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1년 2월 27일
산행지 : 능경봉(1123m)~고루포기산(1238m)
산행코스 : 대관령휴게소-능경봉-샘터-전망대-고루포기산-오목골
산행이야기:봄날의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때마침(?) 들려오는 주말비소식에 무지 깝깝하다.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소식..꽃샘추위..폭우..결전의 날이 다가와도 비소식은 없어지지않고 오히려 더 정신사나운 날씨만을 예고한다.산행지도 결정하지 못한채,용감무쌍무대뽀 다섯이 모여 무작정 강릉으로 나선다.
영동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빗방울은 더 거세지고,
머리를 짜내고 짜낸끝에 그나마 오후부터 눈소식이 있다는 선자령이 울며겨자먹기 산행지로 결정되는데...
일찌감치 도착한 대관령엔 안개만 자욱하고,빗소리만 더욱 요란해 도저히 산행을 진행할 수가 없다.
설렁설렁 바닷가관광이나 하면서 싱싱한회나 먹을까?
설악산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을 다녀올까? 아님 울산바위까지 올라가볼까?
별 뾰족한 수 없이 사공들만 무성한 가운데,배가 자꾸만 산으로 올라간다.
일단,바닷가로 이동하기로 합의하고,남애항 마을회관 정자에 처량하게 앉아 비를 피하며 막걸리 한사발로
우울한 마음들을 달래본다.
맛있게 버무려진 떡볶이가 바닥을 드러낼즈음 비가 서서히 잦아들더니,운좋게도 진눈깨비로 바뀐다.
더이상 `물러서지말자`를 외치며 또다시 대관령으로 향하고,
다행히 내리던비가 눈으로 바뀌어 금새 하얀세상으로 바뀌어있다.
여러번 가봤던 선자령대신 오늘은 백두대간길인 능경봉을 택한다.
차가운기온에 아침에 내렸던비가 꽁꽁얼어 나뭇가지마다 아름다운 빙화가 피었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렸고,오를수록 상고대가 만들어져있다.
비대신 눈이 백번천번 낫긴하지만,눈이 끊임없이 내리는통에 쉴새없이 눈털어내기 바쁘다.
습한눈이라 내몸에 떨어짐과 동시에 척 달라붙어 움직이는 눈사람이 되어버린다.
고어텍스쟈켓도 제 기능을 못하고,장갑도 금새 젖어 비닐장갑으로 보온을 대신해본다.
`눈``눈`하며 망아지처럼 눈좋아하다가,오늘 가는겨울의 끝에서 눈폭탄 제대로한번 오지게 맞아본다.
봉사정신 투철한 k님이 오늘도 차량회수를 자청하신다.
능경봉찍자마자 우리넷은 고루포기산으로 향하고,k님은 되돌아가 대관령휴게소로 내려가신다.
이렇게 쏟아지는 눈의 상태를봐선 횡계에서 택시가 꼬불꼬불한 대관령고개를 오르기도 쉽지않을꺼같아
내심 걱정되었는데,k님덕분에 한시름 놓는다.
눈발이 점점 거세지면서 눈보라가 왼쪽뺨만을 집중해서 후려치기 시작한다.
약간만 등로를 벗어나도 허벅지까지 푹푹빠져 허우적거리고,
어쩌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칠때면 엄청나게 쓰라려 자지러질 정도다.
능경봉을 지나면서는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지다가 여러번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눈꽃들은 점점더 화려해지고,눈은 그칠기미가 안보인다.
앞서간 발자국도 금새 없어지고,새하얀길을 밟으며 이름도 요상한 고루포기산으로 향한다.
고루포기산 1238m
오목골로 접어들자 바람이 오른쪽에서 불어대면서
왼쪽에이어 이번엔 오른쪽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기 시작한다.
길게 이어진 밧줄을잡고 미끄럼을타며 내려가며 간만에 유격훈련한다.
유독 하산길에 약해 벌벌거리며 내려가시는분,가볍게 뛰내려가다가 브레이크작동미숙으로 꼬꾸라지시는분,
안넘어지려고 끝까지 머리쓰며 똥빼시는분..모두들,큰 사건사고없이 무사히 밧줄구간을 빠져나온다.
계곡길로 접어들자,누구랄것도없이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눈속을 뒹굴어본다.
사십대 중년들의 눈쑈쑈쑈에 배꼽잡는다.
보통사람이 평생 웃는시간이 고작 22시간이라 했던가?
열심히 웃자..하하호호..우하하하...
하산을 마치고 양미리냄새 가득한 비닐하우스에서 산행정리를하니,
k님이 떡하니 차를 대놓고 계신다.
거기에 따끈한 메밀전까지 내놓으시는데...진짜 멋져부렀다...
끊임없이 내린눈이 제설작업도 채 하기전에 도로에 쌓이자,차가 거북이걸음을 한다.
횡계에서 면온까지 가는데만 2시간이 넘게 걸리고,휴게소는 전쟁통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연포탕`이야기가 나오고,그 시원한 국물을 먹을 일념으로 화장실가는것도 꾹꾹 누르고,
막히는구간 잘 빠져나와 달리고달려 9시가 되어 음식점에 도착한다.
집에와서 씻고 누우니,얼굴위로 톡톡 눈발이 내려앉는 느낌이든다.
그리고,눈구덩이에 빠져 밤새 허우적거리며 누군가를 부르는데,목소리가 안나와 꺽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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