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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덕유산(영각사~안성)


산행일 : 2018년 1월 13일

산행지 : 덕유산

산행코스 : 영각사-남덕유산-삿갓재-무룡산-동엽령-안성탐방센타

산행이야기:겨울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덕유산..때마침 눈이 많이 내렸다 그런다.멋진 설경을 기대하며 산악회버스를 탄다.


겨울산행 무리하고 싶지 않아 황점마을에서 시작해 삼공리까지 걸을 계획이었다.

하지만,영각사에서 옛도로를 이용해 황점마을로 향하던 버스는 제설작업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남령고개 어디쯤에 덜렁 우리를 내려놓는다.

몇몇사람이 황점마을로 통하는 또다른 도로가 있다고 피력해보지만,이넘의 대장님은 들은척도 안하고...

얼떨결에 버스에서 내려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고는 도로를 걷기 시작하는데,영각사 들머리까지 거의 1킬로 가까이 된다.

새벽부터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됐을 도로까지 걷고나서야 영각사 들머리에 닿고나니,진이 다 빠진다.


눈이 진짜 많이 내렸다.

무릎까지 빠지는건 예사고,축 늘어진 나뭇가지를 건드릴때마다 눈을 뒤집어 쓴다.설상가상으로 예보에도 없던 눈발까지 날린다.

그래도 다행인건,우리보다 먼저 영각사를 출발한 이들이 러셀을 해놓아 수고로움 하나를 덜었다는것..


남덕유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철계단에 이르니,눈바람이 장난아니다.

눈을 뜨지 못할정도로 강하게 불어대니,까딱 잘못했다가는 난간너머로 떨어질 수도 있을거같아 최대한 긴장하며 통과한다.

힘겹게 남덕유산 정상에 올라서지만,초강력 바람에 쫓기듯 내려선다.

이 후,내림길은 좀 수월할꺼라 생각했지만,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거의 봅슬레이 타는 수준으로 엉덩이썰매를 타며 육십령과 이어지는 능선까지 미끄러진다.


이제야 날이 밝았다.

어딜 둘러봐도 새하얀 색채외에는 아무 색도 없다.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따로없다. 



긴장의 연속이다.

내리막도 오르막도 느슨한 마음으로 걸을 수 없다.

눈은 푹푹 빠지고,눈보라는 사정없이 치고.. 



눈폭탄이라는 표현이 딱 옳겠다.

어마한 눈길에 말이 안나올 정도다.

날씨는 또 왜 이 모양인지..

도무지 햇님이 나올 기미조차 안보인다.잿빛하늘에 눈꽃들만 화려하게 뽐낸다.





여전히 눈발은 그치지 않고..

눈길 걷느라 다리는 점점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진다.

속도가 나지 않는건 당연지사..

어디 쉴만한 곳도 마땅찮아 꼼짝없이 삿갓재까지 걷게 생겼다.



날이 맑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눈꽃은 더할나위없이 아름답지만,회색하늘이라 빛을 발하지 못한다.



삿갓재는 왜이리도 안나오는건지..

눈길 발걸음이 더디기만하다.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옆으로 넘어지고 온갖 생쑈를 다하며 내려와 드디어 삿갓재에 도착한다.아홉시가 넘은 시간..

허겁지겁 아침밥을 쑤셔넣고,꿀차까지 따뜻하게 넘기고나니 좀 살만해지는데..

지금부터 걸어갈 길을 생각하니,앞이 깜깜하다.

일단은 가는데까지 가보기로하고 다시 출발~~




간간이 햇빛이 비추다가도 다시 잿빛으로 바뀌는 하늘..

오늘 파란하늘 보기는 글렀다.

그래..하얀 세상에서 실컷 걸어보자..

이런 눈길 걷는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가끔 만나는 내리막길이 점점 살벌해진다.

자칫 제어에 실패하거나 발을 헛디뎠다가는 저 멀리 산등성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신경 바짝 쓰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무겁다.





또한번 힘깨나 쓰고나서야 무룡산에 올라선다.

동엽령까지 4.2km..

좀처럼 속도 낼 수 없는 오늘같은 날은 2시간을 넘게 걸어야 도착할 수 있을거 같다.

이쯤되니 눈길이 점점 징글징글하게 보인다.

이제 어디가서 눈타령하지 말아야지...ㅎ


계단은 계단의 기능을 잃고,그대로가 봅슬레이 A코스다. 

이런 길은 엉덩이 썰매타고 내려가는게 제일이다.

건설이라 눈이 들러붙지 않아 훌훌 털어내면 그만이다.





앞선이의 발자국을 따르다보니 등로를 벗어나는일도 예사다.

하지만 별 도리가 없다.

러셀할 엄두가 안나니 그대로 산죽을 헤치고 나뭇가지 긁혀가며 앞선이의 발자국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눈길을 즐기는 단계를 넘어섰다.

전투적인 자세로 이 상황을 어여빨리 벗어나는게 관건이다.




오늘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할만한 산행을 하는구나..

지금이야 두번 다시는 겨울덕유를 찾지 않겠다 다짐하지만,또 언제나처럼 또 잊고 다시 찾게 되겠지..



설국속에 갖힌 우리 세사람..

서로 말건넬 기운조차 없어 그저 말없이 묵묵히 앞만 보고 전투모드 걷는다.




동엽령까지의 거리가 왜케도 멀고도 먼지...

여전히 미끄러지고 자빠지기를 반복하며 오르내린다.






동엽령에 도착하니 1시 20분..

5시 반까지 삼공리로 가기엔 좀 빠듯한 시간..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무조건 버스는 서울로 출발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터라 그만 여기서 탈출하기로 결정한다.


삼공리까지 다 걷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이렇게나 마음이 편한것을...

여유있게 안성탐방센타로 내려와 택시를 불러 삼공리까지 이동한다.

욕심을 버린 덕분에 시간이 넉넉해졌고,소주한잔 마시며 뒷풀이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조건 5시 반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고성끝에 결국 여섯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몇사람을 떨구어 놓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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