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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고성 운봉산 비박


산행일 : 2017년 2월 18일~19일

산행지 : 운봉산

산행코스 : 미륵암-머리바위-주상절리-정상(비박)-미륵암

산행이야기:이상하게도 비박산행을 갈라치면 날이 추워진다.지난주에도 그렇더니,이번주도 어김없이 줄곧 따스하던 날씨가 다시 또 추워진다는 예보다.그래도 짐꾸려 놨으니 나서봐야지...


가는 내내 새파랗던 하늘은 미시령을 넘자마자 회색빛으로 바뀌더니 눈발까지 마구 날린다.

회냉면 한그릇 먹고나니,언제 그랬냐는듯 하늘은 다시 맑아지고..

해파랑길 일부를 걷고 난 후,비박지로 오르려던 계획은 해파랑길 대신 성인대 등반을 하는걸로 변경된다.

변덕스런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변덕스럽다.


뒷짐지고 사부작 사부작 성인대에 오른다.

수바위에 올라 파란하늘 벗삼아 한참을 놀다가,다시 눈길을 걸어올라 울산바위 앞에 선다.

 


속초시와 그 너머로 동해바다 넘실거리고...

구름은 파도처럼 요동치며 마치 구름 위 산책을 하는거 같다.



처음엔 이곳을 비박지로 잡았었는데,운봉산으로 바꾸길 잘했다.

`야영금지`라는 플랭카드가 여기저기 걸려있는데다,오늘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몸이 휘청휘청거린다.


바람불고 추운날이라 하늘이 정말 예쁘다.

쨍하고 깨질 듯 맑고 파랗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들은 더욱 도드라진다.


긴 머리 휘날리며 바람을 온몸으로 받고 계시는 오십대의 청년...


성인대를 내려와 바닷바람 가르며 오늘의 비박지,운봉산으로 향한다.

미륵암을 들날머리로 하는 코스인데,끽해야 왕복 3킬로밖에 안되는 거리다.

하지만,비박지에서의 조망은 완전 끝내준다는 몽몽님의 말씀..  


간격이 고르지 않게 놓인 나무 계단을 오르자마자,조망이 탁 트이며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눈앞에 범상치 않은 바위덩어리가 떡 나타난다. 

이름하여 `머리바위`라고...


그러니까 저 바위가 운봉산의 명물인 머리바위렷다.

솔맨님은 에일리언 바위라 다시 명명한다.

몽몽님은 어느절에 올라 키스한번 날려주시고..


싸장님은 날씨 한번 끝내준다며 연신 사진 날려주시고..


겁없는 솔맨님은 바위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난리부르스를 추시고... 


그렇게 머리바위와 한참을 놀다 다시 길을 잇지만,남근석 앞에서 발걸음은 또 멈춰진다.


도대체 어느 바위가 남근석인지...

뽈록 솟은 저 바위? 누워 있는 저 바위? 아님 비스듬히 세워져있는 반질반질한 바위? 

결국 결론을 못내리고 각자 해석대로 판단한다.



원래는 소나무가 많은 산이라 그랬다.

근데,이십여년전의 산불로 인한 상흔은 아직까지도 여전하다.

나무들은 키가 작고,잡목들이 많다.



우측으로 난 길따라 얼마간 올라 주상절리를 찾았다.

잡목이 우거져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는곳에 희미한 길따라 잡목을 헤집고 들어서니,너덜지대로 이루어진 주상절리를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암석 덩어리들이 무너져 흘러내린 흔적은 어마어마했고,모양도 특이했다.



정상이 바로 지척에 있는듯 하더니,가파른 나무 계단이 끝없이 이어지며 아무리 낮아도 산은 산이란걸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아이젠을 꺼내야하나 말아야하나~고민될만큼 등로까지 미끄러워 무척 조심스럽다.

산이 낮다 우습게 봤다가 막판에 뒷통수 맞은 꼴이랄까?

 

운봉산 285m


사방으로 조망이 탁 트인 운봉산 정상..

대청봉,신선봉,황철봉에 이르는 설악의 모든 봉우리는 물론이고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비박지로 조금도 손색없는 곳..

우리집 앞마당에 서면,동해바다가 넘실거리고,

뒷마당엔 서면,설악의 준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울산바위는 손에 잡힐듯 가깝다.




운봉리 들판과 백도 해수욕장,그리고 동해바다...



별 쏟아지는 밤..

난방텐트 안에 덩치 큰 사람 넷이 몸 부대끼고 올망졸망 앉아 먹고 마시고 수다떠는 시간..

수다는 언제나처럼 완전 유치찬란한 대화들이다.

니가 나보다 더 뚱뚱하네..너 살 좀 빼라,몸매가 그게 뭐냐..뭐 이런식이다..ㅎ

밤이 이슥할수록 바람의 기세가 매섭다.

폴대가 바람의 세기를 못이겨 휘청휘청거린다.

텐트가 들썩거리기 시작하고,바람소리는 어마무시하게 들려온다.

오늘밤,깊게 잠들긴 글렀다.


밤새 바람이 요동치더니,새벽녘이 되어 잔잔해졌다.

`보라~동해의 타오르는 태양~~`을 기대했지만,먹구름을 뚫고 간신히 고개를 내미는 햇님.. 


밤새 잘 버텨준 2만원짜리 싸구려 난방텐트..

본전을 뽑고도 남은터라 밤새 날아가든말든 미련없다 그랬는데,비닐이 조금 찢어진거 빼고는 건재하다.

비닐이야 테이프로 부치면 그만이다.


오늘 아침은 사장님 담당..



선수들답게 일사불란하게 짐을 꾸리고..

정상은 아니온듯 말끔해졌다..



아무리 봐도 신통방통하게 생긴 머리바위..

마치 운봉리 마을을 수호신처럼 지켜주는것처럼 보인다.





짧지만 아주 인상깊었던 운봉산..

수많은 별 쏟아지던 밤이 다시 그립다.

집어 삼킬듯 요란했던 바람소리 마저 다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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