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둘째날
새벽녘에 간신히 잠이들었는데,배가 살살 아파 일어나 바깥에 나가보니 별이 총총히 떠있다.
붉은기운까지 먹구름사이로 보이는것이, 어쩌면 대청일출을 볼 수도 있을꺼라는 생각에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야무진꿈이 현실화되는 순간과 맞딱들인다.
중청에서 오를수록 먹구름이 몰려와 깜깜한세상이더니만,순식간에 환상적인 하늘이 나타난다.
구름,바다,해,산봉우리,운해..이 다섯개가 조화를 이루면서 눈을뗄 수 없을만큼의 아름다운 일출을 맞이한다.
특히,바닷물에 반영되는 붉은빛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만큼 아름다움 그 이상이다..
아침먹고나니 햇살이 나온다.
비걱정보다 따가운 햇살에 얼굴탈까하는 배부른 걱정을 하면서 둘째날 산행에 발동을 걸기 시작한다.
소청삼거리에서 공룡팀과 천불동팀,백담사팀으로 나뉘어지고,설악동에서 합류하기로 한다.
건강검진에서 `활동량부족`으로 진단받는 나와 솔맨님과 몽몽님은 의사처방에 따르고자 공룡능선을 택한다.
공룡에서 맛있는거 사주신다던 강선수님은 진작에 꼬리 싹 내리시고,
두번다시 공룡에 물리기를 거부하는 이선수님또한 천불동행을 택하시면서,
고맙게도 먼길가는 우리들의 무거운짐을 덜어주신단다
날개만 없지 완전 천사나 다름없다.
아~정녕 이 분이 어젯밤 산장을 뒤흔든 그 괴성의 주인공이란말인가..
밤과낮이 철저하게 다르신분..
이것저것 내어드리고나서 배낭을 가볍게 한다음,먼저 희운각으로 내려간다.
본격적으로 신성한 공룡의 등짝을 밟기전,무너미고개에서 경건하게 세족식을 거행(?)한다.
흐르는 계곡물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무릎을 식혀주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첫번째관문인 신선대에 도착한다.
사방으로 펼쳐진 봉우리들을 조망하며 간식먹고 쉬어간다.
에델바이스를 찾다가 저만치 바위틈에 피어있는 무리를 발견한다.
무작정 신나게 올라 담고나니,내려갈길이 막막하다.
젖어있는 바위에 부숴지는 돌,그리고 순간 몰려드는 공포감과 쫄아드는 새가슴.
10여분은 발발떨며 빼도박도 못하는 정지상태가된다.
결국은 솔맨님이 중간까지 올라 손으로 내 발을 받쳐주시면서 간신히 위기의 순간을 모면한다.
생명의 은인,쭌이오빠..땡큐~~
1275봉
보고싶었던 회목나무와 솔채꽃을 만나고,바람꽃군락도 만나고,그렇게 찬찬히 놀면서 걷다보니 갈길이 멀다.
공포의 구간인 1275봉까지의 구간을 땀뚝뚝 흘리며 헥헥대고 올라선다.
솔맨님이 꼬불쳐둔 골드키위와 방울토마토,그리고 녹차빵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마등령으로 고고씽~~
공룡능선의 진면목을 만끽한다.
고되게 걷고 흘린 땀의 댓가는 봉우리에 오를때마다 기막힌 풍광으로 보상받는다.
그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고,자연의 위대함에 압도당하는 순간들이다.
마등령에 도착해 라면먹고 커피마시고나니,슬슬 잠이온다.
지금부턴 내리막이지만 여간 신경쓰이는 길이 아니기에 마음다잡고 또 걷기시작한다.
방금전에 먹은 라면발이 올라올뻔할만큼 초반 오르막을 치고나서,
그 다음부턴 내리 꽂으며 돌길을 숲길을 계단길을 내려간다.
비선대 못미처 계곡물에 입수하며 이틀간의 땀을 싹~씻어내고,
살살 내려와 동동주에 도토리묵으로 `캬~`한번하고나서 설악동으로 내려오니,천불동팀이 기다리고 계신다.
죠스바하나물고 `솔맨님의 안타까운 카메라수장사건`을 이야기하며
백담사팀이 차량을회수해서 오기를 기다린다.
얼마지나지않아 세팀이 합류하고,서울로 향하면서 각자의 흥미진진했던 산행담을 풀기 시작한다.
안막히는길 뺑글뺑글 돌고돌아 수월하게 서울땅을 밟으며 행복했던 설악산행을 마무리한다.
설악산은 언제나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유혹이다.
그 찬란하고 은밀한 유혹에 너무쉽게 빠져들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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