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째날
(세석-벽소령-삼각고지-영원능선-영원령-빗기재-영원사)
오늘은 일출보기가 힘들거같다.
촛대봉을 다 올라섰는데도 먹구름만 짙게 깔린다.
뭐..이런날도 있어야지..
하지만..
무진장 섭섭...
산장으로 내려가 언니가 준비하신 아침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영신봉에서의 아침이 참 눈부시다.이슬머금은 구절초가 햇살에 초롱초롱 빛난다.
이렇게 방향을 달리해서 걷기는 처음..
종주의 시작은 늘 성삼재였다.새벽부터 걸어 이 구간을 걸을즈음엔 몸이 천근만근이었고 엄청 지루했었는데..
상쾌한 산공기 마시며 걷는 아침..그 전과는 완전 다른 느낌으로 기분좋게 걷는다.
선비샘
꽉꽉 물통을 채운다.점심때 사용할 라면물..
벽소령
너무나도 수월하게 왔다.
그리고..
여기부터 삼각고지까지의 구간..
오르막이 이렇게나 많았었나?? 햇살까지 강해지면서 땀범벅이 된다.
이 구간은 연하천에서 올때가 훨씬 좋았구나...
하나가 좋으면 하나는 안좋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음의 산,지리산이 말해준다.
삼각고지
연하천을 700m남겨둔 지점..음정방향으로 들어선다.
지금부턴 처음 접하는 길..
이 줄을 넘어 영원능선으로 접어든다.
산죽길을 지나 처음으로 터지는 전망바위..
키큰 활엽수아래 산죽길이 징글징글하게 이어진다.
선답자의 산행기속에 이 길을 걷고난 후,기억에 남는것이라곤 산죽길밖에 없다고 했다더니만..과연..
산죽과 싸우고 거미줄과 싸우고..간간히 등로를 막고있는 쓰러진 나무들과 씨름하고..
싸움은 계속해도 끝이 나질 않는다.
언니보다 앞장서 내가 먼저 길을 내주고 싶은데,잠깐 언니가 방심할라치면 어느절에 삼천포로 빠지다보니,
언니가 맘놓고 앞길을 내주지도 못하고..그저 졸졸 따라가는게 도와주는거...
영원령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이 잘 되는듯하자,갑자기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삼정산지나 영원사로 내려설 계획이었는데,실상사까지 쭉 이어가자고...
그러나..
곧 나타나야할 영원령은 가도가도 나타나질 않고,또다시 산죽과 거미줄과의 싸움은 시작되고..
그러다 나타난 봉우리하나..이 봉우리가 영원령일 줄이야..(집에와서야 그 봉우리가 영원령인 줄 알았다)
내리 우중충한 숲길만 걷다가 우리가 걸어온 길과
천왕봉부터 반야까지 이르는 지리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니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인다.
영원령도 지나고 빗기재도 지났는데도 그걸 모르고,나타날리없는 영원령을 찾아 계속 걷는다.
결국..오르던길을 다시 되돌아와,좀전에 왠지 맘에 걸리적거렸던 곳까지 갔더니..
영원사로의 길이 아주 선명하게 나있다.
(나중에 알고봤더니,그 곳이 빗기재였다.)
영원사
간신히 택시불러 인월로 나와 백무동에서 나오는 동서울행 막차를 기다린다.
제시간에 산행을 마쳐 참 다행이다.
안그랬음 남원까지 나갈 판이었다.
딱 10분의 여유시간..카스한캔에 안주는 오징어땅콩으로 뒷풀이..
함양에 도착해 또 10분의 여유시간..안주가 남아 2차 뒷풀이..이번엔 하이트한캔씩..
서울로 올라오며.. 걸었던 그 길을 떠올리니,막 뿌듯해져온다..
지리산..어느날 문득 또다시 그 품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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