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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장수 팔공산 비박


산행일 : 2017년 4월 1일~2일

산행지 : 장수 팔공산

산행코스 : 서구이재-헬기장(비박)-정상-서구이재

산행이야기:이번주는 남쪽바다의 봄햇살을 맞으러 가고 싶었는데,이래저래 구색맞춰 딱 떨어지는 비박지를 정하기가 여의치않아 검색만 하다가 장수 팔공산으로 떠난다.


장수시내에 들러 다슬기수제비 한그릇씩 먹고나니,비가 내린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궂은 날씨속에 하룻밤 묵게 생겼다.

비닐 만원어치를 끊고는 팔공산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단코스인 서구이재로 향한다.


버들강아지꽃 예쁘게 피어있는 서구이재..

다행히 소리없이 내리던 봄비는 그치고,햇살도 간간히 나온다.

정상까지 2.4km..거리도 딱 좋다.천고지 넘는 정상을 거저 먹는 거리다.


양옆으로 산죽이 쭉 이어져있는 길사이를 폭신폭신한 낙엽을 밟으며 오른다. 



200m쯤 올라 오계치와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니,가을분위기 물씬 나는 억새숲이 나온다.

저만치에 목적지인 철탑도 보인다. 



무거운 등짐지고 오르기엔 딱 좋은 길이다.

소담스럽게 난 길따라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2시간쯤 걸려 도착한 곳..

사방으로 막힘없이 탁 트인 곳이지만,여유있게 산을 내려다 볼 겨를이 없다.

마치 우리가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은 우박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일단은 잠자리 먼저 마련해놓는게 우선이라,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4월에 눈이라니...

역시 1000m넘는 산다운 화끈한 날씨다.


새로 장만한 쉘터..

허리 쫙 펴고 밥한번 먹어보겠다고 장만한 쉘터는 널찍해서 좋긴한데,무게가 쪼까 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눈이 잦아든 틈을 타 200m정도 떨어져 있는 정상을 다녀온다.

하지만 안개로 인해 아무것도 안보인다는거..



산날씨 참 종잡을 수 없다.

안개로 꽉 차 있던 날씨는 늦은 오후가 되자 싸악 걷히더니,파란하늘을 선사한다.

그새 텐트위로 쌓였던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드러운 오후빛에 물든 하늘이 예쁘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더 예쁘다.

웃으니까 더 예쁘다.

세상 행복하게 웃고 또 웃고..

뭣때문인지도 모르고 그냥 막 웃는다.




하늘은 청색으로 바뀌고 그림자는 길어지고,노랗게 빛이 발산하는 시간..

하늘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아래서 다 큰 어른들이 나이를 잊고 발악을 한다.

재주도 부리고,뜀박질도 하고,전위예술도 하고....

 


눈썹모양의 초승달이 머리위로 떠올라서야 정상을 내려선다.


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여섯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전에 잠이 깼다.

꽤 추웠던 밤이었다.

텐트문을 여니,장수시가 운해로 뒤덮여 있다.

호들갑 떠는 소리에 일행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텐트위로 생긴 살얼음으로 어젯밤 날씨를 가늠한다.

바람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찌됐든..산너울을 발아래 두고 서있는 지금 이 아침이 너무 좋다.




순식간에 햇님은 솟고..

짧은 순간 강렬하게 빛을 발산하고는 이내 조금씩 사그러든다.



유치찬란한 놀이도 해보고...





구름 위 그림같은 우리집..




아침햇살이 참 좋아 금세 장비들이 마른다.

역시나 가장 오랫동안 말려야하는건 공동 쉘터다..


하룻밤 지낸 동지들...


땅이 적당히 젖어있어 미끄럽지도 않고 질퍽거리지도 않아 딱 좋다.



산을 내려오니 10시 반..

여기까지 왔는데,그냥 곧장 서울로 올라갈 사람들이 아니지..

화엄사 홍매화가 지금 한창이라던데..

그럼..구례로 갑시다~~~


화엄사 홍매화


한번 걸린 발동은 멈추질 않는다.

여기까지 왔는데,회한사라 먹고 가야 한다고 또 의기투합해 순천으로..

지난번 풍님 블로그에 소개되었던 그 횟집을 꼭 가야한단다..

장수에서 구례로,다시 구례에서 순천으로 가서 결국은 회한사라 걸팡지게 먹는다.

여기서 끝?? 이제 집으로??

영취산 진달래가 막 피기 시작했다던데 말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 말입니다.

못말리는 세사람은 결국 영취산에서 하루 더 묵기로 하고,

싸장님 두분만 서울로 향하신다..

아,진짜..아무도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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