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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태백산

산행일 : 2023년 6월 3일

산행지 : 태백산

산행코스 : 유일사주차장-유일사-정상-유일사주차장

산행이야기:태백산,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그동안 참 무던히도 많이 다녔다.눈꽃이 폈다고,한계령풀이 폈다고,참기생꽃이 폈다고,그리고 연탄불에 구운 갈비살이 먹고 싶다고,참 이유도 다양하다.이번엔 참기생꽃을 보기 위해서다.

 

그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맑디 맑은 공기,우거진 숲,하늘 높이 쭉쭉 뻗은 나무들,그리고 새들의 노랫소리로 가득한 초여름의 숲길은 언제 걸어도 할말을 잃게 만든다.

 

 

 

 

시기상으로 봄꽃들이 다 지고,여름꽃들이 피기 전인 요즘은 이른바 `춘궁기`다.

그러니,지금 시기에 피는 참기생꽃은 귀하기 이를데 없는데다 환경부 지정 희귀야생식물이기도 하다.

안부에 올라 능선길 따르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참기생꽃을 알현했다.

 

 

 

 

유일사 쉼터까지 가는 동안 참기생꽃이 제법 많이 피었다.

그냥 봐도 이쁘고,자세히 보면 더 이쁘다.

일곱개의 꽃받침에 일곱개의 수술과 한개의 암술을 들여다보며 그 단아함에 한동안 빠져든다.

 

 

 

 

쉼터를 지나자 이제 숲은 큰앵초가 자리한다.

계단길 오르다말고 눈맞추고,

돌길 오르다말고 또 눈맞추며 가다쉬다를 반복한다.

 

 

 

 

지나가는 젊은이가 무슨 꽃이야 묻더니, `true bar girl`이라는 기상천외한 영문이름을 지어낸다.헐~

이토록 단아하고 순박해보이는 꽃을 왜 하필 `기생`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꽃모양이 일본 기생이 쓰는 화관을 닮았고 꽃색이 하얗게 분을 바른 일본 기생을 닮았다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시야가 넓어지며 일출 포인트에 당도한다.

이 시기에 보는 주목들은 주변의 초목들이 시선을 분산시키다보니 겨울보다는 그 존재감이 좀 떨어지는것 같다.

 

 

 

 

초여름의 태백이 이토록 눈부시단걸 몇해전에야 비로소  알았다.

초록빛 물든 능선으로 연분홍 철쭉까지 수를 놓았고,쾌청한 하늘아래 산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나이 들면 꽃이 좋아진다는데,진작부터 꽃사랑에 빠진 나는 나이를 너무 일찍 먹어버렸다.

들꽃사랑,산사랑은 여전히 식지 않는다.

들꽃과 눈을 맞추면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요동친다.

산 위에 서면 세상을 다 가진듯 참 좋다.

 

 

 

 

오늘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더 좋은 태백산이다.

걷는 내내 함께 했던 태백산의 추억을 끊임없이 끄집어낸다.

눈속에 파묻혀 문수봉으로 향하다가 조난당할뻔 했던 이야기,

망경사 뜰에 앉아 추위에 벌벌 떨며 컵라면 먹던 이야기,

차디찬 포크가 입술에 척 달라붙어 피 본 이야기,

태백 갈비살 먹고 술김에 기차역까지 걸어간 이야기 등등..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그런가보다.

  

 

 

 

장군봉에서 천제단 이르는 길을 만끽하며 걷는다.

철쭉은 시기를 좀 지났지만,곱디 고운 산색에 취해 도무지 나아가지 못하고 서성인다.

 

 

 

 

정상에 서니 하늘색 한번 끝내준다.

신령스러운 천제단이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다.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하늘은 물감 풀어놓은듯 더 파래지면서 꽃도 풍경도 더 화사해진다.

여기에 구름까지 둥둥 떠다니며 이보다 더 아름다운 색의 조화는 없을만큼 아름답게 변신한다.

 

 

 

 

뷰맛집에서 샌드위치 냠냠.

산공기 얼마나 찬지 땀이 금새 식어 몸이 떨린다.

 

 

 

 

찬란한 초여름의 태백을 두고 가려니 아깝지만,이제 그만 산을 내려선다.

 

 

 

 

유일사

빠른 걸음으로 먼저 내려와 유일사 뜰에 피어 있을 복주머니난을 찾아보지만,눈에 안띈다.

스님께 여쭈니 한 해 거르고 다음 해에 핀다 그러신다.

  

 

 

 

다시 한번 참기생꽃을 보기 위해 사길령 방향을 따른다.

 

 

 

산앵도꽃
감자난초

영월에 들러 포장해 온 송어회로 집에 오자마자 거하게 뒷풀이를 한다.

첫잔은 소맥으로다가 시원하게~

그 다음엔 처음처럼으로 주거니 받거니~

이러니 뱃살이 빠질리가 있나,오늘도 도루아미타불 산행이 되고만 태백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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