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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수락산 도정봉

산행일 : 2022년 4월 12일

산행지 : 수락산 도정봉

산행코스 : 장암역-수락산 도정봉-장암역

산행이야기:오늘은 꽃나들이 잠시 접어두고 수락산을 가려고 짐보따리 다 싸놨는데,율맘이 커피 마시고 배봉산 둘레길 한바퀴 하자 그런다.기왕 맘 먹었으니 산은 가야겠고,그렇다고 거절하려니 인간관계도 유지해야겠고 그렇다.고민끝에 넌지시 가볍게 수락산으로 꽃구경가자 했더니 다행히도 덥석 미끼를 물어준다. 오우 웬열?  

 

수락산역에서 진달래능선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장암역에서 도정봉까지만 다녀오기로 한다.

오랜만의 산행이라며 컨셉을 `살살 가볍게~`로 미리 당부했기 때문인데,분부대로 잘 모셔야 다음산행도 군말없이 예약할 수 있으니 오늘은 산욕심을 조금 내려놓는다.

 

석림사 가기 전,왼편으로 난 좁은 산길로 진입한다.

계곡보다야 능선길이 훨씬 편하고 수월할 뿐더러 지금 이맘때면 능선의 진달래가 참 보기좋기 때문이다.

 

 

 

찬란한 봄이다.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연둣빛 새순과 연분홍 진달래 때깔이 어찌나도 고운지 가슴이 콩닥거릴 정도다.

 

 

 

예상대로 진달래 꽃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땅은 폭신폭신하지,새들은 여기저기서 노래하지,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지,여기에 연분홍 꽃길까지 펼쳐지니 분위기 환상이다.

무엇보다 인적이 없어 단둘만 걷는 고요한 산길이라 더욱 좋다. 

 

 

 

왼쪽 사면으로는 키 큰 나무 아래로 진달래가 곱게 수놓아져 있어 시선은 자꾸 그곳으로 향한다.

꼭 이맘때면 보는 봄풍경이지만,일년전이나 이년전이나 지금이나 그 감동의 크기는 언제나 똑같고,언제나 처음 본 듯 감동한다.

 

 

 

오를수록 꽃길은 점점 화사해진다.

좀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율맘이 너무 좋다 그런다. 

꽃구경 시켜준다고 꼬셔서 델꼬 온 보람 있으니 나도 너무 좋다.

혼자 오면야 이래도 저래도 아무렴 상관없는데,함께 오면 이래저래 신경쓰이는건 사실이다.

율맘은 고작해봐야 일년에 서너번도 산에 안오니 이왕이면 좋은 날 좋은 풍경 보고 가게 해주고 싶은 맘이다.

  

 

 

그 옛날 울엄마, 봄나물 뜯어 집으로 돌아오실적에 허리춤에 찬 소쿠리안에는 언제나 진달래 한다발이 꽂혀 있었다.

그걸 4홉들이 소주병에 꽂아 두고 한동안 흐뭇하게 보곤 하셨는데..

울엄마도 나처럼 꽃을 참 좋아하셨겠다는 생각을 요즘에서야 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진달래는 울엄마 꽃이다.

 

 

 

오늘의 목적지,도정봉이 아직도 저만치에 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는다.

꽃길 맘껏 만끽하며 세월아네월아~ 

 

 

 

건너편 도봉산을 바라보며 망월사를 짚어주니 한번 가보고 싶다 그런다.

공사다망하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주겠다 큰소리치고..

가이드비가 좀 비싸니 봉투 두둑히 챙겨오시라 하고..

 

 

 

율맘을 불러세워 가까이 보이는 기차바위와 주봉을 짚어주고,

그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름을 물어보면 얼렁뚱땅 넘어갈 수작이었는데,다행히 묻지 않는다.

 

 

 

도정봉을 바로 코앞에 두고 멋진 소나무 아래서 불고기버거 하나씩 냠냠..

통 먹을 일이 없으니 이럴때라도 자본주의의 맛을 좀 느껴봐야 한다.

맛? 말해 뭐해,꿀맛이지.

 

 

 

저어기 주봉까지 뚝딱 달려가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과연 도정봉 정상석은 온데간데 없다.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그랬다던데,참나..

 

 

 

다시 왔던 길 되돌아 내려간다.

꽃길 한번 더 걷는다니 또 설렌다.

 

 

 

꽃봉오리도 어쩜 이리도 고운지.

 

 

 

동영상 찍어 이서도 보여주고 친구들한테 자랑하신다는 귀여운 율맘님.

올라갈때나 내려갈때나 꽃길속에서 느끼는 감흥은 여전하다.

오후의 진한 햇살이 숲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니 분홍색 조명이 반짝반짝 빛난다.

 

 

 

꽃잔치 한바탕 치르고 산을 내려오니 그 여운 참 오래간다.

다시 또 그 꽃길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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