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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소백산(비로봉~국망봉)

산행일 : 2023년 9월 2일

산행지 : 소백산

산행코스 : 어의곡-비로봉-국망봉-늦은맥이재-어의곡

산행이야기:강북 4총사,오랜만에 뭉쳤다.간간이 만나기는 했지만,산행은 오랜만이다.

 

소백산은 그 어느곳을 들머리로 잡아도 긴 계곡을 끼고 시작한다.

오늘은 어의곡에서 시작해 비로봉에 올라 국망봉까지 이어걸을 참이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청량하게 쏟아져 내리는 작은 폭포와 물길은 계곡을 따라 한동안 이어지고,계곡과 바짝 붙어 걷는 재미가 꽤 솔솔하다.

색감 고운 물봉선에 둥근이질풀,영아자,짚신나물,그리고 도둑놈의 갈고리까지 가을꽃들도 등로 양켠을 가득 메웠다.

언제쯤 능선에 닿으려나~ 했지만,오늘은 가을바람이 참 좋은데다 언니와 밀린 이야기 나누다보니 어느새 소백의 초원이 눈앞에 나타난다.

 

 

 

 

사방이 탁 트인 풍광을 눈앞에 두며 언제나처럼 이 맛에 산에 온다며 예찬한다.

가을햇살 쏟아져도 가을바람 한줄기에 마음은 더없이 상쾌해지고,

두리번거리며 들꽃들과 눈맞춤 하느라 분주해진다.

역시나 둥근이질풀이 대세다.간간이 용담과 구절초도 보인다.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들풀들과 어우러져 바람에 흔들릴때면 우아함마저 느껴진다.

 

 

 

 

산은 아무리 다녀도 그 매력을 다 모른다더니,소백산 다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지 많지만 일월비비추가 군락을 이루어 핀다는걸 올해 처음 알았다.

올해는 놓쳤지만,내년엔 꼭 그 보랏빛 물결을 봐야겠다.

 

 

 

 

목책길로 접어들자 쑥부쟁이가 여기 저기 흔하게 피었고,

새하얀 구절초는 이제 몇송이 빼고는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단언컨대 소백의 가을은 언제나 옳다.

아니 사계절 다 좋다.

초가을 분위기 물씬 나는 초원을 목책길 따라 걷자니 너무나 낭만적이다.

가슴이 뻥 뚫린다.

온몸으로 스며드는 산공기에 사이다 한병 마신 상큼한 기분이 든다.

 

 

 

 

하늘색은 왜 또 이토록 아름다운지..뭉클하게 감정선을 건들인다.

나이가 들면서 슬퍼서도 기뻐서도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면서도 가끔 눈물이 나곤한다.

티없이 맑고 시린 가을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시시각각 다른 모양을 그려내고,너른 초원을 한눈에 담으며 비로봉으로 향한다.

 

 

 

비로봉

그림같은 주목관리초소와 그 뒤로 연화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 봄,철쭉에 취해 걸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그 날의 풍경,그 꽃길,그 때의 분위기와 따스한 봄햇살까지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래,이 맘때면 왜솜다리도 피었었지.

설악 공룡의 산솜다리를 봐야 찐인데..벌써 두 해째 못보고 있다.

이젠 힘이 들어 못가네,아니 갈 수 있네,어쩌네 하며 야속한 세월탓만 하고 있는 우리.

 

 

 

 

국망봉으로 향한다.

솔맨형은 자기 키보다도 더 큰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 도사님처럼 걷는다.

산은 산이요,물은 물이로다~해가면서.

체력만큼은 우리들 중 가장 팔팔하신 50대 후반 청년이다.

3개월간 히말라야로 떠나는 날이 이제 딱 나흘 남았다.

고소증을 겪진 않을까 한근심하고 있다.

 

 

 

 

이끼 가득한 어두운 숲으로는 바위떡풀이 한창이고,진범에 물봉선,그리고 투구꽃이 곳곳으로 자리하고 있다.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꽤 고되다.

땀은 줄줄 흐르고,발걸음은 무겁고,음침한 숲길 또한 답답하다.

숲을 벗어나 마주하는 들꽃들을 위안삼는다.

 

 

 

 

드디어 국망봉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화려했던 봄날의 풍경은 이제 누런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산바람이 불어와 땀을 한순간에 씻어준다.

쑥부쟁이와 노는 사이,다들 벌써 국망봉에 도착해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상에서의 즐거움을 한동안 만끽한다.

 

 

 

 

내 인생의 반을 넘게 함께 한 내 짝궁과,

나의 40대를 함께 한 사람들..

이만큼 세월이 지나니 이젠 척하면 딱 알아듣는 이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고,서로 얽매이지 않고,서로의 행동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늘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조심한다.

캠핑카 타고 세계 곳곳 누비자는 꿈이 과연 이루어질까?

벌써 역할분담도 다 끝냈다.

몽몽님은 운전하고,솔맨님은 정보 검색하고,나는 언어 담당하고,그리고 언니는 묻어가는걸로..

 

 

 

 

어느새 3시를 넘어가고,상월봉으로 가는 걸음이 조급해진다.

야행성인 멧돼지들이 활개를 치기 전에 산행을 마쳐야하는데,그저 마음뿐이다.

오랜만의 장거리 산행에 행여나 폐끼칠까 걱정한 언니는 오직 걷는데만 열중하느라 이미 저만치로 멀어졌는데,두 분은 도사 컨셉으로 동영상 찍느라 완전 천하태평이시다.

 

 

 

 

이제 길은 늦은맥이재로 꺾어지며 깊은 숲길로 이어진다.

이 뜻은 거의 내리막만 있다는 뜻이고,아울러 아주 길고 거친 계곡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노루삼
진범

우렁찬 물소리가 요며칠 얼마나 비가 많이 왔는지 말해준다.

그러지 않아도 수량 풍부한 계곡물은 등로까지 흘러 넘친다.

고르지 못한 산길은 역시나 거칠기 이를데 없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요리조리 물길을 피해가며 미끄러운 돌길을 조심 조심 걷는다.

긴 계곡길 징그러워 다신 오나봐라 하면서도 그새 까먹고 오고 또 오고..

힘든 기억보다 언제나 좋은 기억이 우선한다.

 

 

 

 

어의곡리에 도착하니 6시를 넘어간다.

산행 시작한지 꼭 10시간만이다.

쌩쌩 달려 2시간 반만에 서울에 도착하고,용마터널을 지나며 단골집에 미리 전화를 넣는다.

`싸장니임~~! 10분 후에 도착하니까 후라이드 한마리,닭똥집 튀김,그리고 골뱅이무침 세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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