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알래스카 크루즈 (4)



바다 위에서 잠들고 바다 위에서 눈뜨는 크루즈에서의 생활에 완벽 적응해갔다.

도서관,미용실,운동시설,극장,어린이 놀이터에 수영장,카지노 시설까지 다 갖춘 크루즈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완벽하게 독립된 하나의 사회나 마찬가지였다.

한껏 릴렉스하다가도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 전엔 언제나 긴장과 설렘이 가득찼는데,

바로 이번 크루즈여행의 주목적이기도 했던 알래스카 빙하를 만나던 칠일째 되던 날이 그랬다.

비와 안개로 맞이했던 대부분의 날들과는 달리 그날따라 아침날씨는 유난히 맑았다.  



배가 점점  북쪽끝으로 다가가면서 주변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갑판위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별히 8층 뱃머리도 개방을 했었는데,거의 눈높이에서 빙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안개속에 숨어있던 신비스런 새하얀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낼때마다 감탄했고,

안개옷을 벗고 온전한 모습으로 나타나주기를 바랬다.





간절한 바램이었을까?

파란하늘과 함께 나타난 빙하산은

시선을 압도하며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 주었다.


고개돌리면 빙하녹은물이 폭포가 되어 흘러내리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고,

에머랄드빛 바다는 그림같이 빛났다.






다양한 색의 유빙들이 바다위를 둥둥 떠다녔는데,

운좋으면 유빙위에 앉아있는 혹동고래나 바다사자들을  보는 경우도 있다 그랬다.



오전에는 Johns Hopkins빙하를 보고 오후에는 북쪽 거의 끝까지 들어가 Margerie빙하를 보는 일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날씨가 도와준건 정말이지 큰 선물이었다.

벤쿠버에서 오셨다던 어느 노부부는 3번이나 왔었는데,그 날처럼 맑은 날은 처음이라고 했다.


빙하와 가까워지며 유빙들도 많아졌는데,햇살이 반짝이는 유빙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생각보다 빙하와 가까운 곳까지 접근했고,눈앞에 나타난 빙하의 실체는 보고도 믿겨지지않는 비현실적인 존재였다.




산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바다와 만나면서 사라져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어느하나 신기하지 않은것이 없었고,경이로운 자연현상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일은 정말이지 황홀하기 이를데 없었다.






뱃머리를 180도로 천천히 돌려갔고,

그 어느 방향에 서있더라도 멋진 광경을 고루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실내에서 두다리 쭉펴고 창을 통해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나처럼 계단을 오르내리며 수선스럽게 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도저히 가슴이 후당거려 한자리에 차분히 서서 바라 볼  수 없었다.







다시 두시간의 항해끝에 한시쯤 되어 빙하를 볼 수 있는 또한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글래시어 베이의 가장 끝지점에 있는 Margerie빙하..

바다색은 더욱더 아름다워졌고,빙하로 뒤덮인 산은 더욱 웅장했다.









빙벽의 붕락을 보고싶어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르릉쾅쾅하는 굉음을 내며 빙하가 무너져내렸고,그 소리는 천둥소리와 똑같았다.

한번뿐이 아니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다른 한편에서도 어마어마한 천둥소리가 났고,

그 광경은 정말이지 어메이징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후퇴하는 속도가 점점 빠르게 진행된다고 하는데,

그 현장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게 될줄이야...




또한번 배는 180도로 회전했고,

서서히 뱃머리를 돌려 빙하지대를 빠져나갔다.

빙하의 감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한동안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 날 점심은 2시가 넘어서야 먹게 되었는데,

미시시피에서 온 빙험아저씨랑 오션바에서 함께 했다.

소피아 선생님의 동양적인 미모에 반해,선생님을 보려고 매일 저녁이면 7층 로비를 배회했는데,

정치에 관심이 많아 주로 정치이야기를 나누셨다.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렸고,낮잠 한숨 자고 12층에 가든에 올라가보니,바다위로 쌍무지개가 그려져 있었다.

한눈에 다 넣기 힘들 정도로 아주 커다란 타원형이었는데,앞으로 남은 여정에 행운이 함께 할거라는 신호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빙하의 감동으로 가득찼던 그 날 저녁은 분위기 잡고 카네기홀에서 뉴욕스테이크를 먹었다.

그 날도 조카한테 빌려갔던 정장을 입었었는데,

그나마 안가져갔더라면 난감할뻔 했다.

모든게 자유분방했던 크루즈였지만,따로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는것도 아닌데도 저녁 정찬식사때만큼은 다들 정장을 차려입었다.



언제나 정찬으로 즐기는 식사시간은 1시간 반이상을 넘었다.

에피타이저 나오는 시간도 한나절,주요리 나오는 시간도 한나절,디저트 또한 한나절씩이나 걸렸고,

식사도중 식사는 괜찮냐,맛이 어떻냐,필요한건 없냐며 이것저것 묻는건 예사였다.

물을 달라치면 따뜻한 물이냐,얼음물이냐 꼬치꼬치 물어봤고,

물을 반쯤 마시면 어디선가 나타나 꽉 채우고 가곤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무척 성가셨는데,점점 이런 식사시간도 즐기게 되었고,

느긋하게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의 생활속으로 젖어 들어갔다.

'여행이야기 >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밴쿠버 (1)  (0) 2016.10.23
알래스카 크루즈 (5)  (0) 2016.10.20
알래스카 크루즈 (3)  (0) 2016.10.18
알래스카 크루즈 (2)  (0) 2016.10.18
알래스카 크루즈 (1)  (0) 201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