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1년 6월 30일
산행지 : 남덕유산 1507m
산행코스 : 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산-월성치-삿갓봉-대피소-황점
산행이야기:찬란했던 여름덕유의 추억속으로 들어간다.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으로 내려간다는 소식에 좀 심란하긴 하지만,
이왕 맘먹은거 기어이 가야겠다는 똥고집과 시원한 우중산행을 즐기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꺼라는 생각에,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집을 나선다.
동네사람보면 낯부끄럽다며 몽몽님이 출근길에 잠실까지 데려다주신다.
육십령에 도착하니 10시40분..습하기는 해도 다행히 비는 안온다.
지난번 공룡능선에서 초반에 여유부리다가 뒤처지는 바람에,따라잡느라 고생한적이 있어,
이번엔 처음부터 선두그룹을 놓치지않고 발맞추며 오른다.
촉촉히 젖은 숲을 헤치고,자욱하게 내려앉은 안개를 헤친다.
꽤 경사진 오르막이지만,등로가 폭신폭신하니 걷기는 참 좋다.
정겨운 시골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서니,시원한 바람까지 알맞게 불어온다.
할미봉 1026m
잿빛하늘속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점점 어두워지고,금새 한바탕 쏟아질거 같지만,꾹꾹 잘도 참아준다.
딱 세번 얼굴내민 산악회..
씩씩하게 혼자 나서긴했지만,말동무도 없고,간식 나눠먹을 동무도 없으니,자꾸 쓸쓸해진다.
그러니,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빨라지기만한다.
서봉
작년 7월,처음으로 육구종주할때의 그때 그 날씨와 비스무리한 날이다.
좋게말하면 분위기있는 몽환적인 날씨고,
나쁘게 말하면 금방이라도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 툭 튀나올거같은 날씨..
차라리 비라도 쏟아지면 상쾌하기나 할텐데..
육십령에서 할미봉까지도 힘들었지만,할미봉부터 서봉까지는 더 힘들다.
바위길도 나타나고,대롱대롱 매달려 줄잡는 구간도 나타나고,쉴새없이 기나긴 오르막도 계속된다.
더구나 3시까지 월성치에 도착해야하는 부담이 있으니,물한잔 마시고나서도 재빨리 움직여야한다.
간간히 보이는 꽃들을 담는것도 버겁다.
기린초도 있고,비비추도 있고 원추리도 있고 범꼬리도있고,노루발도 많은데...
그냥 쓱쓱 지나치며 모범적으로 증명사진을 담아준다.
너른바위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일어나니, 살짝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사방은 점점 안개로 꽉차오르고,한치앞도 안보인다.
남덕유산 1507m
드디어 남덕유산 접수..
근데,그 매끄러운 S라인의 능선은 어디로 숨어버린거야??
혹시나싶어 올랐는데,역시나...
월성치에 도착하니,2시50분..
다행히 삿갓봉으로 갈 수 있겠다싶어 저만치서 방향을 틀고 있는데,
여태껏 선두그룹으로 날고뛰던 산님들이 꼬리싹내리시며 그냥 황점으로 빠지신단다.
엥?? 이건 아닌데..
초행길이 아니니 혼자라도 가겠다고 선언하니,노랑두건쓴 날렵한 대장님이 동행해주신단다.
뒤이어 산행내내 입으로 걸으셨던 수다쟁이 대장님도 눈치보다가 결국엔 합류하시고,
그리고..산행초반부터 남자체면 운운하시며 나를 경계하셨던 귀고리아저씨도 오기로 따라붙으신다.
이리하여 네명이 삿갓봉으로 향하게된다.
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서 덕유의 부드러운 능선이 신비스럽게 나타난다.
바람이 안개를 몰고 다니며 시시각각 다른모습이 연출되고,오늘처음으로 그나마(?) 괜찮은 조망이 확보된다.
삿갓봉 1408.6m
잠시 열렸던 하늘이 또다시 닫히면서,삿갓봉에 닿았을때는 완전 회색세상이된다.
자동타이머로 넷이서 인증샷 멋지게 날린후 대피소로 향한다.
집결시간까지는 좀 빠듯하지만,든든한 대장님두분을 볼모(?)로 잡아둔터라 지금부턴 느긋하게 이동한다.
황점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대피소에 도착한다.
그 겨울의 잊지못할 코곯이사건과,
빗소리 들으며 렌턴불빛아래서 밤새 주님과 친구했던 그 여름의 추억이 서려있는곳..
그리고 오늘,또 하나의 여름덕유의 추억이 쌓인다.
대피소바로아래 샘터에 이르자,다들 벌컥벌컥 마시고 또 마신다.
날이 습한데다가,땀까지 엄청나게 흘려댄터라 참으로 달고 맛나게 마셨건만..
뒤돌아보니,무슨무슨 대장균이 두종류나 검출됐으니,`부적합`이라는 문구가..
갑자기 뱃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거같다..ㅎ 모르는게 약인데..
황점마을로 내려가는 계곡길이 참 예쁘다.
내린비로 계곡물소리는 우렁차고,물기머금은 녹음이 정말 생기있다.
집합시간을 넘기지않고 황점마을에 도착하며,7시간에 걸친 오늘의 안개속 산행을 멋지게 마친다.
저녁먹으며 마시는 막걸리한잔이 왜이리 시원한지..
아마도 이 맛은 아무도 아무도 모를거다..며느리도 모르는 이 맛..ㅎ
평소 내켜하지 않았던 오리훈제구이도 오늘따라 먹을만하다..
집으로 오는길,창밖으로 보이는 저물어가는 해넘이가 환상적이다.
뒷좌석에 앉은 어르신이 그러신다.
`우리네인생도 저물때는 저렇게 아름다워야하는데..`
과연 나는 아름답게 살고있을까??
`노을이 아름다운건 구름이 있기 때문이고,사람이 아름다운건 이루어야할 꿈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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