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9월 18일
산행지 : 지리산 1915m
산행코스 : 백무동-참샘-장터목-천왕봉-장터목-세석-한신계곡-백무동
산행이야기:구절초산행에 나선다.말만들어도 설레는 지리산으로..
3시30분부터 헤드렌턴켜고 산행을 시작한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따뜻한 커피한잔이 생각날때쯤,참샘에 닿는다.
피터팬님이 커피준비를 하는동안 널찍한바위에 벌렁 누워 하늘을 보니,나뭇잎사이로 별이 쏟아진다.
약식한덩어리를 입에 넣으면서도 그대로 누워 한참동안이나 촘촘히 박혀 하늘을 수놓은 보석들을 감상한다.
참샘을 출발하면서부터는 서서히 날이 밝는다.
소지봉까지 빠짝 치고올라 저멀리 능선을 보니,여명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고,
장터목을 1.5킬로 남은 지점에 이르자,드디어 시야가 확보된다.
궁댕이 모양의 반야봉이 선명히 보이고 붉게물든 산그리메가 가슴 콩닥거리게 만든다.
백무동을 출발한지 4시간만에 장터목에 도착한다.
기대했던 환상적인 운해는 오늘도 보여주지 않았지만,파란하늘과 부드러운 능선의 어울림이
`역시 지리산이구나`하는 생각을 들게할만큼 아름답다.
오늘의 전담요리사가 떡만두국을 맛나게 끓여주시고,배가 고프던차에 두그릇이나 게걸대며 퍼먹는다.
산중에서의 맛,그 어떤 산해진미와 비교할 수 있으랴..
배낭내려놓고 가뿐하게 천왕봉을 오른다.그리고 오늘의 하일라이트,구절초와의 가슴설레는 만남이 이루어진다.
등로양옆으로 투박한 순수함으로 피어있는 구절초와 보랏빛용담..참 이쁘다..
재가된 얼굴로 존재에 대한 강인함을 보여주는 제석봉의 고사목군락지를 지나
천왕봉으로 오르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볍다.
천왕봉에 다왔다.
줄서서 정상인증하고난후,우리들만의 멋진 포토존을 만들어 즉석사진관이 차려진다.
혼자찍고,쌍으로 찍고,여럿이 찍고,자리바꿔 또 찍고,앉아도보고 서서 폼도 잡아보고...
한참동안이나 즐겁게 사진놀이를 하는동안 천왕봉이 점점 북적거리는 시장통이 된다.
멋진 풍광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장터목으로 하산한다.
산은 채우러오는것이 아니라 비우러온다고 했던가?
한걸음한걸음 내딛을때마다 툭툭 복잡한 상념들을 떨쳐버리게 만드는 길이다.
한낮의 뜨거운 가을햇살속을 마음 텅 비운상태로 걷고 또 걷는다.
그러다보니,맨 꽁지가 되어버린다.
연하봉에 올라 연하선경을 만끽한후,촛대봉지나 세석에 도착한다.
선두팀이 따뜻한밥과 김치찌게를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다.꽁지도 할만하네..ㅎ
계획했던 시간보다 1시간늦게 한신계곡으로 들어선다.
깊은계곡으로 들어갈수록 숲은 포근해지지만,계속되는 너덜길과 경사진길을 걷느라 발바닥이 점점 얼얼해진다.
백무동을 500m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계곡물쪽으로 파고들고,훌렁훌렁 벗고 자연목욕탕에 입수한다.
찬기운이 온몸을 휘감아돌고,머리는 개운해지고,가슴은 뻥 뚫리면서 오늘산행의 피로가 단숨에 싹 가신다.
어둑해질무렵에야 백무동에 도착하며 장장 15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무리한다.
지리속에서 꽃과 풍경,그리고 아름다운 이들이 하나가 되었던산행..
몸에서 반응하는 노곤함조차 행복한 희열로 다가온다..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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