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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두위봉(강원정선)

산행일 : 2010년 12월 22일

산행지 : 두위봉 1465m

산행코스 : 자미원역-두위봉-주목군락지-도사곡휴양림

산행이야기:이번감기는 참 오래도간다.목감기와 몸살이 한꺼번에 와서 정신을 못차리게 만들어버렸다.엊저녁부터 좀 누그러지는거같아 계획했던 산행을 진행하고,아침6시에 정선으로 출발한다.

 

자미원역에 도착해,들머리를 찾는데,한참을 헤맨다.

이정표를 성급하게 날림으로 본 바람에,동네야산을 왔다리갔다리하며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전부터 진을 쏙뺀다.

게다가 동네개들까지 스테레오로 왕왕대는통에,곧장 마을로 내려서기도 살벌하다.

예상시간보다 30여분 일찍 도착했다고 좋아했는데,결국은 딱 그 시간만큼 알바를 한 끝에,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 이정표를 살펴보니,

너무나도 등로가 명확하다.아무래도 귀신에 씌였던거같다.

 

농가의 마을길을 통과해,눈쌓인 산길로 접어든다.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고,숨을 헐떡거리는데,몸상태가 점점 심상치않다.

호흡할때마다 싸~한 바람이 코로 입으로 들어가 머리를 멍하게 만들고,

으실으실 한기까지 느껴지기 시작한다.

정상은 아직 멀었으니 깝깝한 상황이고,눈까지 푹푹 들어가 발걸음이 더디기만하다.

눈밭에 풀썩 주저앉아 쉬다가,겨우 추스려 일어나고,또다시 한걸음한걸음 내딛고..

헬기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으로 끙끙 신음하며 기어올라간다.

 

 

정상을 300m정도 남겨놓고 점심을 먹는데,그 때부턴 완전 몸이 달달 떨린다.

소주한잔으로 열을 내보고,따뜻한국물로 속을 달래보지만,여전히 온몸이 쑤신다.

봄이면 분홍철쭉의 꽃물결로 넘실거릴 이 곳을,차분히 앉아 그려볼 기운도없고,

아스라히 펼쳐진 백두대간 줄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몸뚱아리 쉴 수 있는 곳,그 곳만이 사무치게 그립다.

 

 

 

두위봉 1465m

 

몸살투혼으로 간신히 도착한 두위봉정상..

결국은 진통제 두알을 챙겨먹고,그 힘으로 하산을 서두르는데,

이번엔 뒤에서 배설의 신호가 온다.나 참..오늘 가지가지 다~한다.

 

 

 

하산길도 만만치않다.오르락내리락 몇개의 봉우리를 넘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진통제가 직효해서,순간 몸상태가 쌩쌩해진다.

그 틈을 타서,부지런히 달리고 또 달린다.

 

 

 

 

천년이 넘었다는 주목군락을 지나고,산죽길을 걸어내려와 5시쯤에야 도사곡휴양림에 도착한다.

차량회수를 위해 택시를 부르려는데,때마침 차를 태워주신다는 고마운분을 만난다.

가는방향이 반대방향인데도 민둥산역까지 태워다주시면서.

언젠가 상황이 바뀌면,잊지말고 태워다 달라신다.

인심좋은 그 분들 덕분에,쉽게 자미원역에 도착하고,단번에 서울까지 쌩쌩 달려온다.

 

서울에 도착해 저녁을 먹을때까지만해도 그럭저럭 컨디션이 괜찮았다.

근데,식사마치고 택시를타러 큰 길로 나가려는 바로 그 순간,

등산화끈에 밟혀 바로 직각으로 꼬꾸라지면서,시멘트바닥에 엎어져버렸다.

머리가 띠용~하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턱이 살짝 파이면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오른쪽 눈옆은 시멘트바닥에 갈아먹고,

팔목은 심하게 아프고,왼쪽 손가락마디는 짓이겨져 얼얼하고,무릎은 피멍들고.. 

호프집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어느 아저씨까지 달려나와,얼른 병원으로 가라고..

이 무슨 빵꾸똥꼬같은 일이..아,울고싶어라..

12월 22일 동지인 오늘,

팥죽으로 액땜한게 아니라 온몸으로 생쑈를 하면서 액땜한번 기막히고 코막히게 한,그지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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