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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한계령~장수대)


산행일 : 2019년 6월 22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이야기:노랑만병초를 보고싶은 욕심에 다시 또 설악으로 나선다.왠지 이맘때면 꼭 봐야만할것 같은 귀한 꽃이다.


대리기사를 통해 차를 장수대로 옮겨놓기로 하는데,글쎄 알고보니 몽몽님 고교동창생이다.

연락없이 산지 30년도 더 넘었는데,예전 열굴이 희미하게 남아있더란다.

인연은 언제 어떻게 어디서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더니...


탐방센타를 지나자마자 촉촉히 젖은 회목나무꽃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모양이며 색상이 참 예쁜 꽃 중 하나다.



바위틈으로 금마타리가 터를 잡았다.  



날이 선선해 걷기 참 좋아 평소보다 빠른 시간안에 한계삼거리에 닿고,곧바로 좌로 꺾어 귀때기청봉으로 향한다.

비내린 끝이라 먼지하나 없이 투명한 날,숲안으로 들어오니 더욱 생기롭다.


함박꽃 소녀들,방싯방싯 이쁘기도하다.

순백의 색감이 고급지기까지 해서 연신 고개들어 눈맞춤한다. 


너덜겅이 시작되고,한달전 화려했던 꽃길은 온데간데없고 짙은 초록으로 뒤덮였다.

오늘은 산객도 거의 없다.

오다가다 한두사람씩 만날 뿐,주말이 맞나 싶을 정도다.



털진달래 피는 5월도 좋지만,꽃개회나무 피는 6월 또한 놓칠 수 없는 설악의 모습이다.

그래서 최소한 일년에 두번은 이 서북능선을 걸어줘야 정신건강에 이롭다.ㅎ

실은..3일전 한계령 문턱까지 왔었다.

그러나 안개가 어찌나도 심한지,비까지 내려대니 도무지 오를 엄두가 안나 눈물을 머금고 도로 동서울행 버스를 탔었다.

그러고는 내내 미련이 남아 결국은 이렇게 오고야 말았다는거...  


참으로 아름다운 설악이여라~~

공룡능선상의 봉우리들이며 소청,그리고 봉정암까지 선명히 보이는 참 깨끗한 날이다.

골마다 흘러내리는 굴곡진 산등성을 보며 감탄사를 따발로 날린다.


산행이 내키지 않았던 바깥양반..

하지만 입이 댓발이나 나와 있는데,차마 안 올 수가 없었을게다.

산행하는 동안,오색온천이나 즐기고 있으라니,그건 또 용납이 안되는지 결국은 이렇게 동행해 줬다.

그저 그대의 팔자려니~~하고 생각하시오~~



꽃향기가 코끝 깊숙이 스며든다.

냄새로 기억되는 나의 애틋한 추억 중 하나다.

화롯불에 구웠던 고등어 냄새,외할머니댁 막장냄새,엄마가 햇볕에 바짝 말려 덮어주었던 그 이불에서 났던 냄새..



땀이 줄줄 흐르지만,잠깐만 멈춰서도 금새 식는다.

간간이 고마운 바람이 불어준다.

고사목 서있는 너덜구간을 걷고 있자니,한달전 풍경이 오버랩된다.

고사목 사이사이 털진달래가 어찌나도 황홀하게 피어 있었던지..

오늘은 꽃개회나무,정향나무 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귀때기청봉에 올라서니,세잎종덩굴과 붉고 흰 인가목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두둥~노랑만병초를 만나기 100m전이다.





우와~~노랑만병초닷!!

꽃송이 참 탐스럽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된 귀하신 몸답게 다가가기 쉽지 않은곳에 위치해있다.

이리저리 긁혀가며 접근을 시도한끝에야 알현한다.





대승령으로 이어지는 능선,그리고 그 끝으로 안산이 우뚝 솟아있다.

펼쳐진 산자락들을 봐도 좋고,저 속에 숨어있는 보물들 찾아내는것도 좋고,거친 숨소리도 좋고,그저 산에만 오면 다 좋다.

특히 오늘은 바람이 참 좋다.




또 다른 포인트에서 노랑만병초를 만났다.

그 어느해보다도 풍성하고 싱싱하다.

대부분이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 멀리 있지만,눈에 띈 이상 어떻하든 접근을 시도하느라 용을 쓴다.

 



좁은 탐방로 양쪽으로 꽃터널을 이루었다.

은은한 꽃향기가 미풍에 실려 오며 최고의 호사를 누린다.

6월 설악은 이토록 고혹적이다.




조금씩 귀때기청봉이 멀어진다.

방금 걸어온 길이지만,그새 그리워진다.


제 철에 찾은 덕에 노랑만병초는 여한없이 본다.

커다란 눈송이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미모를 자랑한다.




조금 시기가 늦어 참기생꽃은 못보고 가는줄 알았는데,기특하게도 몇송이 남아 갈증을 달래준다.




가뜩이나 등로가 좁은데다 수풀마저 등로까지 뻗어있는통에 옷을 긁히기도 하는데,

키 큰 몽몽님은 허리를 굽혀 걸어야하는 수고로움까지 감내해야한다.

바람꽃 필 적에 한번 더 올까? 했더니만 그만둬야겠다.

그 쯤이면 완전 정글속을 걸을 수도 있겠다. 



수직에 가깝게 빠짝 곧추선 계단이 눈앞에 나타난다.

쉬지않고 한방에 오르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늘 피었던 그 자리,산솜다리가 여전히 위태위태하게 피었다.

몽몽님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하고 가까이 접근해본다. 

 


 

아직은 이른 바람꽃..


두근거리며 다가가니,장백제비꽃이 딱 한송이 피었다.

작년보다 조금 시기가 늦춰 왔더니,거의 다 지고 만 상태다.

쉽게 올 수 없는 곳,보고싶은꽃 한꺼번에 다 보고가면 좋으련만...


희한하게도 이곳의 바람꽃은 언제나 이르다.



한계령에서 대승령에 이르는 계단을 일일이 세어가며 거리를 가늠하는 몽몽님..

계단마다 적혀있는 번호를 보며 몇개 남았네~몇개 지나왔네~그런다.

500m마다 하나씩 세워져있는 이정목도 예사로 보지 않는다.

일일이 번호를 체크하며 걷는다.

난,그냥 아무 생각없이 걷기만 한다.

 



1번이라 쓰여져 있는 마지막 계단..

 

마침내 대승령에 도착한다.



어제 내린 비로 대승폭포 물줄기가 꽤나 경쾌하다.

물줄기는 가늘어도 수직으로 낙하하는 소리가 장난아니다.


오늘은 서울까지 가는 도로사정을 근심할 필요가 없다.

바로 서석으로 고고씽~~


언니네 식구만 빼고 다 모여 마당에서 가든파티~~

참숯에 구운 목살에 시원한 소주 곁들여 밤이 이슥할때까지 혈육의 정을 나눈다.



평해 황씨 27대손,황 영字 훈字님의 일흔일곱번째 생신을 축하드리옵니다...

부디 아프지말고 건강하게만 오래오래 사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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