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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산티아고 순례길

파리~생장 피에드포르




파리~생장 피에드포르


파리를 떠나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점이 되는 생장 피에드포르를 가는 날이었다.

루트는 이랬다.

파리 몽파르나스역에서 7시 47분 TGV를 타고 바욘으로 가서,거기서 2시 57분에 출발하는 기차(TER)를 타고 생장 피에드포르까지 가는것이었다.

여유있게 가기위해 6시 20분쯤에 숙소를 나왔다.


몽파르나스역은 생각보다 아주 복잡했다.

TGV타는것도 쉽지는 않았다.

일단 대합실에서 종착역인 Hendaye가 쓰여있는 전광판을 주시하며 플랫홈 번호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한국인 순례객들이 몇명 있어 조금 의지가 됐다.

시간이 되어 hall번호가 떴다.2번이었다.그리고나서는 다시 전광판을 확인해야만 했다.우리가 타야할 열차는 2번 플랫홈이었는데,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다.

플랫홈을 찾은 다음에도 열차번호를 반드시 확인하고 타야했다.

어느만큼 가다가 기차가 분기하기 때문이었다.

열차번호 8531을 확인하고는 12번 열차에 올라타고는 좌석을 찾아갔더니,왠 외국인두명이 앉아있다.

여기 우리 자리거든..너네 좌석번호 확인해봐..

좌석표를 확인하더니만 `쏘리 쏘리`하며 얼른 일어서는 두 사람..

또 우여곡절끝에 TGV에 올라타며 미션하나를 해결했다.

 

11시 40분에 바욘에 도착했다.

몇몇 순례객들은 7분 후에 출발하는 생장행 기차를 타려고 도착하자마자 배낭을 메고 뛰었다.

우린 3시간의 여유가 있어 기차역을 나갔다. 


아담한 바욘 기차역..



눈에 보이는것들은 죄다 멋스럽고 고풍스러웠다.

분위기있게(?) 부슬부슬 비까지 내렸다. 


다리 건너 저멀리 뾰족히 솟은 첨탑이 보였다.

바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바로 그 바욘대성당이었다.

비까지 내리니 걸음이 더 빨라졌다.







빗줄기가 꽤 굵어져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꽤 많은 손님들이 앉아있었는데,배낭메고 뒤뚱뒤뚱 걸어들어오는 우리들은 모두의 관심대상이었다.

대충 메뉴판을 보고 주문한 메뉴는 밥알 굴러가는 볶음밥에 무슨 생선이 올려진 조합이었는데,먹을수록 짜서 계속해서 물만 마셨다.


밥을 다 먹고나니,비는 그쳤고 햇살이 비집고 나왔다.

골목길 걷기 딱 좋은 날씨였다.

저만치 보이는 대성당을 향해 골목안으로 들어갔다. 





성당앞에서는 젊은 청년이 아코디언 연주중이었다.


바욘대성당은 멀리 떨어져야 한눈에 다 넣을 수 있을 정도였다.

너무 아름답고 정교해서 고개를 계속 치켜 세워 유심히 봐야만 했다.

  



멋진 회랑도 대성당이 가진 큰 특징이었다.

성당안으로 들어갔어야 했는데,시간에 쫓겨 그러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아주 매력적이었던 바욘..

3시간의 환승시간의 여유를 갖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시간이 다가오자 바욘역은 순례객들로 가득찼다.

순례객전용기차인듯 딱 2량뿐인 작고 아담한 기차안은 온통 배낭멘 사람들뿐이었다.

같은 길을 가야할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동질감이 느껴지며 친근해보이기까지 했다.

둘씩 마주보게 배치한 의자에 뉴질랜드 여성순례객이 앉아있었고,바로 옆에는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순례길에 오른 20대 한국 학생이었다.

그 한국 학생이 우리와 질긴 인연이 될줄은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1시간 반쯤 걸려 드디어 프랑스의 작은 국경마을인 생장 피에드포르에역에 도착했다.

순례자 사무실을 가기 위해서는 따로 길을 찾지 않아도 되었다.

그냥 줄줄이 걸어가는 배낭 멘 순례객들만 따라가면 되었는데,언덕길이 꽤 가팔라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였다.



순례자 사무실에는 서너명의 직원들이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사람당 10여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금방 내 차례가 되었다.

나오면서 보니,엄청나게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인적사항을 적고,고도표와 알베르게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지도를 받고,

다음날 걸을 피레네산맥 루트설명도 듣고,오늘 묵을 숙소위치도 알아뒀다.

2유로 주고 순례자 여권을 받고,배낭에 걸어둘 순례자의 상징인 조가비는 1유로 기부하고 하나 골랐다.


까미노길에서 신분증이 될 순례자여권의 첫 도장을 찍는 순간,감사하게도 직접 찍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무차스 그라시아스~~ 


숙소는 고민끝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는데,참 잘한 일이었다.

첫날부터 숙소찾아 삼만리를 하기엔 너무 신경쓸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신축건물인지 참 깨끗하고 좋았는데 화장실 문이 없어 깜놀했다.

그렇게 언니랑 나는 첫날부터 서로 볼짱 다 본 사이(?)가 되었다.



설레임으로 첫발을 디딘 생장은 활기로 가득찼다.

순례객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음식점이며 상점은 바쁘게 움직였다.

다음날 먹을 과일이며 간식을 사고,약국에 들러 물집용 밴드도 샀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쉴 계획이었는데,7시나 되어야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예쁜 니브강이 흐르는 생장은 동화속 마을같았다. 

그림책에 나오는 그런 풍경이었다.



아치형 다리 끝에 스페인문이 있었다.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었는데,그것도 모르고 다음날 새벽에 나폴레옹 루트를 찾느라 조금 헤맸다.




비도 피할겸 bar에 들어갔다.

bar에 앉아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각양각색의 사람들 틈에 앉아 빗소리의 운치를 느끼고 있다는게 실감나지 않았다.






한바탕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더니 금세 갰다.

레몬맥주를 곁들여 폼나게 고기를 썰었다.

등심스테이크가 정말 맛있다며 거의 다 먹어갈 즈음에서야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립스테이크였다는걸 깨달은 우리..

등심이든 갈비든 맛있게 뜯었으면 됐다.




단단히 짐을 꾸려놓고 잠자리에 들었지만,밤새 뒤척였다.

다음날이면 30여일의 대장정에 오른다는 생각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더구나 피레네산맥을 넘어야하는 고난이도의 길이 기다리고 있었고,

전날부터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그 불청객이 찾아온터라 머리가 조금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