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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두악산 비박

산행일 : 2012년 11월 17일~18일

산행지 : 두악산 720m

산행코스 : 단성면사무소-단봉사갈림길-소금무지봉(비박)-두악산-보름재-소선암휴양림

산행이야기:날은 점점 추워지고,큰맘먹고 장만한 80리터배낭은 한번밖에 못써먹고..그렇다고 도봉산을 그거메고 갈 수는 없고..요번주는 무슨일이 있어도 비박짐을 꾸리겠노라 했지만,두 분은 주말이 가까워오는데도 서로 떠넘기며 살살 피하시는 눈치..이럴땐 강력하게 밀어붙히는게 상책..두악산으로 갈테니 짐꾸리시오~~하고 선전포고한다. 

 

단성면에 도착해 이장님댁에서 얼큰한순두부를 먹고,아직 시간여유가 있어 충주호를 옆에끼고 드라이브를 한다.

초겨울의 호수에선 쓸쓸함이 묻어나고,

구담봉을보며 어느해 여름날 황홀했던 풍광속에 걸었던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린다.  

 

단성면사무소에 주차하고 산으로간다.

 

10분정도 임도를 걸어오르니,단봉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곧장 산길로 접어든다.

 

 

서너개의 쉼터를 지나치고,한무리의 비박꾼을 추월하며 한번도 쉬지않고 사거리도착해

또 한무리의 비박꾼들을 만난다.

땀이 줄줄줄...아구구 힘들다...여기 누가 오자고 한거야??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서니 아름다운 충주호가 눈에 들어오고,

사방으로 거칠것없이 시원한 소금무지봉에 도착한다.

비단에 수를 놓은듯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과 멀리서봐도 뾰족솟은 봉우리가 절경을 이루는 월악산,

그리고 연화봉에서 도솔봉에 이르는 소백산의 능선이 여인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펼쳐져있는곳..

여기가 바로 우리가 하룻밤 유할 곳...

 

벌써 한팀의 비박팀이 소금무지앞에 터를 잡으셨고,뒤이어 또 한팀이 도착하고..

오늘은 총4팀,열한명이 입주했다.

 

 

 

텐트문만 열면 소백산이 한눈에 들어오고,서풍과 북풍을 완벽하게 막아주는곳에 터를 잡고..

타프를 쳐서 결로현상을 막고,그 안에 텐트를 치고..두 분 잘한다~~

난 뭐하냐고??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왔다리갔다리하며 자연감상중~~~   

 

완성~~~

그 어느때보다도 완벽한 집...

 

 

일단은 치맥으로 가볍게 시작하고...

다음은 막걸리랑 오삼불고기로 뜨겁게 저녁분위기를 달구고...   

 

눈가리고 찰칵~~

피부과의사가 피부재생이 느려진다고 당분간 야외출입을 자제하라 했는데,

야외출입도 모자라 아예 밖에서 잠까지 자고있으니..누가 나좀 말려줘요~~

 

밤기온이 점점 차가워진다.

셋이서 막걸리한병밖에 안비웠고,아직 고기도 많이 남아있고,시간은 일곱시도 안되었는데..

손시렵고 발까지 막 시려온다.

옆집사람들을 보니,덧버선에 우모복입고 점잖게 앉아 음악들으며 놀고있는데, 

우린 촐싹거리며 피티체조나하고 있으니...

덧버선..우모복..또 비박장비하나 늘게 생겼구나...

가만보니 80리터배낭도 좀 작아보이고...코펠도 무거운거같고..버너도 화력이 시원찮고..

아이고 머리아파~~~

 

오늘은 술이고뭐고 그만 쫑쳐야겠다. 

마당에 누워 밤하늘의 총총한 별을 올려다보며 감상에 젖기엔 너무 춥다..

순간..따뜻한 집놔두고 여기와서 왠 개고생인가 싶은 생각이 스치고...

집생각난다고 괜히 입밖으로 꺼냈다가는 거봐~하며 한소리 들을까봐 말도 못꺼내고..

 

몸좀 녹이러 잠깐 침낭안으로 들어갔는데,그만 잠이 들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뒷집 빨강바지팀의 수다로 두어번만 깼을뿐,

너무나도 푹~~~달콤한 잠을 잔다.   

 

꼬박 열두시간을 잤다.

솔맨형은 어쩜 그렇게 죽은듯 푹~ 잘 수 있냐며 혀를 내두른다.

몽몽님은 자기가 천기와 바람의 흐름을 읽어 건축한 집덕분이라며 공치사를 하시고...

 나,완전 비박체질인가봐...ㅎ 

 

문을여니,소백산이 붉게 타오르는중이다.지금부터 시작되는 매직아워..이 특별한시간속에 빠진다.   

 

 

 

 

연화봉과 도솔봉사이에서 해가 올라오는줄 알았는데,도솔봉에서 쑤욱 올라온다.

텐트위에 빛그림이 그려지고,밤새내린 서리는 녹기 시작하고.. 

 

 

 

남의 집앞에서 그림자놀이 삼매경..

하여간..산에만 오면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내려놓고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삶의 놀이터,바로 산이라는 공간이 아닌가싶다.

 

 

 

 

나..몽몽님이 끓여주신 모닝커피한잔 마시고나서 막걸리로 해장하는중...

 

 

아침은 간단하게(?) 라면 다섯봉...`진짜진짜 맵다매워`로다가..거기에 계란두알 톡 떨구고...

 

 

 

 

 

비박장비들을 말리는동안 아침햇살 들어오는 주변 풍광을 감상한다..

충주호의 섬들이 꿈틀꿈틀 움직이는거같다. 

연화봉은 하얗게 눈꼬깔을 쓰고있고...  

 

 

 

 

 

 

 

벌써 11시..짐꾸려 철수한다.

 

 

 

남쪽으로 50m정도 떨어진곳에 위치한 또다른 정상석...

나랑 솔맨형은 소선암으로 내려서고,

희생정신 투철하신 몽몽님은 차량회수하신다고 혼자서 단성면사무소로 내려가신다.

 

 

 

 

 

 

보름재에서 우측으로 난 길을 놓치고 냉천약수터로 떨어지고..

그 덕에 분위기있는 낙엽길과 메타세콰이어길을 걷는다.

소선암을 지나는데,벌써 몽몽님은 휴양림에 도착하셨단다.  

 

도담삼봉

 

석문

 

도담삼봉 들렀다가 집으로..

집떠나니 집이 쬐끔 그립더니만,집에 있으니 또 산위의 세상이 그립다.

 

곡차에 취해 잠이들고..아침에 텐트문을 열었는데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은 온통 은빛세상이고..

밖으로 나왔는데,누군가 따끈한 커피한잔을 건네고..

올겨울..이런 꿈같은 아침을 산위에서 맞이할 수 있을까? 하고 물었더니만..

몽몽님이 그러신다.

`아줌마~~ 꿈좀 깨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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