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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영남알프스 둘째날

산행일 : 2010년 10월 25일

산행지 :영남알프스

산행코스:운문산-아랫재-가지산-능동산-쇠점골약수터-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축산-지산리

산행이야기:이젠 한뎃잠에 익숙해졌는지, 바람소리에 두어번 깼을뿐,개운하게 참 잘잤다.

문을 열어보니,두둥실 달이 떠있고,바로위에서 별이 우르르 내게로 쏟아진다.산위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이 특별한 광경과 폐속깊은곳까지 스며드는 이 상큼한 공기에,새로운 에너지가 불끈 솟는다.

아침일출을 볼 요량으로 한참을 뒹굴거리며 여유를 부리다 7시가 다되어 일어난다.

 

 전국적으로 비가온다더니,비는커녕 하늘이 환하게 열려있다.

멋진일출의 장관속에서,갈치조림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나서 8시가 넘어서야 가지산으로 향한다.

 

어제내린비로 등로가 매끄러워 아랫재로 내려가던중,쭉~미끄러진다.

오른쪽팔로 짚었더니,뻑적지근한것이 신경이 자꾸 쓰이는데,

오늘도 저멀리 내빼버리는 일행들땜에 아침부터 똥뺀다.

아랫재에서 오르는길은 끝도없는 오르막인데,

아침에 먹었던 그 갈치가 되살아나 유영하듯 스무스하게 잘도 올라치신다.

이쯤되면 쉴만도한데 그냥 통과하고,물한잔 마시고 싶은데 또 그냥 통과하고..

내 앞에서 실룩거리는 저 엉덩이가 어찌나 얄미운지,그대로 돌진해 초강력똥침이라도 찔러주고 싶을정도다.

 

 

 

 가지산정상 1240m

 

운문산을 출발한지 2시간만에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에 닿는다.

가지산장 방명록에 일필휘지로 멋지게 남겨놓고나서,

위풍당당 인증사진 날리자마자,이내 다음 목적지인 석남터널방향으로 내려선다.

너덜거리는 돌길을 내려가느라 발바닥은 불이난다.양말하나 더 챙긴다는것이 이번에도 또 까먹었다.  

 

 

 능동산 981m

 

폭신한 낙엽길을 걷기도하고,카스테라같은 포근한 흙길을 걷기도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오르기도한다.

평지에선 거의 마라톤수준으로 뛰다시피하고,오르막에서조차 펄펄 나시는 일행들땜에

어제에이어 오늘도 죽을맛으로 걷는다. 

물까지 동이나고 몇조각남은 감으로 목을 축이며 겨우 능동산에 도착한다.

마지막계단을 박차고 오를땐 얼마나 숨을 꼴깍거렸는지,스틱들 힘도 없어 질질 끌고 올라선다.

 

 드디어 도착한 쇠점골약수터..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느낌이 이럴까? 

물의 소중함,뼈저리게 느낀다.집에가면 아껴써야겠다고 다짐한다.

벌컥벌컥 물먼저 들이마신 후,누룽지끓여 점심을 먹는다.

 

임도로 이어진길따라 쭉 걸으니 배내고개에 도착한다.

시간을보니 2시가 넘었다.

휴대폰밧데리가 간당간당하고,내몸의 밧데리도 간당간당하다.

아..어찌 영축산까지 갈것인가?

 

 간월산 1083m

 

걸음을 재촉해 부지런히 걸어 간월산에 도착한다.

하산하는 산님들이 우리들의 배낭을 보며 다들 기절초풍하신다.

그런데다 영축산까지 간다니 더 놀래자빠지신다.

과연 갈 수 있을까?

가지산,운문산의 거친등로와는 달리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져있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일행들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어제 지독한 알바를 한터라 약간 신뢰감이 떨어지긴했다.

 

 

 

 

 

 

 간월재의 억새와 마주하는 순간이다.

바람에 흔들거리고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의 아름다움에 잠시 발길을 멈춘다.

작년에 안개때문에 못봤던 억새군락을 오늘에야 제대로 만나고,두 팔벌려 평원의 바람을 가슴에 품어본다.

바람따라 울려퍼지는 억새의 울음소리가 바삐 걸어야할 내 마음을 애닳게하고,

그려왔던 드넓은 억새평원에 풍덩빠져 오랜시간 허우적거리지 못해 자꾸만 뒤돌아보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래도 여태껏 달려온 나를 위한 보너스인지,다들 천천히 움직여주신다. 

 

 

 

 신불산 1209m

 

힘들지만,정상석앞에만서면 웃음이 실실나온다.

점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고,생체리듬도 장거리에 익숙해졌는지,어느순간 가벼워지기도한다.

그러다가도 어느순간은 한걸음떼기도 힘들정도로 고달프기도하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있으니,영축산까지는 훤할때 갈 수 있을거 같다고 주문을 걸어본다. 

 

 

 

 

 

 신불재지나,영축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끝없는 억새군락이다.

억새사이로 난 길을따라 걸으며,

새삼 `영남알프스`라 일컫는 이유가 바로 이런 운치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알프스의 아름다움속을 유영하며 걷는 지금이 축복된시간이리라..

몸뚱아리의 고통쯤은 순간의 기쁨으로 잊고만다.

이제,종주길의 막바지에 들었다.고지가 저만치 보인다.

킁킁대며 공기도 더 마셔보고,억새의 흔들림도 더 눈여겨본다.

 

 

 

 

 

 영축산 1081m

 

어제오늘 본 돌덩어리중 가장 큼직한 정상석앞에 드디어 섰다.

배내고개를 출발한지 3시간반만이다.

강한정신력으로 걷고걸어 이곳에 왔다.아,가슴벅참이여~~

마침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하늘마저 세상에서 가장 멋진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금세 날이 어두워지고,바람까지 불어 쌀쌀해진다.

하산을 서둘러 통도사로 향하는데,한참 내려가다보니,취서산장이 나온다.

세군데 갈림길에 서서,어디로 방향을 잡을까 고민하다가 밤길이라 넓은길을 택한다.

처음엔 경사심한 내리막이더니,지산마을로 내려가는 임도길이 나온다.

이 밤중에 렌턴켜고 걷는길치곤 아주 양반중에서도 상양반길이다.

원래계획했던 통도사로의 하산을 변경하고,이곳을 날머리로 잡은건 참 현명한판단이었다. 

 

마을의 불빛이 반짝거리고 개짖는소리가 들리자,이제야 안심을한다.

마침 터미널로가는 6시55분마을버스가 있어 신평터미널까지 이동하고,다시 부산행버스를 탄다.

터미널화장실에서 대충씻고 옷갈아입은 후,저녁먹고나서 9시버스로 서울로 온다.

 

버라이어티한 무용담이 참 많았던 영남알프스길,

힘들고 고된기억은 이미 저편으로 날아가버리고,

걸으면서 보고 느꼈던 좋은기억들로만 가득 채워져있다. 

   그토록 아름답고 이쁜풍경들을 또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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