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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민둥산 비박


산행일 : 2018년 9월 4일~5일

산행지 : 민둥산

산행코스 : 증산초교-전망대-정상(비박)-완만한길-증산초교

산행이야기:한뎃잠 그리워 간만에 비박짐 꾸려 민둥산으로~~


기차로 이동하니 여행분위기 제대로 난다.

정차역마다 나오는 안내방송도 정겹고,

제복입은 역무원 아저씨,객실 점검 후에 문앞에서 고개숙여 인사하는 모습 또한 무척 정겹다.

창밖 풍경 내다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보니 3시간 반이 후딱 지나,한시쯤 되어 민둥산역에 도착한다.  


들머리인 증산초교까지 가는동안 동네 어르신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는다.

아줌마 둘이 예사롭지 않은 등짐지고 뒤뚱뒤뚱 걷는게 신기하신 모양이다. 

잰걸음 걸어 들머리에 닿으니,산행 시작도 전에 벌써 지친다.  


완만한 길 대신 경사가 가파른 2.6km길을 택한다.

조금이라도 걸음수를 줄여보기 위한 꼼수다.


새로 산 배낭이 적응이 안되는지,오늘따라 초반의 걸음이 무척이나 버겁다.

몇걸음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하며 오르는데,다행히 차츰 적응이 되는지 꾸준히 걸음을 옮기게 된다.


가파르지만,고도가 달라지며 변화하는 수종을 보는게 이 코스의 재미다.

초반엔 하늘을 가릴만큼 소나무가 즐비하더니,전나무가 나오고 이내 낙엽송이 하늘을 찌를듯 쭉쭉 뻗었다.

이보다 더 훌륭한 햇볕가림막이 있을까..


전망대에 도착하니,사방으로 펼쳐진 산그림이 예술이다.

함백산과 매봉산 풍차가 선명하게 보이고 산골짜기 마을도 속속들이 다 보이는 시야 참 좋은 날이다.

흰구름 걸려있는 파란하늘 또한 그림이 따로없다.



그러니까 오늘 비박은 10월달에 갈 일본 북알프스 예행훈련이다.새로 산 배낭 적응도 할겸 겸사겸사..

두해전에 다녀오고는 또 다시 가자 약속했는데,이제 한달도 채 안남았다. 

아줌마 둘이 타국에서 길잃음 안되는뎅~~ㅎ



억새밭으로 들자마자 탄성 절로 터져나온다.

조망은 어쩜 이리도 청명한건지..

온몸을 감싸오는 이 부드러운 바람은 또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오후의 햇살에 막 피기 시작하는 억새가 반짝거린다.

흐드러진 억새철이 아닌 시기에 온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언니와 둘이 독차지 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마침 등산로 풀깍기 작업을 해놓아 등산로가 아주 말끔하다.



이젠 집 두채 짓는건 일도 아니다.조금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가 있을뿐..

사진찍어 몽몽님한테 보냈다가 식당문을 반대로 둬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다시 데크못을 뽑아야 했다는거..



정상 뒷편으로 펼쳐진 움푹 들어간 초원길은 내일을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




한껏 기대했던 저녁해는 맹숭맹숭한 빛으로 먹구름속으로 사라져버리며 아쉬움을 남긴다.


멧돼지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쏘아대는 총소리 들려오는 민둥산의 밤..

밤하늘엔 은하수가 우유처럼 희뿌옇게 빛나고,수없이 많은 별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간간히 들려오는 멧돼지 소리에 조금 긴장하지만,곧 잦아든다.

삼겹살은 노릇노릇 잘도 익어간다.

언니가 3개월동안 꼬불쳐 두었던 일본맥주,스토롱제로와 함께 먹고 또 먹고..

두 아줌마 대화는 밤이 깊어도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


먹구름을 뚫고 아침해가 솟으며,첩첩의 산중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든다.


 황홀한 아침빛에 홀려 한시도 눈을 못떼고..그 빛은 오롯이 텐트안으로 투영된다.





언니와 아침산책길에 나선다.



촉촉히 젖은 목책길 따라 걷는 기분이 정말 최고다.

좋은 기운이 마구마구 온몸으로 스며드는것 같다.



아껴가며 걸었는데도 어느새 반바퀴를 넘어서고...

마침 구름속에 숨어있던 은빛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하며 초원은 완전 황홀해졌다.   


바람불어 억새 흔들릴때마다 두 아줌마 감탄사 쏟아내고..

햇살 들때마다 또 이쁘다고 난리부르스~~











가볍게 요기를 하고는 텐트를 걷는다.

볕이 좋아 습기가 금세 말랐다.

 


하룻밤 잘 묵고 하산하는 길..

예쁜 풍경 눈에 밟혀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뒤돌아 본 하늘은 완전 그림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둘만 즐긴다.











눈물날것 같은 눈부신 풍경을 뒤로하고 `완만한 길`로 내려선다.

아쉬워 자꾸만 뒤돌아 보기를 반복하며...





증산초교로 내려서는 길,놋젓가락나물이 길 옆으로 단아하게 피었다.


물봉선




증산초교로 내려오며 즐거웠던 1박 2일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어제 점심때 먹었던`부길식당`에 들러 또 다시 곤드레밥을 먹고,여유있게 12시 38분 기차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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