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11월 12일
산행지 : 설악산 1708m
산행코스:봉정암-소청-중청-대청봉-중청-희운각-천불동계곡-비선대-소공원
산행이야기:똑딱거리는 목탁소리에 잠이 깬다.시계를보니,새벽3시밖에 안되었다.다시 이불돌돌말고 누워있자니 새벽예불을 마치고 돌아온 보살님들이 한걱정하신다.밤새내린눈때문에 하산할일이 걱정이라고...뭐시라? `눈(雪)`이라고라? 총알같이 튀어 밖에 나가보니,온세상이 하얗다.요란스레 퍼붓던비가 눈으로 바뀌어 눈세상을 만들어놓았다.
6시도안되어 아침공양으로 나온,미역국에 오이몇조각을 감사한마음으로 먹고나서,
아이젠차고 사리탑으로 오른다.
내려다본 봉정암의 그림같은 풍광에 멍때리고,꿈틀거리는듯한 용아장성릉의 너울거림에 넋이 빠져버린다.
겨울 설악의 모습은 처음이라 다시 대청으로 오르기로한다.
눈쌓인 중청산장과 눈잣나무군락지의 설경이 사뭇 궁금했다.
고도가 높아갈수록 점점 아름다운 눈세상이 펼쳐지고,감탄의 횟수도 점점 많아진다.
손이 얼얼한데도 연신 카메라를 눌러대고,세찬바람에 몸이 휘청거려도 이 황홀한 설경앞에 추위도 잊는다.
이런 설악의 모습과 맞딱뜨리게 될 줄이야..상상불가한 쇼킹쌈박한 11월의 설악의 얼굴이다.
소청산장에 닿자 설악의 힘찬 봉우리들이 반짝거리는 눈꽃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하늘도 파랗게 열리기 시작하고,
천지개벽의 모습으로 먹구름이 왔다리갔다리하면서 시시각각 다양한 설악의 얼굴을 보여준다.
바람의 얼굴도 다양해 순한양처럼 온화하게 훈풍이 불다가도,
눈도 못뜰정도로 발칙한 사자의 얼굴로 몸을 사정없이 뒤흔든다.
눈쌓인 중청의 모습은 생각했던것보다 백배는 더 아름다웠다.
동화속에서나 봄직한 그림같은 집이었고,
그 곳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은 떨려왔고,가슴은 후당거리며 진정이 안될 정도였다.
방방뜨며 호들갑떠는 나와는 달리 조용히 가슴으로 음미하며 걷던 길동무도 기어이 카메라를 꺼내드신다.
간단히 요기만 때웠던 봉정암에서의 아침공양이 부실했던터라 벌써 배가 고파진다.
추위도 피할겸해서 산장에 들러 든든하게 떡국 끓여먹고 한겹 더 껴입고 장갑도 더 두꺼운걸로 갈아끼고,
단단히 중무장해서 대청으로 향한다.
세상에만상에..올초 태백에서맞은 바람이 최고의 바람으로 알고 있었는데,이곳의 바람과는 쨉도 안된다.
한걸음 떼기도 힘들어 난간을 부여잡으며 걷고,휘청휘청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다.
찰싹찰싹 볼따귀를 후려갈기고,윙윙거리는 칼바람이 귀를 싹뚝 잘라버릴것만같다.
대청봉 1708m
정상인증하려다 하마터면 저아래 희운각으로 나가 떨어질뻔 한다.
서있는것도 힘들어 어정쩡한 똥폼으로 쪼그려앉아 겨우 한방 날린다.
그리고 서둘러 중청으로 향한다.
더 머물지도 못할뿐더러 1분이라도 더 머물다가는 동사되어 얼음땡인 상태로 내년봄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왔다리갔다리 온갖쇼를 다하고 간신히 내려와 희운각으로 내려간다.
점점 하늘이 파랗게 열리니,눈꽃이 더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참으로 눈부신 설경이다.
희운각지붕이 보이자 차츰 눈이 사라져버린다.
언제 그랬냐는듯 바람은 온순해지고,기온은 봄날씨처럼 포근해진다.
희운각을 지나면서 천불동계곡으로 들어선 산길은 호젓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낙엽길이다.
설경속에서 빠져나와 가을속으로 들어가 계곡물소리들으며 나폴대며 걷는다.
비선대지나 소공원에 도착하며 1박2일간의 산행을 마친다.
설악동에서 속초행버스타고 터미널로 이동해 6시 10분차타고 서울로 온다.
호젓한가을길을 걷고오자했던 산행길이,
한겨울의 설경속에서 눈길을 신나게 걷고왔다.
상상초월한 아름다운 설경에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쳤던 환상적인 설악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