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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응봉산 용소골(삼척/울진)

산행지 : 삼척/울진 응봉산(998.5m)과 용소골

산행일 : 2009년 8월 15일

산행코스 : 덕구온천-옛재능선길-응봉산정상-작은당귀골-제3~1용소-덕풍마을(8시간 40분소요됨)

산행이야기 :

 즐겨찾는 블로거님의 도움으로, 산악회일정을 소개받아,그동안 눈여겨봤던, 삼척과 울진에 걸쳐있는 응봉산을 가기로 했다..

무박산악회를 이용하는것은 처음이라, 별로 달가워하지않는 몽몽이님을 겨우 달래, 산행일정을 잡았다. 하긴..185m의 장신이라, 좁은공간에서 5시간이상 가는건 내키지않을테지만, 좋은기회다싶어 냅다 예약을해버렸으니, 별도리없이 자의반강제반으로 함께 가야만했다.. 

 전날밤11시에 신사역을 출발하는 버스타고, 자다깨고,또 자다깨고나니, 5시에 덕구온천에 도착했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5시1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이번산행의 포인트인 용소골을 갈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린다..

 

                  

산행시작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아침이 밝아온다.

뜻하지않게 덤으로 붉게 물든 일출의 장관을 본다..

 

 육산이라 걷기도 참 편하고, 주변경관도 아주 좋다.

특히 노송의 거목이 많아, 살짝떠다니는 아침안개와 어우러져 그림을 이룬다.

 

오르는 내내 주변은 온통 쭉 뻗은 금강송들로 가득하다.

 그 옛날 궁궐지을때 많이 사용되었을만큼 소나무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한다.

 

 

능선길을 열심히 오르다보니,

땀이 골을 따라 줄줄 흐른다..아침공기는 맑아도 ,바람은 좀 인색한 날씨다.. 

 

2시간5분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7시15분인데도 햇살이 따갑기 그지없다.

 

정상에서 아주 가파르고 좁은길을 40분정도 내려와

작은당귀골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물소리가 아주 장쾌하게 들린다..

그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케스트라연주곡처럼..

 

제3용소에 도착..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이틀전까지 바가지로 퍼붓듯 내린 비로, 폭포가 장관이다.

폭포밑의 소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검고, 무섭기까지하다..

 

계곡물은 낙엽썩은 물이라 검붉은색이 난다.

 

어차피 7시간넘는 계곡길을 가야하니,

용소골로 접어들자마자 등산용샌들로 갈아신고, 시원한 물속을 거침없이 빠져가기 시작한다..

 

이곳저곳 눈돌리는 곳마다, 감탄이 마구마구 쏟아진다..

내가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에 이렇게 길고 깊은 협곡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정도다..

산과 친구가 되면서 얻은 아주 큰 기쁨이다..

아는사람만 온다는 숨어있는 원시림속의 협곡을 즐긴다..

 

이 아름다운 계곡의 풍광들은 절대 그냥 보여주지 않는다.

젖은 바윗길을, 가는 로프에 의지한채 가야하고,

로프도 없이 앞뒤사람의 도움을 받아 밀고 땡기고,

이정표역시 딸랑 빨간리본하나가 전부고,

그렇게, 위험한길을, 가야한다..

살짝 발한번 잘못 디디면 계곡밑으로 떨어질것이기에

발디딜때마다 조심 또조심을 한다..

 

처음엔 좋아라하고 풍덩풍덩 빠져서 갔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긴 계곡길과

정면으로 내리쬐는 한여름햇살로 좀 지치기 시작한다.

계곡물을 이렇게 몇번이나 건넜는지 셀 수가 없다.

 

엊그제 내린 폭우때문에 계곡길은 더 미끄럽고,

계곡을 이리저리로 왔다갔다 해야하기 때문에,진이 빠진다.

전에 2번이나 왔다간 산님도 이번만큼 힘든산행은 없었다고 한다.

 

 

겨우겨우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제2용소에 도착한다.

 

처음엔 이렇게 줄잡는것도 스릴감있다고 좋아했던 우리몽몽이님이

두세번 미끄러지고,가벼운 상처까지 입고나자,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하긴, 무리해서 데려왔으니, 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꾹 참는다..

 

 

힘은 들었어도 이렇게 시원하게 쏟아져내리는 폭포와 소를 보니 온 보람이 있다...

수량이 풍부해 더더욱 장관이다..

 

하의는 물에 흠뻑젖고,

상의는 땀에 흠뻑 젖었다..

풍덩 몸까지 담그고 싶은걸 억지로 참았다..

난 교양있는 산여인이니까..ㅎㅎ

 

제1용소로 가는길,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볼수록 신기할 따름이다..

 

거의다 내려온거 같긴한데,

갈수록 계곡은 깊기만하고, 여전히 계곡길을 아슬아슬하게

행군한다..

물2L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무더운 탓에 이젠 물도 동이났다.

 

그래도 용소골은 아름답다..

언제 또올지 모르니 사진으로 담고, 가슴으로 담고 또 담아둔다.

 

 

무슬림이 된 우리몽몽이님은 할말을 잃고..

 

그래도 물건널때마다, 넘어질까 손잡아주고,

조심하라는말은 계속 입에 달고 계시고,

든든하다..

 

 

제1용소에 도착한다..

이쯤오니,이제 슬슬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1용소밑에서 한컷!

 

제1용소를 지나 덕풍마을까지 약 40분정도걸려 도착하니,1시45분..

다시 동네에서 운영하는 트럭으로 풍곡리로 이동한다

 

때론 스릴있고, 때론 무서워서 벌벌떨기까지했지만,

깊은 용소골의 자태에 감탄했고,

아직까지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원시적인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는 용소골을 두고두고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늦어도 3,4시쯤엔 출발한다는 산악회버스는

5시가 다되어서야 2대중 한대가 먼저 서울로 출발했다.

그때까지도 17명이나되는 산님들이 하산못한 상태였다.

어느분은  응급처치로 팔에 부목을 대고 있었고,

어느분은 계곡들머리부터 골절을 당해 하산이 늦어진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내내 그분들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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