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두악산 비박

산행일 : 2023년 2월 4일~5일

산행지 : 단양 두악산

산행코스 : 단봉사 갈림길-두악산(비박)-단봉사

산행이야기:그동안 어쩌다보니 나의 큰 즐거움이었던 비박산행을 잊고 살았다.정확히 말하면, 잊고 살았다기보다는 그저 마음한켠에 담아두기만 하고 실행을 못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다.이번엔 기필코 나서보자는 마음으로 묵직한 등짐을 꾸리고나니 망설였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온통 셀레임으로 가득하다. 

 

단성면사무소에서 임도로 10여분 정도 올라야 본격적인 산길을 만날 수 있었는데,그 새 산길 초입에 널찍한 주차장이 생겨 발품을 좀 덜게 되니 이게 왠 횡재인가싶다.

비박짐 짊어지는게 하도 오랜만이라 산행 시작도 하기 전부터 한근심하던 참이었다.

 

   

 

신기하게도 몸이 기억하고 금세 적응되어 씩씩하게 잘 가고 있는 나..

쉬어갈 수 있는 몇개의 벤치도 그냥 통과다.

 

 

 

안 가봤던 길로 가보겠다고 우측길로 꺾어 안부에 올라 이정표를 보니 거리가 800m나 더 늘어있다.

어쩌랴,못먹어도 고고씽이다.

산허릿길로 나 있는 좁은 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채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남아있어 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가끔 쓰러진 나무로 가로막힌 장애물도 만난다.

 

 

 

소선암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만나서야 정상을 한참이나 에두르는 길이었다는걸 알아챈다.

모로 가도 두악산 정상만 가면 된다는 긍정 에너지 뿜어내며 힘내서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땀 좀 흘린 끝에 한시간 반만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러니까 10년만에 다시 온 셈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소백산 방향으로 조망이 꽤 그럴싸했는데,그 사이 수목들이 쑥쑥 자라 시야를 가려버렸다.

세월의 흐름을 이렇게 자연이 말해주고 있구나.

 

집 두채와 식당으로 사용할 쉘터까지 일사불란하게 지어놓고나도 해가 기울려면 아직 멀었다.

햇살 좋고 날도 따뜻하겠다,주변을 둘러보며 한껏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솔맨형의 수고로 드론으로 멋진 세상을 보게 된다. 

굴곡진 주변의 산군과 어우러진 충주호 풍광이 과연 시선을 압도한다.

 

 

 

둘이 뚝딱거리더니 노끈을 이용해 부러진 폴대를 잘 해결했다.

모양새는 좀 빠지지만 오늘 밤 탈없이 잘 버틸 수 있게 아주 단단히 단도리를 해놨다. 

다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남기 마련인가보다.

몽몽님은 이게 다 솔맨형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습득한 지혜라고 치켜세워준다.

 

그러니까 솔맨님,아니 창해 이헌준 선생으로 말할거 같으면..

나이 오십에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자 옳다구나~잘됐다 하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아주 가볍게 걷고 나서,필 받은 김에 터키에서 스페인까지 무려 5,500킬로에 이르는 유럽횡단길을 일년간 배낭메고 쌩으로 걸어내더니만,

작년엔 또 5,800킬로나 되는 코리아 트레일을 해치우고,

육지길은 성에 안찼는지 싱가폴에서 요트타고 5,000킬로의 바닷길을  한달간 항해하고..

올핸 또 히말라야까지 가시겠다고 계획중이란다.헐~

정말 넘사벽의 하이레벨이다.

내가 용쓰며 쎄빠지게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는 솔맨님 앞에서는 명함도 못내민다.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슬이와 흑초를 섞었더니 목넘김이 아주 좋다.

 

 

 

오랜만에 산정에서 즐기는 저녁시간이 참 좋다.

온 몸을 감싸는 차가운 공기 또한 짜릿하고 개운하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 둔 달님은 유난히 크고 밝다.

 

 

 

저녁만찬 만끽하고 나와보니  밤하늘에 별들이 촘촘히 박혔다.

북두칠성에 카시오페아,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만 볼 수 있다는 오리온 별자리까지 수놓아져 있다.

 

 

 

밤새 찬기가 느껴져 두어번 뒤척이다 멧돼지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침낭안에서 빼꼼 고개를 내놓으니 코끝이 쨍하게 찬기가 엄습한다.

머리 맡에 두었던 물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바로 옆에서 나는 코고는 소리로 밤새 무사했음을 확인한다.

 

 

 

옆집 어르신도 밤새 안녕하시다.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텐트 말리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그나마 햇살이 좋아 다행이다.

하룻밤 잘 쉬었으니 이제 내려가야지.

 

 

 

단봉사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꽤 가파르고 거칠다.

길이 좁아 나뭇가지에 걸리고 찔리고,경사까지 만만치 않다.

왼편으로 석문동천을 두고 한동안 좁은 오솔길을 고전하며 내려선다.

 

 

 

자세를 낮춰 단봉사에 들어서라는 부처님의 뜻이려니~

 

 

 

단봉사

산행 끝!

 

오랜만에 산정에서 기분좋게 잘 자고 내려왔다.

'비박이야기 > 비박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도 상왕봉 비박  (0) 2023.03.21
상주 나각산 비박  (0) 2023.02.12
병풍산 비박  (0) 2018.11.04
각흘산 비박  (0) 2018.10.21
민둥산 비박  (0) 201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