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11월 11일
산행지 : 설악산 1708m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대청봉-중청-소청-봉정암
산행이야기:산에서의 1박에 단단히 맛들린 요즘,툭하면 곰국한솥단지 끓여놓고 배낭꾸리는 날이 잦아진다.산에 오래머물러 있음이 좋고,산중에서의 저녁과 새벽공기의 알싸함,그 맛이 참으로 좋다.그 맛이 그리워 오늘도 집을 나간다.`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한 땅밟기`라는 거대한 슬로건을 내걸고..
6시30분 동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2시간만에 한계령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꽤 쌀쌀한 날씨에 정신이 번쩍든다.
겨울채비를 하라는 말을 그냥 흘려듣고 가을바지를 입고 왔더니,넓적다리가 싸늘하다.
따끈한 해장국 한그릇 먹고나서,드디어 설악으로 든다.
초입부터 엊그제내린 눈으로 등로가 미끄럽다.
다행히 아이젠은 챙겼는데,계단을 오르내릴때나 바위군을 지날때는 두배로 신경을 더 쓴다.
한계삼거리를 지나자 설악의 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점점 바람은 차가워진다.
쓸쓸한 초겨울에 있는 설악의 길을 코쌕쌕거리며 걷는다.
대청봉 1708m
정상에서 내려와 늦은점심을 먹고있는데,후둑거리며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콩알만한 우박이 떨어지고,점점 어두워진다.
서둘러 봉정암으로 향한다.
소청지나 봉정암으로 가는데,가는빗방울이 떨어진다.
빠른걸음으로 봉정암에 닿으니,갑자기 장대같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다행이다.하마터면 홀랑 다 젖을뻔했다.
보살님들방에 여장을풀고 삐집고 들어가 잠자리영역을 표시해둔다.
8시쯤되니,다들 저녁예불하러 법당으로 나가니,귀신나올거같은 어두운공간에 두세명만 덜렁 남겨진다.
밖에서는 우르릉쾅쾅하며 요란하게 소낙비가 쏟아지고,천장에 새겨진 울긋불긋한 색들이 무섭게 나를 쏘아본다.
화장실한번가는것도 돌고돌아 구만리길이니,꾹 눌러 참다가,안되겠다싶어 산사체험이나 해보기로한다.
`로마에가면 로마법을 따르라`했으니,사람들모여있는 법당으로 향한다.
법당에 들어가 자리깔고 앉아 부처님진신사리앞에 선다.
스님 설법을 듣다가,천수경외는 소리를 듣다가,그러다 어느순간 반야심경이 자장가처럼 들리기 시작하고,
그냥 법당에 대자(大字)로 뻗어 꿈나라에 빠진다.
한숨자고 일어나 숙소에가니,그나마 표시해뒀던 영역도 없어져버렸다.
찬바람들어오는 문앞에 겨우 자리잡고누워 토막잠을 잔다.
어서 오늘밤이 지나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