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10월 31일
산행지 : 강천산
산행코스:병풍폭포-투구봉-옥호봉-강천사-홍화정-현수교-구장군폭포-일주문
산행이야기:찜질방에서의 지옥같은 하룻밤을 보내고,새벽5시에 탈출한다.온김에 눈썹님블로그에서 봐왔던 옥정호에 들러보기로한다.
40여분을 달려와 옥정호에 도착하니,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어디가어딘지 구분이 안된다.
일단 음식점주차장 너른공터에 주차시켜놓고,렌턴들고 둘러보니,국사봉으로 오르는 등로가보인다.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도착하니,벌써 여러겹의 진사님들이 고가의 장비로 무장한채 진치고있다.
여명빛에 붕어섬이 꿈틀거리는거 같다.
물안개 피어오르고,운해 턱 걸쳐졌으면 더 멋졌을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국사봉까지 올랐다가 하산한다.
새벽부터 움직였더니,강천산으로가는동안 잠이 쏟아진다.
마침 공터가 보이길래 한숨자기로 하는데,정신없이 자다보니 1시간을 훌쩍넘겼다.
냅다달려 강천산입구에 도착하니,주차할곳이 없다.
겨우 임시주차장에 주차하고,셔틀버스로 이동한다.
이미 시간은 11시가 가까워온다.
어제 내장산에서도 전쟁통이더니,여기는 더 심한 전쟁통이다.
들머리부터 주차장이 난리고,사람에 치이기 시작한다.
겨우 삐집고 단풍속으로 들어가보지만,
단풍은커녕 온갖 빨갛고파랗고 노란 사람들의 현란한 색의 잔치로 들썩거린다.
강천사 들렀다가 그 유명한 현수교로 접어드는데,세상에만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내 생전 처음이다.
다양한 사투리가 혼재하는걸 보니,전국팔도사람들은 다 여기로 모였나보다.
계단하나 오르는데 최소 5분이상이 걸리는거 같다.
어쩌다 새치기라도 하는사람이 생길라치면,고성이 오가며 싸움이 벌어진다.
바람소리대신,요란벅적한 사람의 소리가 있고,
맑은공기대신,오만가지 사람냄새로 가득한 강천산이다.
겨우 현수교를 건너고,계단을 내려와 구장군폭포로 갔다가,눈물을 머금고 오늘산행은 여기서 마치기로한다.
화장실갔다가 뒷처리를 떨떠름하게 한거같이 찝찝하지만,
이대로 왕자봉으로 진행했다가는 오늘안으로 서울에 못갈거 같은 마음에 정상석은 접기로한다.
셔틀버스기다리는데 1시간,임시주차장까지 이동하는데 30분,주차장 빠져나오는데 30분..
길바닥에 금쪽같은시간을 마구 뿌리며,겨우 전쟁통을 벗어나 쫄쫄 굶은채 서울로 향하게된다.
오는길에 순창고추장단지에 들렀더니,거기마저 바글바글거려 그냥 통과한다.
여천휴게소에 들러 돈까스하나 먹는데도 또 기다림의 연속..
단풍철 인파로 서울오는 도로까지 군데군데 막혀 마지막까지 오지게 고생바가지한다.
잠은 왜이리 쏟아지는지,옆에선 뒷꼴을 눌러가며 열심히 운전하시는데,
얼굴에 철판깔고 그냥 보조석뒤로눕히고 냅다 자버린다.
8시가 넘어서야 서울에 도착하고,
서울의 불빛과 높은건물들이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워보인다.
집떠나서 이틀동안 개고생하다 집에 돌아오니,천국이 따로없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내 쉴곳은 작은집 내 집뿐이리~~~`
분위기잡고 조용하게 보내야할 10월의 마지막날을 요란한곳에서 정신없이 보내고왔다.
야심차게 계획했던 산행길이 미처 생각지못했던 변수로 쉽지않았지만,
어쨌든 100대명산하나는 확실하게 접수하고 왔으니 그걸로 됐다고,애써 위로해본다.
내장산과 강천산..엉뚱한 이유로 기억에 남을 산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