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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오서산 비박


산행일 : 2018년 7월 7일~8일

산행지 : 오서산

산행코스 : 정암사-전망대(비박)-정암사

산행이야기:오서산!하면 열에 아홉은 억새꽃 피는 가을을 손에 꼽지만,나는 초록물결 넘실거리는 지금 이 시기를 참 좋아한다.특히나 초록억새 숲 사이로 핀 나리꽃은 너무 매력적이다.모처럼 비박짐을 꾸려 집을 나선다. 


쉰질바위로 올라 임도따라 슬슬 걸어가려던 계획이 어긋났다.

경사지고 좁은 임도를 아슬아슬하게 오르던 우리 차는 어느 한 구간에서 헛바퀴질을 연신 하더니 급기야 타이어 타는 냄새까지 코를 찌르듯 풍긴다.잔뜩 긴장하며 그냥 되돌아가자 여러번 말을 건네지만,남자 쫀심에 기어이 올라보려는 몽몽님도 결국은 포기하고  정암사로 되돌아 나온다.


정암사를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계단길은 인정사정없다.계단은 끝없이 이어지고,오직 오르막뿐이니..

무거운 등짐까지 더해지니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라 가다쉬다를 반복한다.


고된 걸음 끝에 시원한 조망 펼쳐지는 첫번째 전망대에 이른다.

서해바다와 어우러진 푸르른 들녘이 그림같다.



점점 시야가 넓어지자 발아래 펼쳐지는 세상은 순수한 생기로 가득차다.

무시로 부는 바람맛도 환상이다.

오서정 전망대도 시야에 들어오니 무거웠던 발걸음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또다시 여름날 찾게 된 오서산..

마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데,날짜 헤아려보니 어느새 4년이나 흘렀다.

시간 참 빠르다.

시간의 속력이` 나이`라 그러더니만,확실히 나이들수록 쏜살같이 휙휙 지나가는거 같다. 

그런 시간들을 좀 알차게 써야할텐데,지나고나면 언제나 후회뿐..


 


목적지가 코앞이지만,서두르지 않는다.

오후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으며 사방으로 보이는 풍광은 더욱 중후해졌다.

계단길 오를땐 조금 조급했는데,마침맞은 시간에 산정에 선 셈이다.



군데군데 핀 털중나리가 시선을 끈다.

색상 참 강렬하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일사불란하게 우리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놓고나서는 각자 저만의 방식대로 산정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해질녘 풍광을 즐기며 어슬렁거린다.

얼마만에 맛보는 달콤한 시간인지..

날이 추워서,비가 와서,날이 더워서,이런 저런 핑계꺼리를 만들어 한동안 비박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오르고나니 너무 좋다.



풀섶에 핀 털중나리는 오늘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초록 숲 한가운데서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오서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위로 수많은 나리꽃들과 까치수염이 반긴다.



해질녘 풍경은 일곱시를 넘어서자 극에 달한다.

붉은 해는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산등성까지 붉은 기운이 내려앉았다.





옹기종기 텐트 여러동이 들어선 오서정 타운..

오늘 입주민의 대부분은 팔팔한 청춘들이다.

우리집 바로 옆에는 처음으로 비박을 경험한다는 두 친구가 왔는데,오지랖 넓은 몽몽님이 텐트 치는걸 적극 도와주어 귤 세개를 답례로 받았다.



먹구름 속으로 햇님은 들어갔지만,하늘색은 너무나도 환상이라 시선은 계속해서 서쪽하늘에 머문다.

역시..서해의 등대산이라 불릴만하다.




하늘은 청색이고,그림자는 길어지며 일광은 노란빛을 발산하는 시간,매직아워..

따뜻하고 낭만적인 시간은 언제나 짧아서 더욱 아쉽다.


오랜만에 즐기는 산정에서의 삼겹살 타임이 시작되고..

부부간에 뭔 정겨운 대화가 오가랴마는 그래도 집에서 멀뚱멀뚱 보내는 시간보다야 몇곱절은 의미있다.

홍초소주를 기분좋게 한병 다 비워내고는 열시도 안된 시간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밤새 텐트 한동이 더 들어섰는데,소리도 못듣고 깊은 잠을 잤다.

다들 어찌나들 매너가 넘치는지,발자국 소리도 안날 만큼 조용한것도 한몫했다.

밋밋하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이하고는 다시 침낭안으로 들어가 뒹굴거린다.

햇살이 쏟아지자 눅눅하던 텐트는 금새 마르고..

아침밥을 먹고나니 뽀송뽀송해졌다.

다시 또 일사불란하게 장비를 패킹하고나니 햇살이 제법 뜨거워진다.


하룻밤 잘 자고 산을 내려가는 길,음식 위주로 패킹한 내 짐과는 달리 장비 위주로 패킹한 몽몽님 짐은 여전히 그대로다.

뭔 고집인지 짐을 덜어 넣을라치면 다시 본인 배낭에 쑤셔넣는다.

누가 봐도 내 다리가 더 튼실한디...ㅎ




 싱그러운 초록이 주는 편안함에 다시 한번 산정을 올려다보고..




긴 계단 내려와 다시 정암사로 되돌아온다.

몽몽님이 수돗가에서 땀을 씻어내는 동안 숲속 한가득 핀 하늘나리와 눈맞춤한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탈 없이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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