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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리남부능선

산행일 : 2011년 2월 13~14일

산행지 : 지리남부능선

산행코스 : 백무동-참샘-장터목-천왕봉-장터목(1박)-세석-삼신봉-불일폭포-상불재-쌍계사

산행이야기:100년만의 폭설로 설악산 공룡의 꿈이 무너진다.고구마자루만한 배낭까지 싸놓은 마당에,어디로 튈까 고민하다가 동서울에서 7시 백무동행 첫차를 탄다.

 

백무동으로 오르는 마지막음식점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나니,12시가 다 되어간다.

올때마다 오밤중에 올랐던 이 길을 대낮에 오르니 무척 새롭다.

대나무숲이 있는줄도 몰랐고,계곡의 얼음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이렇게 청아한줄도 몰랐었다.

그저 랜턴불빛따라 줄기차게 올랐던 기억뿐이다.

겨울숲의 정취속에 봄기운을 느끼며 고요한 길을 걸으니,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눈쌓인 공룡의 등줄기에 대한 미련이 조금은 해소되는거 같다.

 

 

 

반야봉이 보이는 능선이 닿으니,옷에서 김이 폴폴 날정도로 땀이 흐른다.

눈(雪)을피해 찾은 지리산이,완전 따뜻한 봄날같은 날씨로 맞이한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잠자리부터 확인하는데,예약이 꽉차서 자리가 생길지는 장담 못한단다.이런!

어차피 무대뽀로 나선 길이니 이미 예견된일..

누울곳 없으면 밤새 주(酒)님을 섬기면 되고,날도 좋은데 돗자리깔고 신발장옆이라도 누우면된다는 배짱으로,

배낭 내려놓고 일단 천왕봉으로 향한다.

시간이 늦었으니,제석봉까지만 다녀오라는 공단직원의 말을 콧등으로 듣고,

주걱모양 정상석을 접수하러 눈길을 달린다.

 

 

 

 

천왕봉 1950m

 

개미새끼 한마리없는 천왕봉이 참으로 고요하다.

바람한점없고,꿈틀거리던 지리의 능선들도 오늘은 미동도 없다.

볼따귀 후려치는 칼바람도 없고,눈보라도 비바람도 없는 참으로 잔잔한 천왕봉의 풍경이다. 

 

 

 

연하봉실에 잠자리가 확보된다.밤새 꼴깍거릴 계획이었는데,내심 아쉬워하며(?) 삼겹살을 굽기 시작한다.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과 산행이야기들을 안주삼아 소등시간이 다 될때까지 시간을 보내다가,잠자리에 든다.

대피소가 꽉찼다는 말과는 달리,텅비어있어 대자로 뻗고 널널하게 뒹굴거린다.

게다가 실내온도도 따뜻해서 한꺼풀씩 훌훌 벗으며 내집안방처럼 편안한 밤을 보낸다.

  

동그랗게 테를 그리며 달무리진 하늘이 내일의 흐린날씨를 예고한다.

                                          

남부능선을 걷기위해 아침일찍 서둘러 밥지어먹고 세석으로 향한다.

촛대봉에 이르자,여명이 트기 시작하는데,먹구름이 몰려온다.

저멀리 천왕봉쪽은 아예 먹구름이 점령해버렸고,동이트기는커녕 점점 어둑해지는거 같다.

 

 

세석산장 옹달샘에서 물을 채우고,드디어 한번도 걸어보지 못했던 장장 16킬로에 달하는 남부능선으로 접어든다.

공단직원이 인적드문곳이라 등로가 거칠다며 안가는게 좋다고 하는 말이,

오히려 구미를 땡기게하고,새로운길에 대한 호기심에 더 가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삼신봉 1284m

 

너덜길과 내키보다 더 큰 산죽과의 싸움이 계속되고,눈길과 먼지날리는 길이 반복된다.

왼편에 천왕봉을 끼고 쉼없이 걷다보니,

노고단부터 써리봉까지 지리의 주능선들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삼신봉에 도착한다.

어제에이어 봄날같은 포근한 날씨속에,간간히 부는 바람이 고맙기까지하다.

그래도..겨울산은 칼바람 몰아치고,눈속에 푹푹빠지고,입이 얼얼할정도로 추워야 제맛인데...

아,짜릿하게 내몸을 뒤흔들었던 지난번 그 지리의 칼바람맛이 그립다.

 

 

삼신산정 1354.7m

 

쌍계사를 9킬로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배낭떨이에 들어간다.

어제먹다남아 적당히 숙성된 삼겹살과 누룽지,쌀,김치,그리고 이슬이...

딱 두잔씩밖에 안돌아가서 더 금쪽같고 피같은 소주맛이 참으로 기똥차다. 

때맞춰 눈발까지 흩날려주시니,무려 1시간30분이나 쉬어간다.

 

 

불일폭포

 

 

 

 

깊은협곡과 어우러진 불일폭포에 들렀다가,쌍계사에 도착하니 4시30분이다.

무릎이 뻐근할정도로 꽤 긴거리를 걸어내려왔다. 

화개터미널로 이동해 6시50분 서울행표를 끊어놓고,화개장터에서 인삼동동주한잔하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하마터면 이번에도 두번의 분실사고가 있을뻔 했다.

장터목산장에서는,아이젠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삼겹살향기에 취해있었는데,

다행히 방송의 힘으로 겨우 찾았고,

화개장터음식점에서는,동동주에 취해 이번에 처음개시한 장갑을 두고 나왔는데,

주인아줌마덕에 겨우 찾았다..

따뜻한봄이 오기전에,맹~한 정신줄이나 단디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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