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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백두대간 12구간(개터재~추풍령)

산행일 : 2012년 9월 2일

산행지 : 백두대간 12구간(개터재~추풍령)

산행코스 : 개터재-회룡재-큰재-국수봉-용문산-금산-추풍령(산행거리;25.9km)

산행이야기:다시 대간길이다.한달에 한번 정해진날..마음의 짐이기도하지만 한편으론 은근히 기다려지는 날이기도하다.새로운 길에대한 호기심과 유쾌한 산우들과의 만남때문에..거의 1년을 함께하다보니,그만큼 정(情)도 들었고 산우애도 생겼다.  

 

밤길을 무심히 걷고있다.터벅터벅..

개터재를 지났는지 회룡재를 지났는지 구태여 어디쯤 와있고 몇시간째 걷고 있는지 알 필요조차 못느낀다.

마을 뒷동산같은 순탄한길을 오르내리는 심심한 길이다.

어쩌다 나타나는 이번 태풍의 흔적만이 신경쓰일뿐,무심히 걷기만하는 길이다.

 

새벽을 안개비속에서 침묵으로 맞이하고,큰재에서 국수봉을 향해 힘껏 올라친다.

하늘도 비었고 나뭇가지로 보이는 조망도 비어있다.

2시간동안 무심히 걸으며 무슨 백두대간 등줄기가 이렇게 싱거워?? 하던중이었는데,

역시나~로 바뀌는 구간이 시작된다.

숨을 몰아치며 오르던중 안개속에서 피어난 더덕꽃을 발견하고..

병래씨내외는 더덕을 캐느라 정신이없고,난 더덕꽃을 찍느라 정신이없고...

 

 

 

 

국수봉 763m

 

오늘의 구간중 가장 높은 봉우리 국수봉..

아침을 먹으려고 미처 배낭을 내려놓기도전에 벌써 선두팀은 용문산으로 향한다.

그러거나말거나..빨리간다고 누가 상주는것도 아니고..

우린 김치볶음밥을 만들고,형임언니네는 오늘도 삼겹살을 굽고...

 

 

 

안개짙은 참나무숲길이 끝도없이 이어진다.

그 길엔 각양각색의 버섯이 올라와있고...

누가 그러더라..참나무밑에 자라고있는 버섯은 다 식용이라고..

그럼에도 누구하나 선뜻 채취를 못한다.

 

 

 

 

용문산 410m

 

짙은안개는 걷힐줄을 모르고..

습한날씨로 땀은 골을타고 줄줄 흐르고...푹푹 찐다.

걷고있는길이 온통 나무그늘인데도 바람한점없으니,점점 견디기 힘들어진다. 

 

 

 

 

작점고개에 다다른다.

이제,날이 아까보다는 깨끗해졌다.

정자아래서 쉬어간다.배낭털이하면서..막걸리잔돌리며..

때맞춰 마을에서 가야금소리가 들려오고...분위기 죽여주신다.. 

 

 

 

다시 2차선도로를 가로질러 산길로 들어서고..

앞서가던 땡칠씨가 벌집을 발견했다며 사진에 담아보라고 하고..

찰칵! 하는순간 벌들이 놀래 진짜로 벌떼로 달겨드는 바람에 걸음아 날살려라~하고 줄행랑...

하마터면 땡칠이때문에 수십마리 벌침맞을뻔 했다.. 

 

 

임도를 걷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지름길로 갔다가 또 임도로 내려서고..

가도가도 전망하나없는 숲길의 연속이라 지루하기 그지없다.

임도와 농가를 얼마나 많이 만나는지..차라리 헉헉대며 올라치는 길이 훨씬 나은데.. 

잠까지 쏟아지기 시작한다. 

몽몽님이 군대이야기하면 꼭 빠지지않는말이 천리행군하면서 잠을 잔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이 실감난다.

 

 

 

금산

 

절개지가 나타나고 수직절벽을 지난다.

백두대간상의 금산이 반조각난 아찔한 현장..

`추락주의`라는 안내문을 넘어 내려다보니,석재를 채취하고 철망으로 덮어놓은 낭떠러지다.

개발이냐,보존이냐? 를 두고 충청도와 경상도에서 이견이 있었나보다.그리하여 충청도쪽만 파헤쳐지고...

어쨌든..씁쓸한마음으로 마지막 금산을 지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구름이 자고가고 바람도 쉬어간다는 `추풍령`도착..

아...이제 나도좀 다리 쭉 펴고 쉬겠구나...

마땅히 씻을곳이 없어 찝찝해하고 있던중에 황보형이 목욕탕만 이용한다는 조건으로 5천원 모텔방을 섭외하고..싹 개운하게 씻고 음식점으로 간다.

지금껏 걸어왔던 구간중 가장 지루했던 구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