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 얼레지
5월에 난데없이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으니 봄눈이 아주 제대로 내렸다.
설중화를 보는건 따놓은 당상이라며 날이 채 새기도 전에 달려갔는데,눈이 장난아니게 쌓여있어 땅가까이 피었던 봄꽃들은 다 눈속에 파묻혀 버렸다.
그나마 봄꽃 중에서도 키가 큰 축에 속하는 얼레지만 눈에 띄는데,하나같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가뜩이나 기온에 예민한 얼레지가 기온도 무척 차가운데 눈까지 내렸으니 꽃잎을 활짝 열 리 없는건 당연하다.
허나 순백의 눈을 뚫고 올라 온 보랏빛 여인들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도 기특하고 대견하여 보고 또 보며 오랜시간 눈맞춤하고 왔다.
(2021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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