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이야기/꽃이야기(2020년~)

홍천 도사곡리 앵초

홍천 도사곡리 앵초

 

서석으로 곧장갈까 하다가 도사곡리에 잠깐 들른다.

작년보다 일주일이나 늦은 날짜라 허탕을 칠 가능성이 높지만,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도로포장이 채 안 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도착한 곳,공기 참 끝내준다.

계곡물은 얼음장같이 차고,수풀은 우거지고,새들은 예서 제서 노래하고,

당장이라도 멧돼지나 고라니를 만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깊고 깊은 두메산골이다.

예상대로 시기가 늦었다.

천남성과 벌깨덩굴만 한가득이고,금붓꽃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주인공인 앵초아씨들도 색이 많이 바랬다.

오늘도 백작약은 볼 수 없었지만,한동안 보지 못했던 당개지치를 만난건 완전 횡재다. 

 

본격적으로 가지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에 일손 좀 보태겠다고 일부러 날잡아 간 날,

비닐 피복 작업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먼저 호스를 깔고,그 다음은 피복기를 이용해 비닐을 씌우는데,

몽몽님이랑 올케언니가 앞에서 기계를 끌고 나가고, 나랑 오빠는 뒤따르며 열심히 삽질을 하며 흙을 덮는다.

나만 힘든가싶어 보직을 바꿔 피복기를 소처럼 끌어보지만 힘든건 매한가지고,

외할아버지 묘가 있는 밭은 경사까지 심하다보니,피복기를 이용해도 제대로 흙이 안덮혀져 애를 먹는다.

오후3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일곱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하는데,

이 무슨 절묘한 타이밍인지,작업을 마치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하늘이 도왔다.

비닐 위로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노동주 한잔 하고 있자니 너무나도 뿌듯하다.

품값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두릅 한보따리로 퉁~~!

향좋은 개두릅은 최소한의 양념만하여 나물로 무쳐먹고,참두릅은 살짝 데쳐 초고추장 찍어 먹고,

그래도 양이 너무 많아 장아찌도 한통 담근다.

 

내년에도 앵초 필 적에 또 가서 도와야지.

 

(2023년 4월 30일)

 

 

천남성

'꽃이야기 > 꽃이야기(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 회목나무/박쥐나무  (0) 2023.06.09
당개지치  (0) 2023.05.01
광덕산 야생화  (0) 2023.04.23
으름꽃  (0) 2023.04.16
서석 깽깽이풀/나도바람꽃  (0)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