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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알래스카 크루즈 (2)



삼일째 되던 날..

자고 일어나니 크루즈는 캐치칸에 정박해 있었고,새로운 타임존으로 들어서며 시차 또한 1시간 늦춰졌다.

안개로 휩싸인 캐치칸은 첫 기항지인만큼 더 기대감으로 가득차게 만들었고,아침먹자마자 서둘러 크루즈를 빠져나갔다. 

 



연어로 유명한 알래스카인 만큼 가는곳마다 연어요리 음식점들이 넘쳐났고,기프트샾 또한 즐비했다.

기웃거리며 구경하는것만으로도 무척 흥미로웠는데,크루즈가 운항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라 가는곳마다 큰 폭으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곳이 많았다.

캐리어도 작고 추위대비를 제대로 못하고 갔었던터라 보온이 잘되는 옷 두벌을 완전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는 도시를 건설한 사람들의 조각상이 19세기 골드러쉬 시절의 시대상을 반영해 주고 있었다.

유럽이민자들,광부,중국인 노동자들, 네이티브 미국인,그리고 이들을 노래한 어느 여가수..



다른 크루즈들도 속속 정박하면서 캐치칸은 관광객들로 넘쳐나면서 활기찼다.


연어가 회귀하는 길목이라는데,연어회귀철에는 연어로 가득하다고 한다.


버스로 한시간 가량 달려 인디안 특유의 마을을 볼 수 있는 토템공원 투어에 참가했었는데,

쉴새없이 쏟아내는 뚱뚱한 가이드 아줌마의 영어폭격에 정신이 막 혼미할 정도였다.

토템상을 단청한 기둥들을 그 모양마다 일일이 설명해주고,숲을 걸을땐 그곳의 생태환경과 수종들에 대해 설명했는데,

통 알아들을 수 없으니 공감할 수도 없고,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해지다보니,크루즈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선 자장가로 들려 꾸벅꾸벅 졸았다.  






 `자쿠지`안에 들어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동안 배는 서서히 다음 기항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녁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게와 새우를 다져놓은 요리를 주문했는데,등심 스테이크를 서비스로 주는 바람에 스커트 등짝에 붙어있는 지퍼가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먹어대고는 막 후회했다.

코밑에 점하나 붙어있는 3인조 싱어는 윙크를 날려가며 그 날도 열창을 했고,가라오케 무대에선 저마다의 노래실력을 뽐냈고,

극장에서는 `포시즌`이라는 4인조 남성그룹이 1940년대부터 유행했던 올드팝송을 너무나도 구성지고 흥겹게 불러 앵콜을 받았다.

옥상라운지에서는 밤마다 다양한 형태의 댄스파티가 벌어졌는데,그저 구경만 하는것도 어깨춤이 절로 났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날씨 또한 흐린날이 많았다.

아침이면 안개로 휩싸였고,비는 오락가락했고,갑판위에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바람과 파도가 거셌다.

어느날은 롤링이 너무 심해 몸이 휘청거리는 경우도 있었는데,그럴때마다 속까지 막 울렁거렸다.


두번째 기항지는 알래스카의 수도 `주노`였다.

1800년대 골드러쉬때 생긴 거대한 개척 타운인데,옛 시절 광부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선술집에서부터 각종 기념품 샾까지 다운타운가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꽤 솔솔했다.




주노에서 선택한 투어는 멘덴홀 빙하 가까이까지 걷는 4시간에 걸친 하이킹이었다.

레벨3에 해당하는 투어라 단 일곱명만이 투어에 참가했는데,오붓하고 조용히 걷기에 아주 그만이었다.

멘덴홀 빙하를 저멀리에 두고 시작한 하이킹은 열대우림의 울창한 숲을 통과했고,

숲의 향기와 공기는 두말할 나위없이 맑고 깨끗했다. 



이끼로 뒤덮인 자연 그대로의 숲이며 빙하 녹은 물이 계곡이 되어 시원하게 흐르는 소리에 저절로 몸과 마음이 정화되었고,

오랜만에 등산화 신고 폭신한 땅을 밟으며 숨 헐떡이며 걸으니 물만난 물고기마냥  신이 났다.

  



너무나도 어여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약간 거친길을 올라 멘덴홀 빙하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포인트에서 다시 되돌아 내려왔는데,

좀 더 가까이 갈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4시간에 걸친 하이킹이 끝나는 시점에서야 조금씩 안개가 걷히며 빙하로 둘러싸인 봉우리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노에 가면 꼭 먹어야 할 킹크랩은 명성만큼 정말 대박이었다.

킹크랩 다리 하나만으로도 양이 엄청났고,풍성한 속살은 입에 살살 녹았다.

 달달한 소스와 킹크랩 수프를 곁들여 먹었는데,궁합 또한 최고였다.




 지루할 줄 알았던 크루즈에서의 생활은 조금도 지루할 새 없이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매일 매일 배달되는 데일리 신문을 보고 내일 일정을 정하고,

기항지마다 서너시간씩 투어에 참가하고,

저녁이면 극장에서 열리는 다양한 쇼를 즐기느라 매일밤 곯아 떨어지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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