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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한계령~남교리)

산행일 : 2011년 7월 2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안산-십이선녀탕계곡-남교리

산행이야기:안가본곳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설악으로 이끈다.서북능선의 끝봉인 `안산`과,거기서 이어지는 십이선녀탕계곡은 가본적이 없다.숲길을 오래 걷고싶은 욕구가 더해져,한계령에서 남교리까지의 18킬로의 길고긴 산행을 계획한다.  

 

어제밤 코가 삐뚤어지도록 주님을 모신 몽몽님이 과연 동행해주실까 걱정했는데,

어여쁘게도 제시간에 착착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신다.

누군가가 `몽몽님이 하룻만에 갈 수 있을까?`하며 우려했다고 거짓정보를 흘렸더니,

거기에 자극받은게 분명하다.    

새벽5시에 한계루를 통과한다.

좀처럼 걷힐 기미가 안보이는 안개자욱한 길이다.

방금전까지도 비가왔는지 등로는 젖어있고,나무들은 바람이 한차례 불때마다 후두둑 물세례를 내린다. 

 

금세 한계삼거리에 닿는다.여전히 안개로 자욱하다.

귀때기청봉으로 향하는길,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올라오면서 흘린땀이 식으면서 한기도 몰려온다.

일주일후에 만날 공룡의 등줄기와 대청봉은 전혀 보이질않고,오래된 주목들만이 바람에 휘청거린다. 

 

 

귀때기청봉

 

 

 

고양이처럼생긴 짐승을 한마리 발견했을뿐,인적이라곤 아무도 없는 적막한길을 둘이서 말벗하며 걷는다.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까지의 6킬로구간이 쉽지않은 길이란걸 알기에

천천히 앞서거니뒤서거니하며 산행을 이어간다.

그러다 마주한 바람꽃군락지..

이젠 야생화에 도가 트셨는지,이파리만 딱보고 바람꽃인줄 알아채시더니,

잠시 쉬면서 내가 `이질풀`을 담고있는사이에,바위아래있는 군락지를 발견해내신다.

아직 꽃망울인것들이 많지만,이 계절에 이렇게 이쁜꽃앞에 선다는것 자체만으로 엄청 흥분한다.

30여분을 넘게 한곳에서 머물며 놀고나서야 다시 대승령으로 향한다. 

 

 

 

계란얹은 추억의 도시락을 까먹고나니,점점 햇살이 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또 한번 바람꽃군락지와 에델바이스(솜다리)군락지를 만난다.

바람꽃은 그런대로 담을만한 곳에 위치했는데,솜다리는 엄청 위험한 낭떠러지 바위틈에 피어있어

몽몽님의 따가운눈총과 위험을 무릅쓰고 간신히 담으며 또 30분도넘게 지체한다.

 

이제,서둘러 움직인다.아직 반도 못왔는데,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대승령 1210m

 

 

대승령지나 20여분을 가다보니,피터팬님이 알려주신 안산으로가는 `출입금지`표지가 나온다.

그리고,금기의 줄을넘어 숲을 헤치며 살짜기 들어간다.

가스로 꽉차있어 사진에서 봤던 그 아름다운 암릉들을 감상할 수는 없지만,

웅장한 봉우리들을 내려다보며 펼쳐져있는 광활한 화원에 놀랜다.

이러니,당연히 출입을 금지시킬 수 밖에..

안산의 새로운발견이다.

 

또 시간이 지체된다.

바람꽃과 놀다가,산오이풀과 놀다가 색고운 이질풀과 놀다가,바위에 간당간당 붙어있는 금마타리와 놀다가...

이젠 한계에 달하셨는지,여지껏 지켜보기만하셨던 몽몽님이 걸음을 재촉하신다.

다음을 기약하며 안산정상을 지나 리본에 의지해 대승령에서 오는길과 만나는 곳으로 향한다.

  

 

 

 

 

 

 

처음엔 알바하는줄 알았다.안산정상부터는 내리막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계속 오르막이다.

오른편에선 인적소리가 들리는데,좀처럼 합류되지 않는다.

피터팬님말씀대로 등로는 선명하긴한데,길이 미끄럽고 숲이 우거져있으니 걷기가 영 안좋다.

포복자세로 나무밑을 지나고,양팔을 긁히며 나뭇가지를 헤치고,바위에 무릎 부딪히고,

물기머금은 돌에 미끄러져 팔뒤꿈치 멍들고..

오늘 신발선택을 잘못했다.비브람창은 물기엔 완전 쥐약인데.. 

 

시그날따라 40여분을 오르내리다가,계곡으로 떨어지니,드디어 합류점이다.

 

 

 

복숭아탕

 

십이선녀탕계곡은 명성그대로 아름답고 웅장하다.

물빛도 곱고,깊고깊은 계곡에 이곳의 명물인 복숭아탕까지 어느곳하나 그냥 지나칠곳이 없다.  

정비도 잘되어있어,긴 산행의 끝 발걸음이 편안하다.

남교리를 4킬로 남겨놓고 쪽빛계곡물에 퐁당~하며 산행의 피로를 풀어본다.

12시간의 산행을 마치고,남교리로 내려와 택시타고 주차되어있는 한계령으로 이동한다. 

 

또 하나의 설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날..

꽃들과 쪽빛계곡의 아름다움은,

안개로인해 조망할 수 없었던 웅장한설악의 봉우리들을 못보고 온 아쉬움을 달래주고도 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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