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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명성산~각흘산(경기포천/강원철원)

산행일 : 2012년 9월 15일

산행지 : 명성(923m)~각흘산(838.2m)

산행코스 : 산정호수-등룡폭포-팔각정-삼각봉-명성산-약사령-각흘산-자등현

산행이야기:조금 이른 가을소리를 들으러 명성~각흘산을 간다.

 

절기는 거스를 수 없는지,바람이 제법 차다.등룡폭포까지 이르는 계곡길도 어느새 가을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억새밭에 들어서자 이제막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억새가 한들거린다.

은빛으로 무르익은 억새가 물결치는 풍경보다 더 수수하고 애잔한 느낌이 드는 길..

그 길속에서 가을의 소리가 들린다.  

 

 

 

 

바람 적당하고,하늘색 곱고,향긋한 들풀향나는 초원..

억새밭사이로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소담하게 피어있는 길따라 오르면 하늘과 맞닿을거같다.  

 

 

 

지난주에 이어 다시 도전한 지리산이 태풍때문에 쫑나버리고,

그 대안으로 계획한 소백산마저 쫑나버려서 완전 낙동강오리알신세된 이선수님을 구제하기위해 

함께 오자했더니,크게 내키지않지만 특별히 와주신다며 콧대세우시더니만..

억새밭에 들어서니 좋아서 미치겠다시며 아예 갈 생각을 안하시는 이선수님...

저한테 충무로 갈비찜 한그릇 쏘세요~~ 

 

 

산정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능선길엔 구절초가 정갈하게 피어있고,

억새사이로 난 길따라 삼각봉으로 향한다. 

 

 

 

 

아 가을이다 싶으면 어느절에 가을이 조용히 간다더라..

그나마 늘 자연속에 파묻혀 지내니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음이니..

궁예봉아래 철원평야는 벌써 황금들녘으로 바뀌어있다.

 

 

억새를 헤치고 들어선 식당은 훌륭하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아래서 10첩반상을 받고..배두드리며 삼각봉으로..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각흘산으로 이어지는 민둥능선은 허연맨살을 드러내 보이고,겹쳐진 골엔 산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그 겨울의 황홀했던 풍경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지고..

지금의 풍경도 아름답지만,여기서 내려다봤던 한겨울의 풍경은 정말이지 잊지못한다.

찬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면서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었다.

내가꼽는 최고의 겨울산..

 

 

(용담)

 

 

가없이 이어지는 억새밭..

햇살을 등지고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억새가 반짝인다.

역시나 아리언니는 산행고수야..

각흘산부터 걸으면 햇살을 마주하며 걸어야해서 명성산을 들머리로 잡아야한다셨는데...과연..

 

방화선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과 들쭉날쭉한 억새의 자연스러움에 반해서 시간이 지체된다.

투박한맛이 난다는둥,수수한 맛이 난다는둥 하시며 언니들이 적당한 표현을 생각해내시는데,

옆에서 샷님이 직설화법으로 한마디로 정의하신다.`시골촌X`같은 느낌이 난다고..

 

 

 

 

 

 

 

약사령까지 쭉 떨어졌다가 다시 쭉 올라쳐 각흘산능선에 닿는다.

각흘산의 이정표인 나무 한그루를 보니 반갑고..

언제까지고 꿋꿋히 서서 산꾼들의 이정표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벌써 늦은오후의 햇살이 드리운다.

민둥민둥한 능선이 따사롭게 보이고,하늘의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어 한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이제..그 겨울의 위험천만했던 길을 확인해야할 시간..

벌벌거리며 천신만고끝에 내려왔던 길..그 눈속에 파묻혔던 길의 실체를 봐야겠다..

 

 

 

 

 

사면길이 위태롭다.

그 겨울날..길인줄 뻔히 알고도 사면길을 버리고 바위길을 택한 이유가 설명된다.

 

 

 

 

각흘산 838.2m

 

노을이 참 아름답겠는데..

곧 해질녘풍경을 볼 수 있을텐데..

렌턴 가져온 사람 손드세요~~딱 두 분..

안되겠다 어둡기전에 내려가자..

물 여유있는 사람 손드세요~~다들 동났다.

내려가면 톡톡쏘는 사이다한병 마셔야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억지로 옮겨놓으며 산을 내려선다.

헬기장에 비박터를 잡으신 두 산님들을 엄청나게 부러워하며..

 

자등현으로 떨어지는 숲길에 어둠이 금세 내려앉는다.

 

산정호수로 되돌아가는길..짐작대로 일몰이 끝내준다.

 

한동안 꿈쩍 못하다가 오랜만에 산길을 걷고오니,이제야 살것같다.가슴이 뿌듯하게 막 차오른다.

역시 난 산체질이야~~

월요일날 실밥 뽑고나서 태풍지나고나면 지리산으로 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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