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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명성산 비박


산행일 : 2017년 6월 17일~18일

산행지 : 명성산

산행코스 : 용화저수지-약사령능선-삼각봉삼거리(비박)-정상-느치계곡-용화저수지

산행이야기:오랜만에 비박짐을 꾸린다.새로운 비박지를 물색하다 명성산으로 낙점했다.다만 무더위에 비박지까지의 오름길이 조금 만만치 않을거 같다.


삼부연폭포


원래 계획했던 들머리는 산안고개였다.

하지만,막상 들머리에 도착하고보니 경사도가 장난아니다.

그제서야 예전에 거친 길 가파르게 내려섰던 기억이 난다.

거리는 좀 되지만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는게 낫다고 판단해 용화저수지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이동하는데,

소 뒷걸음치다 쥐잡는 격이라더니,가는길에 우연찮게 삼부연폭포를 만난다.

요즘같은 가뭄에 풍부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보니,할 수만 있다면 바짝 마른 논과 밭으로 끌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마을길을 지나 산길로 들어서자 하늘을 다 가릴만큼 우거진 숲길이 나온다.

사람 발길 타지않은 길이라 군데군데 숲을 헤쳐가며 걷는다.



두번의 쉼터를 지나고,울창한 숲을 꾸준히 오르다보니 왼편으로 각흘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각흘산의 랜드마크인 나홀로나무도 식별가능할 정도다. 

가을이면 산구절초 이쁘게 피고,겨울이면 시원하게 펼쳐진 방화선이 이국적인 곳..

젤처음 눈에 푹푹 빠져가며 저 능선을 걸었을때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바람좋은데 쉬어갑시다..

나뭇가지에 걸어둔 누구 모자에선 방금 빨아 널어둔 것처럼 땀이 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얼음물을 마셔대도 갈증해소엔 역부족이다.

이 때 솔맨님 배낭에서 나온건 뭐??

살얼음 동동 뜬 1.5리터 환타 한병..헐~~

타이밍 또한 어쩜 이렇게도 절묘한지..

딱 알맞게 녹아있는데다 다들 당보충이 필요했던 타이밍이었다.

공교롭게도 딸랑 500ml환타 챙겨오신 샷님은 민망해서 꺼내지도 못하겠다 그러신다.ㅎ

남다른 솔맨님의 스케일에 졸지에 쪼잔한 싸장님이 되셨다..



답답한 숲길을 2시간 넘게 걸어서야 약사령능선에 붙었다.

장쾌하게 펼쳐진 능선위에 올라서니,이제서야 숨통이 트인듯 시원해진다.


초록능선과 함께 시야가 확보되니 걸을맛 제대로 난다. 

바람도 간간이 불어 흐른땀을 씻어준다.




언제 걸어도 참 매력적인 능선이다.

오늘은 땅이 촉촉해 먼지도 없다.

올가을에 다시한번 걸어봐야지...





시간이 갈수록 연무가 심해져 시정이 좋지않다.

각흘산이 뿌옇게 실루엣만 보인다.

비박지도 생각만큼 금방 나오지 않는다.

산행시간 3시간이 넘어가니 등짐이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삼각봉 삼거리에 도착하며 등짐을 내려놓는다.

노랗고 파랗고 빨간 텐트를 일렬로 쪼르르 세우고,식당용으로 쓸 그늘막텐트도 한동 세운다.

솔맨님은 배낭에서 수박한통을 통째로 꺼내며 또한번 우리를 놀래키시고,

샷님은 하필이면 또 수박을 썰어서 가져오신 바람에 비교된다며 또한번 민망해하신다.



정상가는길에 회목나무를 만났다.

깜짝놀라 흥분한 나머지 옆에 있는 솔맨님 팔죽지를 마구 때려댔다.

참 예쁜 꽃이다.

이 문양을 그대로 따서 귀걸이 만들면 딱이겠다.  





명성산 923m


참 오랜만에 밟는 정상이다.

명성산에서 각흘산까지 걸을땐 갈림길에서 불과 300m정도밖에 안되는 거리인데도 그냥 지나쳤었다.



여름날의 비박은 해가 길어 여유롭다.

헬리녹스 의자에 앉아 저녁공기 마시며 부드러운 저녁빛을 바라보는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삼각봉에 올라 궁예봉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연무가 심해 좀 싱겁게 해가 넘어간다.



밤이 되자 연무가 걷히며 하늘가득 별이 채워졌다.

믿거나말거나 샷님이 일일이 칼집내어 가져오셨다는 벌집삼겹살을 남김없이 해치우고,

몽몽님이 우주의 기운을 모아 모아 정성다해 지은 밥도 완판이다.

역시나 먹방 하나는 끝내주는 드럼통멤버들이다.


풀벌레 소리 낭만적으로 들려오는 밤이다.



한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밤기온이 아주 딱이었다.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

4시 반에 맞춰놓은 알람소리를 듣고도 한참을 뒤척이다 나오니,새벽분위기 참 근사하다.

겹겹의 산줄기 사이로 옅은 운해가 그림처럼 얹어져 있다.






조금씩 하늘이 붉게 물드니 산그림은 더 분위기 있어진다.

해뜰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햇님은 구름속에 숨어있더니,얼마안가 모습을 드러낸다.






샷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별 희한한 새들이 다 설쳐대는 아침이다.

가만 귀기울여보면 정말 다양한 새들이 노래한다.

역시나 목청좋고 음률 확실한 새는 `홀딱벗고새`다.

바로 아래 골짜기에서는 엊저녁부터 계속해서 멧돼지가 울어댄다.

이러다 언젠가 멧돼지와 조우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 다시 취침모드..

나는 몽몽님 깰까봐 들어가지도 못하고 텐트주변을 서성인다.

회사일이 너무 바뻐 일주일 내내 귀가시간이 보통 열두시 한시였다.

집에서 쉬고 싶은 사람 끌고 왔으니,잠이라도 푹자게 하려는 나의 갸륵한 배려심이라고나할까?? ㅎ




아침햇살이 강해 더이상 텐트안에 머무를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텐트안이 후끈 달아오른다.

아침을 먹고나서 짐을 꾸린다.언제나처럼 일사불란하게 척척..


단체사진 한장 남기고 산을 내려선다.



어제와는 달리 하늘 참 눈부시고 맑다.

마치 가을날씨같다.




방화선따라 하얗게 벗겨진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햇살이 눈부셔 선글라스를 끼었는데도 눈을 가늘게 뜬다.



어제보다는 좀 선명하게 그려지는 각흘능선..




나의 든든한 산동무들..

함께 호흡하며 걷고,즐거운 하룻밤을 보내고,함께 맞이했던 새벽은 어느새 추억의 한페이지가 되었다.

켜켜이 쌓인 추억중에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삼거리에서 느치계곡으로 내려선다.

넷다 초행길이다.



마치 정글속을 누비듯 길이 안보일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뱀이라도 밟지 않을까 나뭇가지에 얼굴이 긁히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길이다.


아주 깊은 오지에 와있는듯 숲은 제멋대로의 원시림이다.

길은 울퉁불퉁하고,군데군데 쓰러진 나무들도 많은데다 거미줄까지 헤쳐야한다.

명성산이 풍채가 큰 산이란걸 오늘에야 실감한다.

`명성산`하면 억새밭과 연결되는 선입견을 깨는 순간이다.

산을 가봤다고 그 산을 안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며 내려오다 우측능선으로 붙으며 어제 올랐던 길과 합류하고,

마지막 물한방울까지 싹 비워내고 나서야 용화저수지 날머리에 도착한다.

 슈퍼가 나오자마자 딸기우유 500ml를 숨도 안쉬고 들이키고는 그것도 모자라 사이다한캔을 원샷하고나니 그제야 갈증이 해소된다. 

어제오늘 땀한번 제대로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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