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이야기/산행(2020년~)

계방산

산행일 : 2023년 1월 8일

산행지 : 계방산

산행코스 : 운두령-정상-운두령

산행이야기:아부지 보러 서석갈때면 방앗간처럼 들렀다 가는 계방산,오늘은 언니네 가족들이랑 함께다.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5시에 용인언니네 세식구 픽업해 운두령에 도착하니 7시 30분이다.

막 어둠이 걷힐 시간인데도 주차장은 벌써 만원이고,갓길까지 줄지어 세우기 시작하고 있다.

주차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하고 산행준비 시작!

 

 

 

붉은빛이 많이 사그라든 후에야 계단위를 올라선다.

손많이 가는 산행초보들 챙기느라 준비시간이 좀 길었다.

아이젠 신는 것도 스패츠를 다리에 두르는 것도 난생처음,그러니까 겨울산을 걷는건 다들 머리털나고 처음이라,손이 많이 갔다.

 

 

 

초반부터 펼쳐진 겨울왕국에 다들 눈이 희번덕인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뭔 이런 세상이 다 있냐 그러면서 별천지가 따로 없단다.

 

 

 

나는 많고 많은 색깔중에 왜 하필 흰색옷을 입고 왔냐고 궁시렁궁시렁대고,

우리집양반은 스님 스타일로 오신 형부한테 궁시렁궁시렁댄다.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태어나서 별의 별 구경을 다한다고 감탄사만 쏟아내는 두 분..

 

 

 

순식간에 구름이 걷히면서 햇님이 나오기 시작하자 겨울산은 완전 황홀한 빛으로 물들었다.

상고대는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고,파란하늘과 어우러지며 마치 바닷속 세상에 들어와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모네가 왜 겨울산을 다니는지 이제야 이해한다는 우리 상미,

좀 더 일찍 산을 다닐껄 그랬다는 우리 언니,

늘 어디 가자 그러면 한발 물러서더니 오늘은 가장 신나 하시는 우리 형부,

그리고 어깨에 잔뜩 힘주며 온갖 생색 다내며 거들먹거리는 우리 부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설경을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특별히 손님 모시고 왔다고 뭐하나 모자람없이 다 내어주는 계방산이다.

일단 날이 참 좋다.

차가운 바람은 상고대를 피워낼만큼 아주 적당하다.

눈꽃만 보여주면 행여나 싱거울까봐 눈부신 파란하늘까지 선사해주고 있다.

 

 

 

전망대로 향하는 긴 오르막도 아주 수월하게 올라선다.

이리저리 둘러볼 눈요깃꺼리가 넘쳐나다보니 힘든줄도 모르겠다.

 

 

 

이제 전망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다섯번째로 높다길래 잔뜩 쫄았는데 별거 아니라는 사람들..

 

 

 

황씨 자매..

누가 같은 핏줄 아니랄까봐 식성도 승질머리도 완전 판박이다.

아직까지 염색안하고 까만머리 유지하는것에,튼실한 허벅지까지 똑같이 물려받았다.

유전자의 힘이란 정말 놀랍다.

 

 

 

동서지간..(매너다리가 포인트)

이번 생은 글렀다며 서로 위로하는 사이..

 

 

 

드디어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에 올라선다.

저멀리 북으로 설악산이,동으로는 오대산으로 가는 능선이 이어져있다.

겹겹이 쌓인 새하얀 산들이 정말 장관이다.

이건 또 뭐냐며 또 다른 별천지가 눈앞에 있다고 감탄한다.

우리집양반은 오늘따라 더 신나서 산이름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다시 1킬로 정도 떨어진 정상으로 향한다.

이쯤되니 어여 정상을 밟고 인증하고 싶어한다.

 

  

 

오늘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

겹겹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신비롭기까지하다.

 

 

 

겨울 계방산의 매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올때마다 드라마틱한 풍경을 선사해주니 해마다 겨울이면 걸음을 안할 수가 없게 만든다.

 

 

 

매서운 겨울 바람의 진수를 맛보게 해줄 계획이었는데,다음으로 미뤄야겠다.

물이 얼어붙을만큼 기온이 차가운데도 바람은 참 순한 날이다.

그나저나 언니네는 복도많지..

생애 첫 겨울산행에,

생애 처음으로 아이젠 신고 스패치 두르고 와서,

뭐하나 빠지는거 없는 겨울산의 진수를 제대로 품에 안았으니,

아무래도 올해는 언니네집에 좋은 일들만 넘쳐날것 같다.

 

 

 

따뜻한 커피를 빼먹을 수야 없지.

덜덜 떨며 달달구리 커피 한잔씩하고,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 또 한번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둘러본다.

 

 

 

전망대를 지나자 산객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고,산이 시끌벅적해진다.

정말이지 역대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맞은편에서 올라오는데,어느 구간에서는 오도가도 못하고 정체를 빚기도 한다.

꼭두새벽 간다길래 얼떨결에 따라왔는데,그 이유를 알았다는 우리 언니.

 

 

 

사람에 치여가며 부지런히 산을 내려간다.

이 와중에 하늘은 더 파래졌고,눈세상은 더욱 황홀해졌지만,

북적대는 산은 이 눈부신 풍경조차 찬찬히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이제 방앗간을 들렀으니 서석으로 갈 차례다.

고갯길따라 은빛세상 운두령을 내려오는 동안 연이어 환호성이 터지고,

뱃재고개쯤 닿아서야 꿈결같았던 겨울왕국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다시 미세먼지 가득한 뿌연 세상으로 들어간다.

 

 

 

'산행이야기 > 산행(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의 봄  (0) 2023.04.07
배봉산 둘레길  (0) 2023.04.03
치악산(황골~비로봉)  (0) 2022.12.04
도봉산의 가을(망월사)  (0) 2022.10.28
수락산(내원암~도솔봉)  (0)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