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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한계령-소공원)


산행일 : 2018년 8월 21일~22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대청-소청(1박)-희운각-소공원

산행이야기:바락바락 기를 쓰며 극성을 부리던 무더위가 좀 누그러지자 설악의 가을이 보고싶어진다.지난번 바람꽃 보러 갔다가 더위먹고 혼쭐났던 기억은 어느새 잊고 금강초롱을 만날 생각만 가득차니 정말이지 이 넘의 고질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것 같다.


새며느리밥풀


안개비 내리는 한계령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바람까지 요란하게 불어대니 산행길 시작하는 마음이 심란하다.


안개로 인해 시야는 완전 제로고..

흠뻑 젖은 산길,마땅히 쉴곳도 없어 쉼없이 오른다.


흰잔대


금강초롱


가는길 내내 금강초롱이 곳곳으로 피어 시선을 끈다.

물기 머금은 보랏빛 꽃송이,청초하기도 하여라~~



한계삼거리에 다다르지만,여전히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

오늘은 `보는 것`보다는 `걷는 것`에 집중하라는 하늘의 뜻이려니... 


안개속 산행에서 하는거라고는 바람소리 들으며 오로지 걷는것과 간간히 나타나는 꽃들과 눈맞춤하는것 뿐이다.



안개가 온 산을 뒤덮긴 했어도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바람이 잘 불어주는 것도 다행이다.땀이 흐를새가 없다.

배낭안엔 아직도 물 1.5리터가 그대로 있다.


미역취와 새며느리밥풀꽃이 한데 어우러져 꽃밭을 이루고 있다.



늦더위가 아무리 기세등등했어도 설악의 가을은 이렇게 찾아왔다.

투구꽃에 진범,그리고 새하얀 구절초까지 등로 가득 가을꽃들 만발하다.



중청대피소가 가까워오자 바람이 더욱 거세지며 대청봉의 안개를 이리저리 밀어내기 시작한다.

 

산장을 나서는 발걸음을 자꾸 주저한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고막을 울릴만큼 무섭기 때문이다.마치 한겨울 삭풍소리 같다.

그래도 대청봉은 찍고 가야지...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바람이 무섭게 불어댄다.

휘청거리며 대청봉을 오른다.

간간히 파란하늘이 보여지며 탄성을 질러보지만,이내 하얀세상으로 바뀌고..


오느라 수고했다며 저아래 속초바다며 시원한 산줄기들을 살짝살짝 보여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잠시도 눈을 못떼며 정상에 머문다.

바위위에 오를땐 최대한 몸을 낮춰야 한다.

옆사람과 대화가 안될만큼 바람소리가 장난아니다.





설악의 금강초롱은 유난히 색감이 짙다.

이걸 보러 또 여기까지 올랐다.




정상을 내려오니 다시 안개가 산을 뒤덮는다.


오늘 날씨 참 스펙타클하다.

도무지 걷힐것 같지 않았던 안개는 소청으로 가는 동안 조금씩 걷히더니 급기야 햇살까지 따갑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설악의 날씨는 언제나 예측불가다.



오늘의 목적지,소청에 다다르니 거짓말처럼 하늘은 맑게 개였다.

속초바다며 울산바위가 손에 잡힐듯 가깝다.

마당에 앉아 축축해진 배낭이며 옷가지를 널어놓으니 금세 뽀송뽀송해진다. 


솔맨님은 요즘 정신을 딴데 팔고 계신가보다.

기름 잘 빠지는 멀쩡한 백마 후라이팬을 두고,엉뚱한 후라이팬을 가져오셨다.

본인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신다.

덕분에(?) 우리는 기름 세례를 받아가며 튀김삼겹살을 먹게 되었고,솔맨님은 언니와 나의 온갖 쿠사리를 다 들으며 열심히 기름을 닦아내시는 수고를 하셨다는것.. 

그럼에도 산에서 먹는 음식은 언제나 꿀맛!! 

한점 두점 먹다보니 한근 반을 셋이서 후딱 해치운다.




저녁하늘이 참 곱다.

배도 부르겠다,소화도 시킬겸 소청을 오른다.

햇님은 먹구름속으로 금세 사라졌지만,석양빛은 꽤 오래 붉은 빛을 발산한다.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든 시간,저 언덕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아니면 나를 해치러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이 때는 선과 악도 모두 붉을 뿐..바로 지금이 `개와 늑대의 시간`이 아닐런지..

석양빛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아름다워 시야가 흐려진다.




산객이 별로 없어 산장안이 조용하다.

8시쯤 되어 누웠는데 금세 잠이 들어 새벽녘까지 단잠을 잤다.


공룡을 넘을 생각에 채 꺼지지않은 속초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서둘러 산장을 나선다.

어제는 일몰빛에 이끌려 가볍게 올랐던 소청봉이 오늘은 발걸음이 잘 안떨어질 정도로 몸이 한없이 무겁다.



희운각을 내려서는 동안 햇님은 떠오르고..

어제의 그 세찬 바람은 오데로 갔는지,오늘은 바람 한점 없이 아침부터 후텁지근하다.

땀을 한바가지나 흘리고서야 희운각에 도착하니,이 날씨에 공룡능선을 넘는다는건 무리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자리잡는다.


솔맨님은 혼자 공룡으로 가시고,언니랑 둘이 세월아 네월아~하며 천불동계곡길을 걷는다.

욕심 버리니 몸뚱아리가 이렇게나 가벼운것을~~ㅎ


언니가 뜬금없이 묻는다.

행복이 무어냐고..

건강 허락되어 이렇게 나 좋아하는 산길 누비며 다니는게 행복이라 그러고..

언니는 행복은 언제나 `마음먹기`에 달려있는거 같다 그런다.

언니는 요즘 마음 수련을 하고 계시는갑다.




스치기만해도 푸른물이 들것같은 계곡물은 보기만해도 청량감을 준다.

늘 시간에 쫓기며 조급하게 걸었던 계곡길을 모처럼 여유있게 걸으며 계곡을 맘껏 즐긴다.





여유있게 산행을 마무리하고는 시원한 맥주 한캔 마시며 쎄빠지게 공룡능선을 넘어 올 솔맨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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