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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리산2(성삼재~중산리)

                                             지리산 둘째날

 

산행이야기:참으로 달게 잤다.바깥잠을 이렇게 달게자긴 처음이다.코고는 소리는 자장가로 들렸고,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잔잔한 음악소리로 들렸다.몸이 개운하고 가뿐하다.어제,그 많은 땀을 흘리고 고양이세수만 겨우하고 잤는데도,몸에서는 향긋한 수박향이 난다..실컷자고 7시에 만나기로 했지만,이 금쪽같은 외박을 그냥 잠으로 때우기 억울해,가을향기님과 둘이 새벽에 촛대봉을 오른다.구름이 끼어있어,일출은 기대하지않는다.

 

 촛대봉에 오르니,해가 나올똥말똥한다.약만 빠짝 올리다가 그만 구름에 가려버린다.

차원다른 지리의 아침공기가 톡톡쏜다.시원스레 펼쳐진 능선들을보며 둘이 실실거린다.. 

 

 

 

 

 상쾌한 새벽바람쐬고 다시 산장으로 가는길..갑자기 후둑거리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뭐야??보기좋게 s님의 주문에 걸려드는 것인가..

함께 동행하지 못함이 배아픈 나머지,고시레고시레 하며,비쫄딱맞기를 기도하신다던데...

오후부터 온다는 비예보가 어찌하여 꼭두새벽부터 오는지..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분이 원망스럽다..도대체 서울에서 무슨 조화를 부리신걸까? 서울가면 어깨넓은 오빠야들좀 풀어야겠다...

 

 

 

 이번 산행중에 먹은 음식중 최고의 요리인,일명 꿀꿀이죽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미역국에 누룽지 팔팔끓인,이 정체불명의 요리..집에가면 또한번 해먹어봐야겠다..

 

점점 날이 심상치않다.빗방울이 멎는가싶더니 또 후둑거리기 시작한다.바람도 분다..

잰걸음으로 장터목으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보니,기운넘치는 가을향기님과 둘이,또 앞장서서 진행을한다.

이제 적응이 됐는지,배낭도 몸에 착 달라붙는다.

다행히 우의를 벗고도 갈 수 있을만큼 비가 내리다말다를 반복한다..

제발..이 상태로만 계속 유지되기를 빌고 또빈다.. 

 

 

 

 

 

 

 

 

 

 

세석평전지나 장터목에 닿는다.이쯤에서 피터팬님과 소울님을 기다리기로하는데,아니 저 분은 누구?

어제 선비샘부터 세석까지 길동무되어주셨던 그 분이다..

반가움에 기념으로 사진한장찍는다..

 

10여분을 기다려도 안오신다..빗방울은 점점 굵어지는데..

팀웍이고뭐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일념으로 비쏟아지기전에 얼른 천왕봉찍고 하산하자고 만장일치.. 

 

 

 

 

 풍경이고뭐고 눈에 안들어온다..바람이 점점 강해지고,빗줄기는 굵어진다.

버티고버티다가 천왕봉을 얼마안남겨두고 그제서야 우의를 입는다..

 

 

 천왕봉

 

세상에나..무슨 바람이 그리도 센지..바위라도 잡지않으면 날아갈거 같은 초대형강풍이다..

그 난리통에도 정상석사진한장 찍으려고 난리굿을 벌이다가,

 앞쪽에서는 차마 날아갈까봐 두려워 뒷쪽에서 겨우 성공한다..

주변사람들이야  청소잘하기로 소문난 s님이 정리해줄테니,걱정안한다..

 

 

 

 법계사에서 순두류로 향하고,버스타고 중산리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그리고,장터목에서 곧바로 중산리로 하산한 피터팬님네와 음식점에서 합류한다.

토종닭백숙에 동동주한잔씩 마시며,이번산행을 준비하신 피터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뭐라도 해드리고 싶지만,순수한 봉사정신이 희석될까봐 그냥 말만으로 쓱 닦기로한다... 

 

컨디션이 안좋음에도 끝까지 힘을내주신 장한 소울님,

산행처음부터 끝까지 짝꿍되어 발맞춰주시고 동무되어주신 고마운 가을향기님,

그리고,온갖궂은일 도맡아하며 일꾼되어 편한산행길 만들어주신 든든한 피터팬님.. 

세 분,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