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6월 20일
산행지 : 설악산 1708m
산행코스 : 오색탐방소-설악폭포-대청봉-희운각-마등령-비선대-소공원
산행이야기:올들어 처음으로 설악에 든다.쉬이 갈 수 없는 곳이니,기회가 만들어지자마자 일등으로 콜해놓고,오늘을 기다리는 시간은 참 더디게만 간다..
밤길을 내달려 오색에 도착하니 2시30분..산행준비마치고,2시40분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초장부터 땀깨나 흘리기 시작한다.미처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지,몸이 덜풀렸는지 몸이 한없이 무겁다.
오르막이 심해질수록,가슴은 후당당거리고 머리까지 딱딱 아프더니
급기야 위아래로 뭔가 나올거같이 심각해진다.
등로한켠에 풀썩 주저앉아 몸을 진정시켜보고,한참을 쉬고나서야 상태가 좀 나아진다..
대청봉이 보이기 시작한다.흐린날씨라 일출은 포기하고,꽉찬 안개가 걷히기만을 바라는데,
어느순간 산줄기들이 살짝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눈부신 설악이 여기에 있다.설악의 힘찬 봉우리들이 있고,
안개를 휘감으며 점점 실체를 드러내보이는 산줄기들이 있다.
고지대에 피어나 더 대견하고 이쁜 야생화들이 있고,
거친날씨 다 이겨내고 더 단단히 서있는 설악산의 깃대종,눈잣나무가 있다..
그리고 오직 설악에서만 느껴지는 기분좋은 설악의 힘찬기운...
중청대피소에서 뒤죽박죽 다양한 요리로 아침을 먹고난 후,희운각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날씨가 오리무중으로 변한다.한치앞이 안보일정도로 안개가 몰려온다.
귀신나올거같은 이런 몽롱한 날씨는 좋아하지만,행여나 공룡의 등줄기를 못볼까싶어 걱정이된다.
다행히 햇살이 번지기 시작한다.뾰족뾰족한 암릉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달력에 나오는 그 고사목도 만난다.
희운각에서 한숨 돌리고 난 후,드디어 공룡능선으로 들어선다.
쉽지않은 험난한 길이란걸 이미 알고,여러번 고비가 있을꺼라고도 미리 짐작한다.
마등령쯤 도착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예외없이 다시는 안올꺼라 굳게 다짐할지도 모르겠다.매번 그랬으니까..
그래도 또 이렇게 공룡의 등위에 올라서 있다.
내 눈앞엔 기이한 암봉들이 있고,자연이 빚은 작품들은 끝없이 이어져있다..
산행내내 금마타리꽃과 만나고,귀한 에델바이스꽃과도 조우한다.
한고개한고개 넘을때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암릉들을 보며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그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주구장창 걷고 또 걷는다.이제좀 폭신폭신한 착한길좀 걷고싶다.
내리 돌만 밟았더니,발바닥이 화끈거린다.입에서 단내도 나는거같다.
느끼한것들만 집어넣었더니,속까지 부글거리고 더부룩하다.
앞뒤사람 간격을 두어 가스배출을 해보지만,영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매콤한 비빔면이나,쌈박한 된장찌게,아님 시원한 동치미국수 한그릇 뚝딱 해치우면 속이 개운해질거 같은데...
자꾸 하품만 찍찍 나온다.그냥 이대로 공룡의 등위에 올라앉아 퍼질러 한숨 자고싶은데,갈길이 구만리다..
이제,보이는 돌덩이도 다 그 돌이 그 돌로 보인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고,돌은 돌이로세~`
마등령이 가까워오는데,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힘들어 죽겠는데 이건 또 뭐시기??
오는길에 L선수님이 우의를 안챙겨오셨다길래 `인샬라`하며 어쩌구저쩌구 입방정을 떨었는데,
하늘에서 이렇게 즉각반응을 보여줄줄이야...
어쨌든 금방 그쳤길래 망정이지,안그랬음 하산길에 무진장 고생바가지였을뻔했다..
걷는게 귀찮아질때쯤,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비선대가 가까워 왔음을 직감한다.
그리고,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하고,소공원에 도착하며 오늘의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어느분이 그러신다..
`앞으로 설악의 `설(雪)`자도 꺼내지말라`고...
또 어느분이 그러신다..
`앞으로 설악방향으론 오줌도 안눌꺼라`고..
`공룡잡으러갔다가 공룡에 쫓겨 겨우 살아돌아왔다`고...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한 열흘만 지나면 또 설악이 그리울꺼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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