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2년 2월 11일
산행지 : 황석~거망산
산행코스 : 유동마을-황석산성-황석산-거망산-지장골
산행이야기:오랜만에 차 두대가 움직인다.아홉명..
오늘은 솔맨형님이 싸모님 모시고,집앞까지 오셨다.
평소에 봐왔던 조용한 성정과는 전혀다른 와일드한 운전솜씨에,
잠도 못자고 긴장하며 손잡이를 꽉잡고 고속도로를 달려 유동마을에 도착한다.
완연한 봄날..들녘엔 아지랑이가 막 피어오르는것만같다.
연인사이인 두 분이 날머리에 차를 두고 오는동안,
들꽃이라도 피어있지 않을까싶어 두리번두리번거리니,몽몽님이 한심한듯 쳐다보신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고..ㅎ
때가되면 오는 봄이 올해는 더 유난히 기다려진다.
꽤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올라 능선 안부에 올라서니,땀이 줄줄 흐른다.
모자벗고 머리 질끈 묶고 눈길을 오른다.
저앞에서 앞서간 언니들의 탄성이 터지고,뒤따라 올라서보니..
산너울이 장쾌하게 넘실거리는 전망바위다..
바로 앞에 우뚝 서있는 황석산정상부터 가야산,덕유산,금원산,기백산,지리산...그리고 또 무슨산 무슨산....
이 일대의 굵직굵직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겨울산의 면모를 시원하게 드러내보이고 있다.
아직 하나의 산도 못올랐는데,1시가 가까워온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따뜻한 햇살 내리쬐는 조망터에 자리잡고 펼쳐지는 점심시간..
펭아저씨 생일파티도하고,놀부부대찌개도 배터지게 먹고...꺽꺽대며 커피까지 마시고 난 후에야 일어서는데,
궁댕이가 엄청 무거워졌다.
이러니..살이 빠질리가 있나..
황석산 1190m
황석산성지나 밧줄잡고 정상을 오른다.배낭 내려놓고 아이젠 벗고..
까다롭다는 구간이 바로 여기였나보다.
튼튼한 밧줄 두개를 의지해 조심조심 기어오르니,째짠한 정상석이 간당간당하게 걸쳐져있다.
힘좋은 펭아저씨가 잘못 건드렸다가 반토막이 나는 사태까지..
정상에서의 조망은 더없이 시원하다.
아까보다 더 파래진 하늘아래 울퉁불퉁한 근육이 살아움직인다.
큼지막한 거북바위를 통과하고,편안한 등로가 이어지는가 했더니만,
브레이크 잘 안잡히는 가파른 내리막과 바위구간이 나타난다.
지리산폭탄님이 30년만에 처음으로 넘어지고,나는 나무와 박치기 한판하고...
조심조심 사면을 걷는다.
뫼재...
길이 끊겼다.
발자국이 없다.
눈은 허벅지위까지 빠진다.
고민에 빠진다.거망산이 저기 있는데,그냥 하산하기는 싫고..눈은 엄청나게 쌓여있고..
길쭉한 몽몽님이 앞장서 러셀을 하시고,뒤따른다.
올겨울 한북정맥길 걸으며 많이 단련된터라 갈만하기는 한데,발걸음이 더뎌져 산행속도가 안난다.
이쯤에서 두팀으로 갈라진다.
중간에 용추사로 탈출할 팀과 거망산은 반드시 찍어야한다는 팀..
1245봉..
가장 높게 우뚝선 봉우리라 여기가 정상인줄 알았는데,아니다..
걸어온 황석산과 덕유산의 능선들이 장쾌하게 보이는 봉우리이긴한데,암릉을 내려설길이 막막하다.
어찌어찌 무사히 통과한 후에도 가파른 눈길은 계속된다.
아예 엉덩이 썰매를 타며 쭈욱쭈욱 내려가니,야호야호 신나는 자연썰매장이다.
저녁빛에 억새와 진달래나무에 발그스레 물이 들었다.
이제,거망산정상이 머지 않았다.바로앞에 거무스레한 돌덩이가 보인다.
막판까지 눈과 씨름하며 다섯명이 신나게 올라친다.
거망산 1184m
거대한 돌덩이가 거만하게 서있는 거망산..드디어 찍었다...
오후의 햇살은 더 그윽하고 진하게 내려앉는다.
하산길로 접어들기 전..배낭털이를 하며 딸기랑 감을 먹고 있는데,누군가 부른다..`여인아~~여인아~~`
귀신인가??
어? 언니목소리다..
용추사로 내려서는 안부를 착각해 오다오다 여기까지 오셨다고...
뒤이어 다른분들도 속속 등장하시는데,분위기가 쏴아~~하다..
코앞에 보이는 거망산을 갈 생각도 않고,구름과자를 연신 태우시는 엔젤리님의 모습에서 그 약오른정도가 어느정도인지 백번천번 짐작이가고..
어쨌든..무사히 모여 함께 하산할 수 있으니 천만다행..
해가 넘어갈 무렵에야 하산길에 접어든다.
얼마안가 렌턴을 켜고..
어둠속에서 너덜길에 계곡을 건너는 일이 만만치않다.
초행길이라 리본만 보며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흥미진진하기도하고,순간 무섭기도 하고...
별이 총총한 하늘아래서 총총걸음으로 걷고 또걸은끝에 날머리 지장골입구에 도착한다.
내려오면서 즉흥적으로 결정한 통영행...
자유로운 영혼들 넷이 뭉쳐 외박을 감행한다..
저녁먹고 카니발팀은 서울로,자유로운 영혼들은 통영으로 출발한다.
통영 중앙시장들러 싱싱한 회를 준비하고,내일 아침에 먹을 충무김밥도 챙겨 거제에 있는 숙소로 든다.
12시가 넘도록 방바닥에 둘러앉아 먹는 이슬이가 회와함께 술술 들어가는 이 밤....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빨래꺼리를 주욱 늘어놓고 말리며..계획에도 없었던 거제에서의 밤을 뜨겁게 보낸다..
'산행이야기 > 산행(2009~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학산(경기파주) (0) | 2012.02.18 |
---|---|
거제 망산 (0) | 2012.02.13 |
방장산(전남장성/전북고창) (0) | 2012.02.10 |
도봉산설경 (0) | 2012.02.01 |
한북정맥(길마재~도성고개) (0) | 2012.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