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11월 3일
산행지 : 삼악산 654m
산행코스:상원사-깔딱고개-정상-흥국사-등선폭포
산행이야기:깊어가는 가을..9월과10월을 보내면서 뱃살과 궁댕이살은 탱탱하게 물이 올라 풍부해졌는데,이 마음은 채워지지않는 그리움으로 가득하다.어디로 튀어볼까 궁리중에,추억속의 강촌을 떠올리게되고,낭만을 꿈꾸며 홀로 기차여행을 떠난다.
청량리역을 출발한 기차가 칙칙폭폭 소리를내며 강변을 달린다.
`햇살 들어오는 너른창밖을 내다보며 가을을 음미하고,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며 우수에찬 얼굴로..`
당초계획은 이런 가을여인컨셉이었는데,덕소를 지나자마자부터 분위기파악못하고 잠이 쏟아져버린다.
강촌에 가까워져서야 잠이 깨고,흘린침과 헝클어진 머리 수습하고 슬슬 산행준비에 들어간다.
의암호로가는 버스가 마침 있어,들머리에 쉽게 닿는다.
아름다운 의암호를 바라보며 상원사를 향해 오른다.
가을의 쓸쓸함이 묻어있는 길을 바스락거리며 걷는다.홀로걷는 길이 운치있을꺼라 생각했는데,
자꾸만 옆구리가 시려온다.
다람쥐한마리라도 쓰윽 지나갈때면,깜짝놀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코까지 맹맹해오면서 훌쩍훌쩍 콧물을 들이마시며,주변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낙엽을 밟는다.
용화봉 654m
흥국사에서 흘러나오는 불경소리가 산중에 울려퍼진다.
흥국사마당에 노란 은행나무를 떠올리며 도착했는데,
그 본연의 색을 바래지도 못하고 파란잎새로 나뒹굴어져있다.
아마도 갑자기 추워진 미친 날씨때문이리라..
그러고보니,미친건 날씨뿐 아니라,
이렇게 청승떨며 혼자서 가을을 밟고있는 지금의 나도 미친여인으로 보인다.
등선폭포지나 매표소를 통과하며 산행을 마친다.
아무리 산행시간을 늘려도 채 3시간이 못되어 하산하고,
강변따라 이어진 길을 걸어 강촌역으로 이동한다.
집나온김에 추억의강촌을 떠올리며 놀다가기로 맘먹고,그 때 그 장소들을 더듬어본다.
두번째미팅때 만난 희선이랑 종일 수다떨었던 `장수하늘소`를 찾았는데,문이 닫혀있다.
할 수없이 `카페테라스`라는 곳에 들어가 4000원짜리`아메리카노`한잔 주문한다.
마침 `이문세`의 노래들이 흘러나오고,고개 까딱거리며 흥얼거려본다.
등산복차림으로 분위기잡아봐야 뽀다구도 안나겠지만,
그래도 생각하는척 머리에 손도 올려보고,눈도 쫙 내리깔아보고,다리도 한두번씩 번갈아가며 꼬아본다.
아무래도 달착지근한 다방커피가 입맛에 딱이라 반도 못마시고 나와 강바람쐬며 강변을 걷는다.
예전의 그 낭만적인 강촌의 모습은 없다.
삐죽이 올라간 멋대가리없는 건물들과,
무슨 꿍꿍이 속으로 또 강을 파헤치는지,앵앵거리는 포크레인 소리만 요란하다.
저녁밥지을시간이 다 되어서야 청량리행 기차를 탄다.
다행히 옆좌석엔 잘생기고 귀엽고 샤프한 남자가 앉게되고,서울까지 동행하게 된다.
꾸벅꾸벅 졸면서 슬쩍슬쩍 어깨를 빌려본다..
화려한외출(?)을 마치고 집에오니,온몸이 으스스하다.
목이 칼칼하고,콧물은 줄줄 흐르고,다리힘이 쭉 빠진다.
낭만찾으러 떠난 여행에서 `감기`란 놈을 달고 왔다.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