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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한계령~백담사)


산행일 : 2018년 6월 19일~20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대청-소청대피소(1박)-봉정암-백담사

산행이야기:설악산과 바람난 두 아줌마,다녀온지 일주일도 안되어 또다시 설악산을 찾는다.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뻔 했다.

시간이 다 되어도 버스가 움직이지 않아 이상하다 했는데,알고보니 엉뚱한 승강장에서 아줌마 수다떨며 맥놓고 기다리고 있었던거다.

곧 떠나려는 버스에 부랴부랴 오르고도 엉뚱한 짓은 이어진다.

승강강번호를 좌석번호로 잘못 보고는 제대로 잘 앉아있는 승객한테 우리 자리니 비켜달라 그런다.

나이가 들긴 들었는갑다.

멀쩡히 잘 하다가도 가끔 애먼 짓을 한다.


일주일새 회목나무 꽃은 더 풍성해져 있다.

잎 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이 무려 세개까지 있는것도 보인다.




꽃개회나무 꽃송이도 지난주에 비해 황홀하리만치 탐스럽고,향기는 더욱 진하게 풍긴다.


급할것 하나 없는 산행길,쉬엄쉬엄 걸어 두시간만에 한계삼거리에 도착했다.

시야는 맑지 않다.하지만 볕이 강하지 않고 바람이 시원해 산행하기 참 좋은 날이다.


꽃향기 강하게 풍겨오면 등로 주변에 어김없이 꽃개회나무나 정향나무가 나타난다.

여름꽃 피기 전이라 조금은 밋밋한 산길,꽃향기 맡으며 심심치않게 걸으라는 하늘의 뜻이려니... 




함박꽃 지고,부게꽃나무 한창인 지금..

혹시나 노랑만병초가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걷지만,눈에 띄지 않는다.



역시 설악~~!

이 웅장함과 강건함을 그 무엇에 비할까? 

고도를 높일수록 내려다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금새 사람마음이 달라져 볕이 강해도 좋으니 시야가 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산행내내 꽃내음 가득하다.

코를 벌름거리며 있는 힘껏 호흡한다.

탐스러움의 정도가 어느 봄날 개심사에서 보았던 왕벚꽃에 견줄만하다.

앞으로 6월이 되면,설악의 이 꽃향기가 그리워지겠다.

5월이 되면 귀때기청봉의 진달래꽃밭이 그립고,7월이 되면 대청봉의 바람꽃이 그립듯...



최고의 군락지를 지날땐 한동안 멍하니 멈춰선다.

이렇게 매력적인 꽃을 이제사 알아봐 미안할 정도다.



곳곳으로 세잎종덩굴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준비하고 있다.


끝청에 오르니 바람맛 죽여준다.

금새 한기가 돌 정도로 땀이 단박에 식는다.




어느 한구간에서는 늦둥이 참기생꽃이 어여쁘게 피어 시선을 끈다.



대청봉이 지척으로 다가왔다.

느림보걸음으로 왔더니,무려 여섯시간이나 걸렸다.


박새



참 정겨워 보이는 중청대피소..

참 무수한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나의 힐링의 장소로 오래도록 남아있었음 하는 바람이다.




중청에서 대청에 이르는 꽃밭이 궁금해 소변도 꾹 눌러 참고 대청을 오른다.

제일 먼저 만주송이풀이 반긴다.

화려하게 현혹시키는 꽃은 아니지만,이 곳 설악에서만 있는 귀한 꽃이다.

만주송이풀 세상이라 할 정도로 숲속 가득 노랗게 꽃을 피워내고 있다.


범꼬리도 피었다.

세찬 바람 이겨낸 범꼬리라 그 어느곳 보다도 토실토실하고 꼿꼿해 보인다.








그저 성질 급한 바람꽃 몇송이 정도 볼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꽃송이들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어쩜..대견하기도 하지..






뜻하지 않은 행운이다.

벌써 이렇게나 많은 바람꽃이 피어있을줄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7월에 다시 찾을적엔 산등성이 온통 하얀 바람꽃 천국이겠다.






병꽃나무도 어쩜 이토록 색감이 진한지..

설악은 뭐든 특별하다.

이 특별함이 주는 마력에 이끌려 오고 또 오고..

뒤돌아서면 또 그립고..





대청봉 주변으로는 범꼬리가 흐드러져 있다.

언니더러 범꼬리나 실컷 봤음 좋겠다 했었는데,그 바램이 이루어졌다.

바람결따라 한들거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꽃들과의 데이트에 빠져 추운줄도 모르고 시간가는줄도 모르다 정신 차리고보니 4시를 넘어선다.

아쉽지만,이제 그만 소청산장으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소청으로의 길은 언제와도 매력적이다.

용아장성이며 공룡이며 굵직굵직한 산봉우리들을 발아래 두고 걷는 기분이 참 좋다.

털진달래 필 적에 혼자 이곳에 서서 석양을 바라보던 때가 떠오른다.

세상을 다 가진듯,그 어떤 걸림도 없이,너무나도 황홀한 자유로움을 느꼈었다.






어느덧 등대시호의 계절이 왔다.

한두송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다섯시가 가까워 오는데,맨 몸으로 올라오는 어르신들이 줄을 잇는다.

봉정암에서 묵으시며 대청봉에 오르시는 중이시라고..

언뜻봐도 칠순은 족히 넘어 보이는 분들이 많은데,참 대단하다 싶다.

과연 나두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부디 건강과 열정이 식지 않기만을 바라고 또 바래본다. 



소청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끝내준다던데..

오늘도 그 인연은 없다.

여러번 와서 묵었지만,늘 흐렸거나 안개로 가득하거나 둘중의 하나였다.

제1대피소 2층 제일 좋은 자리로 배정받고,저녁밥상을 근사하게 차렸는데 이렇게 맹숭맹숭할 수가...

안주만 풍성하고 술이 없으니 앙꼬없는 찐빵이요,고무줄 없는 팬티라~~

자율에 맡기면 될텐데,굳이 법으로 음주를 금하고 있으니..

음주가 자연자원 보호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대피소 내 기온도 딱 적당하고,조용해서 그랬는지 모처럼 산장에서 개운하게 잤다.

다음 날 산행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발아래로 보이는 용아장성에 아침빛이 스며드는가 했는데,이내 사그라든다.




숙박객 중 젤 꼴등으로 산장을 나선다.

한껏 여유를 부리다보니 해는 중천에 떠올랐고, 일곱시가 다 되었다.




아침빛 내려앉은 봉정암 사리탑을 경건하게 내려다본다.

이곳에 오를적마다 내가 소원하는건 언제나 단 하나다.

언제나 건강하기를~~




귀엽게 서있는 곰한마리와 그 뒤로 용아장성이 너무나도 장엄하게 펼쳐져있다.




수렴동계곡길은 그런대로 편안하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랫세상에선 언제나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기를 바라고,내 이야기에만 열중했는데,

산길 위에 있으면 묵하며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저절로 귀기울이게 된다.



쪽빛소에 풍덩~뛰어들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영시암


에피소드 가득하던 언니와의 산행길이 웬일로 끝까지 순탄하다 싶었다.

영시암을 지나 룰루랄라 시원한 맥주생각만 하며 걷는 중이었는데..

글쎄 저만치에 등로를 떡 가로막고 있는 검은 물체는??

오마이갓~~! 멧돼지닷~~~!

머리가 하얀 백지가 되어 뒷걸음질치다 영시암을 향해 뒤도 안돌아보고 삼십육계 줄행랑~~

어느만큼 뛰다 뒤를 보니 숲으로 들어갔는지 안보여 큰맘먹고 다시 길을 잇는데,글쎄 이 넘이 숲에서 툭 튀어나온다.엄마야~~

두분의 산객과 합세해 넷이서 또다시 삼십육계 줄행랑~~

생면부지의 산객은 언제 나를 봤다고 내 팔짱을 꽉 끼고 떨어지지를 않는다.

`반드시 정숙해야하고,소리를 지르거나 등을 보여서는 안되고,나무나 바위등에 숨어야하고..`

그동안 수없이 읽어 머릿속에 주입되었던 멧돼지 대처요령은 아무 소용없다.

그저 36계 병법으로 맞서는 수 밖에..

등로 포기하고 계곡길로 우회해야겠다 싶어 살살 계곡으로 들어갔더니만,또다시 불쑥 나타나는 멧돼지..

아 놔~~~멧선생님..우리한테 왜 이래요??

아줌마 넷이 이렇게들 사력을 다해 피하는데 좀 도망가줘야 하는거 아니냐구??


우여곡절끝에 멧돼지와의 살벌한 접전을 끝내고,백담사로 가는 내내 실실 웃음만 나온다.

셔틀버스 기다리는동안 산객들 이야기를 들어보니,종종 있는 일이라 그런다.

그러면서 다음부턴 멧돼지에게 던져 줄 음식 하나를 미리 손에 쥐고 있으란다.

산객들이 주는 음식에 익숙해 사람들만 보면 먹을꺼리 달라고 달겨드는 거라고.. 

공룡능선 넘고나서 하산길로 자주 애용하던 코스였는데,이제부턴 하산길 고민 좀 하게 생겼다.


뜻하지않은 멧돼지와의 조우로 강렬한 추억을 남긴 1박 2일의 설악산행..

살다보니 참 별일을 다 겪는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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