봤다.

푹푹 빠지는 눈길도 걸었고,나무들의 울음소리도 들었다.

올겨울은 이걸로 됐다..

 

 

이 나무들을 기억해야겠다.

다른 계절엔 어떤 모습으로 서있을런지..

 

 

 

두로령 갈림길에 도착해서야 바람은 잔잔해졌다.

북대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집채만한 신갈나무를 지나 얼마안가 임도와 만나고,

지루한 임도길 버리고 지름길인 산길로 내려설까 하다가 흔적이 없는데다 가파른 비탈이라 편안하게 임도길을 따른다. 

 

 

잠깐 멈췄던 싸락눈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더 굵은 눈이 되어 내리고,

날이 어찌나 차가운지,윈도우 브러시를 움직일때마다 살얼음이 생긴다.

차가웠던 몸이 녹으며 저절로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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