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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완도 상왕봉 비박

산행일 : 2023년 3월 18~19일

산행지 : 완도 상왕봉

산행코스 : 삼밧재-상왕봉-심봉-상왕봉(비박)-삼밧재

산행이야기:이번 비박지는 솔맨님이 코리아트레일을 걸으며 점찍어 둔 완도 상왕봉이다.웬만하면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며 본인 의견을 내세우는 법이 없는 솔맨님이 적극 추천하니 자못 기대가 된다. 

 

누구는 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자 그러고,

누구는 대구리에서 시작하자 그러고,

또 누구는 최단거리인 삼밧재에서 시작하자 그런다.

이럴땐 운전대 잡은 사람이 갑이다.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고 꾸불꾸불한 임도를 돌고 돌아 삼밧재에 도착하니 상왕봉까지 730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묵직한 배낭메고 출발~!

 

 

 

싱그러운 동백숲길이 한동안 이어지고,연이어 오르막이다.

짧지만 고도를 급격하게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땀을 쉴새없이 쏟아내며 무거운 등짐을 감내해야 하는 길,이 또한 즐거움이려니. 

 

 

 

남근바위를 지나며 조금씩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시원한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니 이제야 몸이 가뿐해진다.

 

 

 

역시 남도의 봄은 일찍 찾아왔다.

여길봐도 저길봐도 온통 얼레지 꽃밭이다.

키 큰 나무 아래 펼쳐진 보랏빛 물결은 정상을 눈앞에 둘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드디어 상왕봉에 도착!

우와~~

생각보다 몇배는 더 멋진 풍광이다.

봉화대가 있고,데크로 이루어진 전망대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데크도 설치되어 있다.

발아래로는 완도시내와 남해가 입권이다.

 

 

봉우리 이름도 세월이 지나면 바뀌나보다.

예전에 왔을땐 상황봉이라 했는데..

 

 

 

몇해전에 하룻밤 잤던 금당도,그리고 약산도, 금일도,생일도,주도 청산도까지 남해의 섬들을 발아래 두고 하룻밤 묵게 됐다.

 

 

시간이 남아 심봉까지 다녀오기로한다.

지금쯤이면 고귀한 자태의 산자고를 볼 수 있으리라~

예상대로 막 피어나는 산자고를 꽤 여러송이 만난다.

봄이 온 줄 어찌 알았을까?

무거운 낙엽을 뚫고 나오느라 힘들었겠다.

 

 

 

심봉에 올라 난대림의 초록능선과 어우러진 쪽빛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래서 봄이 되면 남으로 와야한다.

바라보는것만으로도 겨우내 쌓아두었던 묵은 감정들이 말끔히 씻겨져나가는 느낌이다.

봄바람도 봄햇살도 적당하여 더 좋은 지금 이 시간.

바위에 앉아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광을 가슴에 품는다.

 

 

 

5시쯤 되니 바람결이 돌변하기 시작한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는데,바람에 펄럭거리는 통에 난리도 아니다.

식당으로 쓸 쉘터는 까딱하면 쓰러질 수도 있을거 같아 노끈을 이용해 단디 고정시킨다.

경력직 무시 못한다더니 다들 10년 넘는 비박 경력이 있다보니 노련하게 뚝딱 완성시킨다.

 

 

 

바다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결국 이렇게 바다가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집을 짓게 됐다.

드론으로 본 우리 집터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남들은 내 집 놔두고 그 무거운 짐을 들고 산으로 기올라가서 한뎃잠을 자냐고 그러지만,뭘 모르고 하시는 말씀!

해질녘,오후의 부드러운 빛이 스며들 지금 이 시간의 분위기와 공기를 한번 맛보면 절대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보길도와 소안도 방향으로 해가 지기 시작한다.

먹구름이 무겁게 깔려있어 얼마안가 야속한 햇님이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다저녁이 되어 옆집으로 목포주민 한분이 입주하셨는데,

이웃을 만난건 오늘이 처음이란다.

까먹고 매트를 안가져 오셨다고..

이래서 비박짐을 꾸릴땐 여러번 확인해야한다.

 

 

 

오늘은 해산물 파티다.

참돔,갑오징어,골뱅이,해삼,멍게등등.

요즘 맛들린 흑초 소주와 곁들이니 환상의 궁합이다.

가열차게 산에 다녔던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도 나누고,이번 달 `월간 산`잡지에 무려 4페이지나 장식한 솔맨님의 위대한 여정  후일담도 듣고,표지모델로 나올것 같다고 설레발 치시더니만 김밥에 밀렸다고 약도 좀 올리고..

 

 

 

청색으로 물든 하늘 아래서 즐기는 즐거운 저녁시간.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춥지만,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으니 쉘터안으로 따스한 온기가 번진다.

 

 

 

밤새 바람이 장난아니게 불었다.

펄럭거리는 소리에 두어번 깼는데,어느 순간 그 또한 익숙해져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푹 잤다.

핫팩 두개를 침낭안에 넣어두었더니 아침까지도 따스해서 해뜨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좀처럼 침낭밖으로 나오기가 힘들었다.

 

잔뜩 기대했지만 연무로 인해 일출은 션찮다.  

 

 

 

바람 덕분에 텐트를 말리고 자시고 할것도 없다.

뽀송뽀송하니 패킹이 아주 수월하여 일사천리로 짐을 꾸린다.

 

 

 

어제 어떻게 올라왔나 싶을 정도로 하산길은 경사가 아주 급하다.

 

 

 

삼밧재로 내려오며 산행 끝!!

우리 차도 하룻밤 잘 자고 무탈하게 잘 주차되어 있다.

 

휴양림에 들러 붉은 동백 한동안 바라보다 장장 다섯시간에 걸친 귀경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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