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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방태산 비박

산행일 : 2011년 10월 29일~30일

산행지 : 방태산 구룡덕봉

산행코스 : 방태산휴양림-매봉령-구룡덕봉(1박)-매봉령-휴양림

산행이야기:지난번부터 점찍어뒀던 방태산으로 비박산행을 간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궂은날씨속 비박산행이 왠지 흥미진진해지는데,두 분은 엄청 심란하신가보다.

야영터에서 자리잡네 어쩌네,그냥 따끈한 황토찜질방에서 몸이나 지지네 어쩌네 하시다가,

끝내 나의 똥고집을 꺾을 수 없으셨던지 결국은 무거운배낭을 짊어진다.

그렇지..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우라도 찔러야지...   

 

 

 

등로가 미끄러워 평지길을 걷는데도 힘들어죽겠는데,두 분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한다.

내 배낭안에 들어있는거라곤 침낭,매트,옷가지,물1L,사과하나,단감몇쪽..그리고,타프대신 사용할 5m짜리 비닐... 딸랑 요것뿐이니까...

부피만 크지,무게나가는건 하나도 없다.

 

오르막이 시작된다.

안개는 점점 자욱해져 한치앞도 안보인다.

엎친데덮친다더니,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앞장서던 몽몽님과 솔맨님이 멈춰서서 5분토론을 시작하신다.

이대로 진행할것인가,말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서로 눈치만 보며 결정을 못하다가,후한(?)을 두려워하시는 솔대장님의 결단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구룡덕봉 조금못미처 헬기장에 비박지를 잡는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비박산행 세번만에 집짓는데는 도사가 다 되었다.

비닐로 깔고,그 위에 텐트 두동을 세우고,스틱을 지지대삼고..그래도 행여나 빗물이 들어올까봐 노끈과 작은돌을 이용해 묶고 동여매더니만..

비바람에도 까딱없을 견고한 집이 만들어졌다.

우리말고도 이웃집에 5동의 텐트가 더 들어섰는데,우리집만큼 견고한집은 암만봐도 없다.

벌써부터 텐트안에 물이 고였네어쩌네,텐트위에서 물이 떨어지네어쩌네 이런소리가 들려온다..

 

 

 

 텐트와 텐트사이에 식당을 만들었다.

바람 피하기엔 아주 끝내주는 설계다.음..솔맨님이 폼으로 건축설계를 전공한게 아니셨구나~~

 

화려하게 시작되는 저녁파티시간~~

몽쉐프의 가위는 점점 현란해지고,어느새 막걸리세병과 삼겹살 한근반을 뚝딱 해치운다. 

마지막엔 삼겹살기름에 김치넣고 버섯넣고 밥이랑 노릇노릇 볶아서 먹고..몸엔 무지 안좋다지만,맛만 좋네.. 

 

삼겹살을 뱃속에 그득넣고,9시가 되어 잠자리에 든다..

안개비는 그칠 줄 모른다..

 

밤새 비바람이 요란하게 불어댔다.

빗방울이 비닐에 후두둑 떨어질때마다 우리집이 떠내려가는건 아닌지 심란했다.

바람에 통째로 날아갈것만 같았다..

빗방울이 텐트위로 톡톡 떨어지면 음악소리처럼 들리면서 정말 낭만적일꺼라 생각했는데..낭만??  좋아하시네..

 

탈탈거리는 비닐소리와 빗방울소리에 잠을 뒤척이다가 어느순간 푹 잠이 들어 7시쯤 잠이깬다.

 일단 입을 움직여본다..멀쩡하다..다행히 입은 안돌아갔다.

옆에 누워있는 몽몽님의 숨소리도 잘 들린다.

솔맨님이 뭐라뭐라하시는거 보니,솔맨님도 별탈없으신 모양이다..

몸에서 땀이날만큼의 위력을 지닌 1500필파워의 침낭과 만오천원어치의 하얀 비닐의 힘 덕분이리라~~

 

어제보다 안개는 더 자욱하다.

완전히 안개속에 갇혀버렸다....

 

250m떨어진 약수터에서 고양이세수를 하며 정신을 차리고,

어제 먹다남은 된장찌개국물에 라면 네봉을 끓여 웰빙 `미소라면`을 즉석요리해서 먹는다.라면맛한번 기똥차네.. 

솔맨님은 어제 사용했던 나무젓가락을 재사용하시면서 야생의 진수를 보여주시고..

 

아침먹고나서,솔맨님이 이웃집에서 해장술한잔 얻어 드시는 동안,10시까지 또 늘어지게 자다가,

안되겠다싶어 그만 철수한다. 

 

 

 

 

 

거의 다 내려오니,서서히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더니,

서울을 출발하자 갑자기 햇살까지 내리쬐더니,하늘은 더없이 맑고 파래진다.

아..방금전까지만해도 안개속을 헤매다 내려왔는데...

얄미운 하늘님이여....

 

거실한가득 비박장비들을 발디딜틈없이 펼쳐놓고 말리면서,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또 다른 비박지의 아침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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