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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복계산 비박


산행일 : 2017년 3월 25~26일

산행지 : 복계산

산행코스 : 수피령-헬기장(비박)-정상-수피령

산행이야기:간만에 북알프스 멤버 모여 회포나 풀어보자며 비박을 계획했는데,정작 소집명령을 하신 큰형님이 일이 생겨 빠지시고..넷만 모여 복계산으로 나선다. 


소리없이 내리던 봄비는 광덕고개로 접어들자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꽃피는 춘삼월에 보는 눈이라 마음은 한껏 들뜨지만,한편으론 조금 심란하기도하다.

이렇게 궂은 날씨에 산위에서의 하룻밤이라니...하지만 또다른 마음 한켠으로는 눈속에서의 하룻밤이 조금 기대도 되고..

수피령으로 오르기 전,다목리 철물점에 들러 비닐 10마를 끊고,군인백화점에 들러 핫팩도 몇개 챙겨넣는다.


수피령에 도착했는데도 진눈깨비는 잦아들지 않고,앞이 안보일만큼 오히려 더 거세졌다.

일단,차안에서 날씨상황을 지켜보자며 한시간넘게 기다려보지만,날씨는 변함이 없다.

산으로 올라야하나,말아야하나..이것이 문제로다...

갈사람 손드세요? 딱 한사람 손 번쩍 든다.바로 나...

언제나처럼 무대포로 밀어 붙일거라는걸 아시기에 협상의 여지 또한 없다는걸 아시는 세 분..

한숨쉬며 슬슬 산행준비를 하시기 시작한다.

결국..4시 반이나 되어서야 산행을 시작한다.

복계산까지 2.5km정도니까 넉넉잡아 여섯시면 도착하겠지...


오를수록 눈이 제법 쌓였다.

안개는 점점 차오르고,눈발은 여전히 그치지 않는다.



임도를 돌고 돌아 산길로 접어드는 공터에 닿았다.

근데,어디가 어딘지 도통 분간이 안되고...

GPS로 방향을 잡아보지만,민통선 부근이라 그런가 정확하게 잡히질 않는다.

일단 산악회 리본을 표식삼아 산허리를 에둘러 가는 길을 택한다.



산허릿길이 무척이나 미끄럽다.

오른쪽 가파른 사면으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발끝에 모아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는다.

제대로 가고나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첫번째 헬기장에 도착하니 길이 두갈래로 갈라져 있다.

다들 귀신에 씌였던게 분명하다.

아무런 의심없이 일제히 좌측길로 방향을 잡았는데,한참을 오르다보니 위험천만한 바윗길이 나온다.

더이상은 진행할 수 없을거 같아 GPS를 잡아보니 반대방향일세..헐~~~촛대봉방향이었다..

아이젠을 찼는데도 미끄럽기 짝이없는 눈길을 설설기며 다시 첫번째 헬기장으로 돌아오니 진이 다 빠진다. 




등짝에 붙어있는 짐은 무겁고..길은 미끄럽고..눈은 쉼없이 내리고..

날까지 어둑어둑해져 오니 불안감이 마구 몰려온다.


드디어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오늘의 비박지...

컴컴해지기전에 도착한게 얼마나 다행인지..

한숨 돌릴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설치한다.

잠자리까지 다 마련해놓고나니,여덟시가 넘었다.


텐트위로 눈이 소복소복 쌓여 금세 하얀 집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설중비박을 이렇게 얼떨결에 해보게 된 셈..

쌓여가는 눈을 바라보며 이제야 맘놓고 술잔을 부딪힌다..


밤새 대남방송이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 어쩌구 저쩌구...남조선 괴뢰 어쩌구 저쩌구...

눈은 왔어도 봄이라고..종달새들이 지저귀며 아침을 깨운다.

포근한 이 아침..아침해는 숨었고,대성산 아래로 운해가 흘러내린다.



새벽녘에 멧돼지가 다녀갔는지,사방으로 멧돼지 발자국 흔적이 선명하고,

간간히 멧돼지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침운동삼아 정상이나 다녀와야지 했는데..

운동이랄것도 없이 5분정도 걸으니 바로 복계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삼월에 만나는 겨울산이 너무나도 근사하다. 



복계산 1057.2m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산..

밤새 들려온 대남방송으로 최북단이란걸 완전 실감했다.



비닐을 바닥에 깔아 그 위에 집을 지은건 신의 한 수였다.

침낭안에 핫팩 두개를 넣어놓은것 역시 신의 한 수였다.

큰 추위없이 참 따뜻한 밤을 보냈다. 





대성산이 코앞에 보인다.

그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바로 북녘의 산이라고...

경계없이 넘나드는건 저 구름바다밖에 없으리라.. 





아침을 다 먹고나서도 산등성을 타고 흘러내리는 운해는 여전하다.

이제..다시 짐꾸려 산을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길이 미끄러우면 어쩌나~지레 겁먹었는데,생각보다 수월하게 산길을 내려선다.



어제 설설기며 올랐던 길도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한다.



정상을 올려다보니,안개로 자욱하고,

숲은 분위기 좋은 안개숲이 되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복계산에서의 1박 2일은 또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좋은 사람들과의 하룻밤은 또 이렇게 단단한 추억으로 남는다.. 


모데미풀


광덕고개를 넘어오며 잠깐 들른 광덕계곡에서 만난 모데미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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