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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각흘산 비박


산행일 : 2018년 10월 20일~21일

산행지 : 각흘산

산행코스 : 자등현-정상(비박)-각흘계곡

산행이야기:어딜가든 참 좋은 계절이다.비박도 가야겠고,단풍구경도 가야겠고,이 두가지 다 만족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 각흘산 당첨!!


각흘산 비박은 이번이 두번째다.

몇해 전,그 여름날에 갔을땐 새벽운해가 참 장관이었다.

이번엔 미답인 각흘계곡을 하산길로 잡을 참이다.

어딜 가든 참 좋은 계절이지만,이름난 단풍산은 산객들로 붐빌게 뻔하니,한적하게 걷고 싶은게 그 이유에서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강원도와 경기도의 도계를 이루는 자등현을 오늘의 들머리로 잡는다.

강원도의 상징동물인 반달곰 석상을 뒤로 하고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 

나무계단을 올라 숲으로 드니,군 시설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움푹 패인 교통호에 콘크리트로 만들어놓은 엄폐호,그리고 심지어 포탄낙하지점이라는 살벌한 안내판까지 있다.


소나무숲과 낙엽송숲을 지나니 산은 온통 가을색으로 완연하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밟는 소리에 우거진 단풍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금빛 햇살이 가을분위기를 제대로 내어준다.




빼곡한 참나무숲은 하늘을 가릴만큼 울울창창하다.

이따금씩 떨어지는 낙엽들을 볼적마다 탄성을 지른다.

진짜 가을이구나~~



정상까지의 거리는 짧지만,내리 오르막인 길은 은근 빡세다.

더구나 무거운 등짐까지 보태지니,호흡은 점점 거칠어지고 땀이 쉴 새없이 흐른다. 



쉬어가라~만들어놓은 의자에 배낭 네개 모셔놓고,정작 앉아야 할 사람은 선 채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물건너 일본 북알프스를 다녀온 배낭님이 있는가하면, 1년동안 유럽을 횡단했던 대단하신 배낭님도 있으니 잘 모셔야 한다.ㅎ




역시..젊음이 최고여~~

어느절에 헬기장에 올라 배낭두고 마중까지 나오신 공주님...


2시간쯤 걸려 헬기장에 올라서니 일순간에 시야가 탁 트인다.

산등성은 알록달록 붉게 물들었고,용화저수지는 그림같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당연히 꿀맛같은 보상이 뒤따라야지... 


빨갱이 우리 솔맨님,똥폼 한번 잡아주시고...



다른 팀이 헬기장을 선점한 바람에 우리는 선택의 여지없이 정상에 집을 짓는다.


텐트 3동 들어갈 집터가 나오려나~걱정했는데,바람까지 막아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집터가 확보되었다. 


산등성으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하자,울퉁불퉁 근육질의 산은 마치 불이 난듯 발개진다.

금학산에 화악산,그리고 광덕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산에서 듣는 압력솥 추 흔들리는 소리가 참 정겹다.

산에서는 코펠밥도 감지덕지인데,언제나 압력솥에 지은 보슬보슬한 밥을 척!하고 대령하는 풍산댁.. 

살짝 눌게 지어 노릇노릇한 누릉지까지 만들어내는 센쓰라니..



한곳을 바라보며 해가 넘어가기를 기다려보지만,햇님은 별 여운을 남기지 않고 너무나도 맹숭맹숭하게 구름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어떻게 날이 다 좋을 수가 있을까...



습도하나 없는 뽀송뽀송한 밤날씨에 저녁 만찬시간이 길어진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꽃 피우다보니 11시를 넘어선 시간에야 침낭안으로 파고든다.


알딸딸한 술기운에 푹~자고 일어나니,새벽녘 밤하늘엔 정말이지 셀 수 없을만큼 무수한 별들이 촘촘하게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북두칠성이며 오리온 자리는 애써 찾을 필요도 없다.

바로 머리위에서 선명하게 그려진다.

심지어 별똥별도 떨어진다.

바람없고 새벽기온도 그리 차지않아 한참을 바위 위에 누워 별하늘을 바라본다.


강렬한 일출을 기대했지만,엊저녁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순하게 떠오르는 햇님..

하지만,산등성으로 내려 앉은 아침빛 만큼은 무척 강렬하다.






하룻밤 푹~잘 잤으니 이제 내려가야지..

뽀송뽀송 잘 마른 텐트를 패킹하고 정상을 내려선다.




약사령으로 이어지는 방화선은 언제봐도 이색적이다.

초가을이면 포천구절초가 이쁘게 피고,한겨울 하얀능선으로 바뀔때면 다른 나라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겨울 각흘산 걸은지 꽤 오래됐다.

올해는 꼭 걸어봐야지...  


골마다 가을색이 완연하다.

누군가 수채화로 그림그려 양탄자를 만들어놓은것 같다.





이 가을,산님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이렇게나 멋진 가을산을 두고...









고사목 한그루 서있는 능선으로 가기 전,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각흘계곡은 우리들 다 초행길이다.


낙엽 수북이 쌓인 길을 아슬아슬하게 내려서자마자 본격적으로 단풍로드가 시작된다.

`우와~~꺄아~~`~~~





온통 붉은 단풍색은 바닥까지도 온통 단풍물이 들었다.

이리저리 사방을 다 둘러봐도 온통 가을색 완연하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가을속에 푹 빠져 계곡으로 내려선다.



인적 드문 산길은 산악회 리본은 좋은 길잡이가 된다.

더러 길이 거칠고,길이 선명치 않지만,길에 관한한 빠꼼이신 세명이 포진해 있으니 아무 걱정이 없다.

어쩌다 길치인 내가 앞장설라치면 다들 못믿는 눈치라 맨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는게 답이다. 

 


이 넓고 깊은 계곡엔 딱 우리 네사람 뿐,아무도 없다.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 걸음 멈추는 시간은 점점 늘어난다.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는 포즈를 취해달라 주문했더만...

다들 배에 힘주는데 급급해서리..ㅎ




눈으로는 노랗고 빨간 가을을 감상하고..

귀로는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집중하고..

가슴으로는 이 멋진 가을날을 꼭꼭 담아놓는다.  





단풍로드는 고도가 낮아질수록 점점 화려해지고 황홀해진다.

특히나 물속에 담긴 가을은 더 황홀하다.




어느 깊고 깊은 설악의 어느 골짜기에 와있는거 같다는 몽몽님..



옥빛 의 작은 소와 어우러진 계곡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물빛에 이끌려 가까이 안가고는 못베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입수하는 솔맨님..


보기만해도 몸이 으스스 떨리는데,한길도 넘는  계곡물에서 너무나도 편안하게 유영하고 계신 솔맨님..

어떻게 생긴 몸인지 정말이지 연구대상이여~~




날머리가 가까울수록 아쉬움이 커져 아껴가며 한걸음씩 옮긴다.

이토록 눈부신 가을속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거같다.






계곡을 벗어나니 각흘산의 여운이 고스란히 가슴속에 진하게 남는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았던 1박 2일의 각흘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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